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휴머니즘 - 스티븐 제이 굴드의 학문과 생애
리처드 요크.브렛 클라크 지음, 김동광 옮김 / 현암사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스티븐 제이 굴드는 2002년 5월에 타계했다. 그는 생전 1974년부터 2001년까지 장기간 연재한 칼럼과 스물네 권의 저서를 남겼다.

그는 고생물학과 진화생물학을 위해 평생을 바쳤다. 한편으로 한 사람의 과학자로서 행동하는 양심이기도 했다.

가령 "민중을 위한 과학"이라고 알려진 SESPA (Secientists and Engineers for Social and Political Action)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가하면, 학생들의 반전 시위에 참여하기도 했다.

저자 두 사람은 굴드의 학문에 깊은 인상을 받은 바 있다고 고백한다.

 

"우리 두 사람은 굴드의 연구에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접근했지만, 둘 모두 그 과정에서 굴드의 학문적 열정을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자연에 대한 사랑과 인간에 대한 관심에 매료되었다." - 9쪽

 

이들은 굴드의 세계관과 지식철학에 관해 진지하게 평가하면서 자연학 진화론과 관련된 몇 가지 주요 쟁점을 검토한다.

이 책의 1장부터 4장까지는 굴드의 연구 전체를 관통하는 네 가지 주요 주제, 즉 역사적 변화의 속도, 자연 질서의 구조적 기반, 역사의 우연적 성격, 자연 과정의 다층적 특성을 살펴본다. 저자들은 이들 주제를 굴드의 과학, 그리고 진화에 관한 그의 연구와 이론화라는 맥락 속에서 설명한다.

이어 5장부터 8장까지는 생물학적 결정론에 대한 굴드의 비판과 휴머니즘에 대한 그의 존중을 탐구한다. 특히 굴드 특유의 과학철학에 대한 평가를 통해 굴드가 자연과학에 끼친 철학적인 공헌들을 조명하고 그러한 공헌이 사회과학과 인문학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본다.

굴드는 과학과 인문학이라는 위대한 두 전통의 접점에 위치해 있었다. 그는 그가 살았던 시대의 위대한 지식인 중 한 사람으로, 과학과 인문학 양쪽 모두를 깊이 이해했고, 인간 조건을 이해하기 위해 이 두 가지를 이용하려고 애썼다.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해 굴드가 자연과 인간에 대해 뛰어난 통찰을 지녔으며, 그의 연구가 과학과 인문학 모두를 풍성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펼쳐보인다.

굴드는 기존 과학 전통에 진취적인 비판을 가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가령 우익(사이비) 과학에 대해 통렬한 비판을 가하는 한편, 다윈의 진화론에 관해서 큰 틀에서는 옳다고 인정하면서 다윈의 일부 가정과 결론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했다. 또한 에드워드 윌슨이 주창한 환원주의에 기반한 통섭에 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그의 주장은 자연이 사회적 평등을 방해하지 않으며, 우리 인간은 자유롭게 우이 자신의 세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굴드가 사회생물학과 그 밖의 사회적 현상을 비판한 것은 평등을 자연의 법칙으로 설명하려는 다른 종류의 생물학적 결정론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정신과 사회의 위대한 유연성을 인정하는 생물학적 "잠재론"의 주장이다." -247쪽

 

이렇듯 그는 현상과 기존 지배질서 유지를 인정하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려 끊임없이 노력했다. 물론 그런 열정의 기저에는 인간에 대한 사랑, 인간성의 회복에 있었다.

최근 가습기 살균제의 피해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옥시 측은 성분 물질의 인체 유해성과 관련한 데이터를 조작하거나 은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하여 저자들의 지적은 의미심장하다.

 

권력자가 연구에서 얻은 발견을 자신들의 이데올로기에 부합하도록 만드는 데 사용한 가장 뻔뻔스러운 방법은 데이터를 조작하거나 연구 결과를 부풀리거나 부정하게 은폐하는 것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기 쉬운 까닭은 과학 연구의 상당 부분이 사회적으로 특권적인 배경을 가진 사람, 또는 기업이나 그 밖의 엘리트 집단의 이해관계로 뒷받침되는 사람들에 의해 수행되기 때문이다. 힘 있는 자들이 과학 연구에 미치는 유해한 영향은 미국의 경우 조지 W. 부시 대통령 재임 시절에 특히 두드러졌다.

당시 행정부는 정부 연구자들의 과학적 발견, 특히 전 지구적 기후변화에 대한 그들의 연구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조작했고, 다른 연구자들이 침묵을 지키도록 위협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에 의한 악명 높은 과학 지식 왜곡이 워낙 두드러져 주목을 끌 뿐이지, 그 밖에도 알아차리기 힘들게 과학이 조작되는 방식은 수없이 많으며, 그런 경우가 훨씬 더 치명적인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굴드가 보여주었듯이, 반동적인 이데올로기의 폐해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과학 연구에 스며들고 있다. - 146~147쪽

"스티븐 제이 굴드의 괄목할 만한 연구를 사려 깊고 통찰력 있게 서술한 이 책의 출간은 무엇보다 기쁜 일이다." - 놈 촘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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