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 21세기에 끌려오다 - 21세기의 마르크스는 어떤 세상을 꿈꿀까
마토바 아키히로 지음, 최민순 옮김 / 시대의창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미국의 리먼 브라더스가 흔들리자 세계 금융시장이 들썩였다. 자본은 그렇듯 한 국가를 넘어 초국적인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다. 자본은 국경을 넘은 지 이미 오래다. 때로는 자본이 이주노동자를 불러 모으기도 하고, 자본이 값싼 노동력 시장으로 몰려가기도 한다.

자본은 점차 인간을 도구로 삼는다. 대학은 상아탑이 아니라 직업훈련학교가 되어 있고, 학생들은 전공과는 상관없는 시간제 아르바이트에 목숨을 건다. 자살자와 실업률은 해마다 치솟고 있고, 상층계급과 하층계급의 양극화는 심화되고, 하층민의 숨통은 헉헉 막힐 뿐이다. 

이러한 때에 마르크스는 뭐라고 소리치겠는가?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와 1991년의 소련 붕괴 후, 마르크스는 한물 간 것 같지만 21세기인 오늘 부활하고 있다. 마르크스는 당시 영국을 바라보면서, 자본주의가 세계 속에 확산되는 정점에 설 때에 붕괴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오늘날 초국적 자본시장이 정점으로 치솟고 있는 이 시대를 이미 갈파한 것이다.

마토바 아키히로의 <마르크스, 21세기에 끌려오다>는 현대의 다양한 문제를 마르크스라면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한 시각에서 풀어쓴 책이다. 일국자본주의와 세계자본주의, 노동자의 중산계급화, 글로벌리제이션의 다섯 가지 모순, 마르크스의 계급투쟁론과 변증법적 유물론, 경제투쟁과 정치투쟁의 합일화, 국가를 넘어 연대하는 노동조합 등을 현대적 감각에 맞추어 담아내고 있다.

“이 책은 21세기의 현재를 마르크스라면 어떻게 볼까 하는 문제를 그의 이론에 접목시키고 그것을 현대의 여러 이론으로 대체·적용하면서 분석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물론 그가 다시 태어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므로 그것은 어디까지나 마르크스 연구자인 나를 통해 되살아나는 것이다.”(프롤로그)

소련형 공산주의가 왜 ‘자본제국’에 잠식되었을까? 저자는 ‘자본제국’에 저항하려면 그와는 다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데 오히려 자본주의의 글로벌리제이션에 잠식되었다고 진단한다. 더욱이 ‘자본제국’은 외부에 식민지 등의 비자본주의 사회를 두고 키우지만 소련은 그것을 자국 내부에 두고 있었고, 자원의 재배분에도 소홀했기 때문에 무너졌다고 진단한다.

이 같은 것은 마르크스의 <정치경제학 비판 요강>에서 “자본은 야만의 지역을 세련된 지역으로 바꾸어간다(자본의 문명화)”고 이야기했던 부분이 오늘날 재해석되어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본이 상품과 노동력을 착취하여 외부에 팔아넘기고 있는 일이다. 그것을 소련은 자국 내에서 해결하려고 했기 때문에 시스템 상에 문제가 터졌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는 어떠할까? 우리나라의 자본은 금융계와 부동산 토지에 집중하고 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해 부동산에 완전 쏠려 있다. 돈줄을 쥐고 있는 상층계급들은 아파트와 집과 땅이라는 ‘내부’ 자본에 몰려들게 될 것이다.  더군다나 현재도 집이 남아 돌고 있는데도 더 개발한다고 하니 누가 침을 흘리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것은 ‘외부’의 비자본주의 사회로 진출할 수 없는 일이기에 소련처럼 붕괴될 소지가 있다. 지금의 ‘내부’ 토건개발국가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진짜로 무너질 수 있는 일이다. 더욱이 자원의 재분배 장치가 소홀했던 소련처럼 토건과 같은 엉뚱한 곳에만 쏟아 붓는다면 그만큼의 경제는 더 빨리 침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마르크스가 <공산당 선언> 4장 마지막 부분에서 “모든 지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고 외쳤던 것처럼, 지은이는 ‘모든 나라의 노동자’들이 단결하여 연대할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른바 노동자들과 중산층과 서민층의 국제적 연대가 그것이다.

그러나 어려운 문제다. 오늘날 우리나라만 봐도 기업 내에 포섭된 노동자들은 자본의 명령에 종속되어 있다. 중산층이나 하층민들도 내 집 마련을 일평생의 꿈으로 삼고 있지 않는가? 노동자들은 순종적인 기업의 전사로, 중산층과 서민들은 정치선동의 열렬한 순종자로 길들여져 있다. 

이러한 암울한 21세기 사회 속에서 마르크스의 그 외침은 어떻게 작용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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