곤충 마음 야생화 마음 - 생존과 번식을 둘러싼 곤충과 야생화의 열정적인 속삭임 정부희 곤충기 3
정부희 지음 / 상상의숲 / 201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남한산성 길을 오르다 야생화에 마음을 빼앗긴 적이 많다. 그토록 예쁘던 개망초에 꽃며느리밥풀에 노랑앉은부채에 청노루귀에. 모두 혼을 쏙 빼 놓을 정도로 예뻤고 앙증맞았다. 그런데 녀석들은 어떻게 대를 이어갈까? 무척 그게 궁금했다.

정부희는 〈곤충마음 야생화 마음〉을 통해 야생화가 어떻게 번식하는지를 알려준다. 이른바 '충매화'와 '풍매화'가 그것이다. 꽃들이 대를 잇도록 곤충과 바람이 그 중매쟁이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꽃이 곤충과 바람을 불러들여 서로 다른 포기의 꽃으로 배달시킨다는 게 그것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곤충들이 정말로 밥 먹은 대가를 치르려고 중매를 할까요? 아닙니다. 그건 사람의 해석입니다. 곤충의 맘은 딴 곳에 가 있습니다. 곤충들은 그저 꽃들을 푸짐한 밥상으로 이용할 뿐이고, 꽃들은 그저 곤충들을 불러들이려고 열심히 밥상을 차리고 있을 뿐입니다."(저자의 글)

그야말로 꽃과 곤충의 동상이몽이다. 곤충들이 꽃에 날아드는 것은 허기를 달래려 함이고, 꽃들은 자신들의 대를 잇기 위해 밥상을 차린다고 하니 말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도 있다. 오랜 세월 동안 특정한 식물의 꽃을 정해 놓고 찾는 곤충이 있다는 게 그것이다.

"사실 꽃 모양만 봐도 '나비 전용 꽃'이란 것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패랭이꽃은 갈래꽃인데도 통꽃처럼 기다란 꽃을 가졌습니다. 정성껏 만든 꽃 꿀은 기다란 꽃잎이 끝나는 가장 깊은 곳에 있습니다. 주둥이가 긴 어른 나비에게만 '꽃 꿀 밥상'을 차려 주겠다는 거지요."(108쪽)

▲ 벌개미취 꽃을 찾아온 곤충들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풀잠자리목 애벌레, 풀색꽃무지와 제거미의 싸움, 네발나비, 남방부전나비, 벌붙이파리류, 무늬독나방애벌레 순이다. 이 책 230쪽에 있다.
ⓒ 상상의 숲
곤충들

풍매화는 어떻게 대를 이을까? 풍매화는 수꽃의 꽃가루가 바람을 타고 떠돌다가 우연히 다른 포기의 암꽃에 앉아 꽃가루받이를 한다고 한다. 그를 위해 할 일은 무엇일까? 엄청나게 많은 꽃가루를 만들면 된단다. 그만큼 수꽃의 꽃가루가 바람에 날리면서 소실되는 양도 많은 까닭이란다.

"쑥은 꽃가루를 날라다 줄 곤충을 기다리기보다 바람에게 꽃가루를 맡기는 쪽으로 진화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시 말해 바람의 도움으로 꽃가루받이를 한 개체들이 생존력과 번식력이 더 높았고, 결국 풍매화로 대성공을 거두었기에 오늘날까지 풍매화로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388쪽)

▲ 네발나비 원추리 꽃 네발나비가 원추리 꽃을 찾아 와 꽃잎에 앉은 뒤 주둥이로 꽃 꿀을 빨아들이는 모습이다. 이 책 264쪽에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 상상의 숲
야생화

물론 충매화나 풍매화가 아닌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른바 스스로 번식하는 야생화가 그것이다. 과연 어떤 야생화가 그럴까? 목화와 서양민들레가 그렇단다. 특히나 목화 씨앗이 달고 있는 솜털은 종족 번식을 위한 필수품이라고 하니 놀랍기 그지없다.

중학교 시절 영어 선생님 덕에 자신도 영어 선생님이 되는 걸 꿈꿔 영어교육과를 졸업했다던 그녀. 불현 듯 역마살이 끼어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유적지에 핀 야생화에 흠뻑 젖어 15년 넘게 그 꽃 속으로, 그리고 그 꽃들과 더불어 사는 곤충들 속으로 빠져들어 지금은 '버섯살이 곤충'을 전념한다는 그녀. 그녀가 소개하는 야생화와 곤충 속으로 찬찬히 빠져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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