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월스트리트 공략기 그랜드 펜윅 시리즈 2
레너드 위벌리 지음, 박중서 옮김 / 뜨인돌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1.꽁돈 60만 원이 통장에 들어와?

내가 아는 선배 목사가 있다. 그 분의 친구 목사에 관한 이야기다. 그 친구 목사는 교회를 새롭게 꾸미고 방송장비 몇 가지도 새로 구입했다. 모든 단장이 끝이 났고, 마이크 몇 개만 장만하면 됐다. 얼마 안 되겠거니 생각했지만 거래 업체에서는 그 값으로 500만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터무니없이 가격이 비싼 것 같아 그 분은 미국 현지에 있는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갔다. 당연히 한국 업체에서 요구하는 값보다는 훨씬 저렴했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 하듯이 그 분은 당장 카드 결제를 해서 마이크 몇 개를 구입했다.

 

그로부터 며칠 지나지 않아 환율이 올라가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 분은 미국의 그 업체에 카드 결제로 송금한 금액이 많은 손해를 보지 않을까 걱정을 했다. 급기야 미국 현지의 업체를 통해 주문한 마이크를 취소했고, 환불을 요청했다.

 

그런데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그 분의 통장으로 60만 원의 돈이 들어오게 된 것이었다. 이른바 환율이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그 차이로 그만큼의 돈을 받게 된 일이었다. 그 분은 꿈인지 생시인지 놀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살다보면 그런 일도 다 있을까 싶다. 의도를 갖지 않고 바람직한 일을 좇아 행하는 데, 그렇게 황당할 만큼 좋은 일을 만나는 경우가 또 있을까? 예전에 나는 좋은 꿈을 꾼 덕에, 후배 하나가 로또 하나를 사 주었고, 그것으로 딱 한 번 5천원에 당첨된 경우가 있었다. 그것 말고는 아직까지 또 다른 행운은 만난 적이 없다.

 

2. 그녀가 만진 것들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줄이야?

래너드 위벌리가 쓴 〈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월스트리트 공략기〉도 꼭 그랬다. 가난한 나라 펜윅은 양모와 포도주로 자급자족하는데, 강대국인 미국과 맺은 껌 사업이 호황을 누려 몇 년 동안 엄청난 수익금을 받게 될 상황이었다.

 

새로 구성된 의회에서는 그 돈을 국민들에게 나눠 주고, 세금도 깎아 주는 조치를 취한 바 있었다. 하지만 국민들은 돈 맛에 빠져 들어 일할 의욕도 잃었고, 더 많은 이자 빚에 시달려 경제가 파탄에 처했다.

 

다음 해에는 1000배나 많은 돈이 들어왔으니 펜윅으로서는 더 큰 위기에 직면한 셈이었다. 그때 펜윅의 공주는 미국의 주식 중 추락하는 웨스트 우드 석탄 회사의 주식에 모든 돈을 투자했다. 주가가 떨어지면 투자한 돈이 사라질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주식은 엄청난 폭등을 가져왔고, 공주는 단번에 고수익을 올리게 되었다.

 

더군다나 웨스트 우드 석탄 회사의 주식 값을 고공행진하도록 이끈 미국 월가의 큰 손이 이번에는 펜윅과 조약을 맺은 껌 회사에 직접 투자를 종용하고 나섰다. 그 일로 미국 월가의 돈이 그곳에 몰려들었고, 펜윅의 공주는 그것을 긁어모았으며, 급기야 미국의 전 금융권까지 휩쓸고 말았다.

 

사실 펜윅의 공주는 자국민을 지키려는 선한 의도에서 그 같은 일을 벌였을 뿐이다. 주식 부자는 물론이요, 미국의 월가나 미국의 경제를 주무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런데도 그녀가 만진 것들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었으니, 한낮 허구일지라도 얼마나 재밌고 익살맞은 이야기인가?

 

3. 꽁돈 60만원보다도 더 값진 것을 얻는 날

사람은 누구든지 뿌린 대로 거둔다고 했다. 선한 것을 심으면 선한 것을 거두고, 악한 것을 심으면 악한 것을 받게 돼 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이 난다. 그것이 우화나 소설 속 주된 내용이자, 만고불변의 법칙이지 않던가?

 

문득 그 생각을 떠올리자니 서울 화곡동의 한 교회가 생각이 난다. 그 교회는 새로 시작하면서부터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위해 무료 급식소를 운영했다. 새로 시작한 교회라 재정적인 여유가 없어서 일주일에 딱 두 번 정도만 실시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구청에서 조사가 나왔고, 급기야 구청으로부터 모든 지원을 받는 구청지정 무료급식소가 되었다.

 

그 소식을 전해들은 옆에 있는 큰 교회도 당장 무료 급식소를 설치하여 주민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물론 그 교회는 자신들이 나서서 구청에 그 사실을 알렸다. 당연히 그 교회도 구청으로부터 모든 지원을 받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구청에서는 더 이상 무료급식소는 인근에 필요치 않다고 잘라 버렸다.

 

최근 나도 새로 시작한 교회의 형편이 여의치 않아 '지역아동센터'를 설치하려고 여기저기  발버둥 친 적이 있다. 솔직히 지역아동센터의 순수한 운영보다는 교회의 살림살이를 더부살이 해볼 심사가 컸다. 그래서인지 구청에서는 인근 800m 근방에 지역아동센터가 이미 설치돼 있고, 더군다나 교회 건물 내에는 그것을 설치 할 수 없다고 딱 잘라왔다.

 

그런 일을 겪고 나니 괜히 얼굴이 빨개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나 스스로를 위해서나, 새로 시작한 교회를 위해서나 모두 잘 된 일이지 싶었다. 힘들기는 하겠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더욱더 선하고 올곧은 길을 다져갈 수 있는 까닭에서다.

 

그렇기에 요즘들어 더욱 절실하게 그런 꿈을 품고 있다.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 흉내 내지 않고 지역주민들에게 좋은 유익을 끼칠 수 있을까? 나만이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답고 선한 일이 무엇일까? 그런 일을 꿈꾸고 하다보면 언젠가는 꽁돈 60만원보다도 더 값진 것을 얻는 날이, 황금 알을 낳는 거위보다도 더 선한 일을 만날 날이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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