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을 지켜 낸 사람들
이향안 지음, 홍정선 그림 / 현암사 / 201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44년 파리를 점령하고 있던 독일군 폰 콜티즈 최고사령관은 히틀러에게서 직접 특별한 명령을 받았다.

 

“파리에서 후퇴할 때, 도시의 모든 기념물과 주요 건물을 하나도 남김없이 폭파하라!”

 

폰 콜티즈는 고민에 빠졌다. 오랜 역사의 도시를 폭파하면 프랑스의 역사와 유물이 사라질지 몰랐다.

 

“파리는 불타고 있는가? 어서 파리를 불태워! 이건 명령이다!” 히틀러는 재촉했다.

“예! 파리는 불타고 있습니다.” 콜티즈는 히틀러에게 거짓 보고를 했다. 그리고 연합군이 파리에 입성할 때 그는 부하들과 함께 항복했다.

 

나중에 그가 파리를 불바다에서 구해 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파리 시민들은 콜티즈에게 감사장과 명예시민증을 안겨주었다. 그가 죽었을 때 수많은 프랑스 명사들과 외교관들은 장례식에 참가해서 다시 감사를 표하고 명복을 빌어 주었다.

 

이 책은 보물을 지켜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펴낸 것이다. 조선시대 보물을 지켜낸 간송 전형필과 임진왜란 때 유일하게 남은 조선왕조실록 전주본을 지켜낸 안의와 손홍록 이야기는 자랑스런 우리 유산을 다시 되돌아보게 한다.

 

전쟁의 참화 속에서 인류의 보물을 지켜낸 모뉴먼츠 맨, 아프칸의 내전 때 약탈당할 뻔했던 카불 박물관의 황금유물을 수호한 7인의 직원, 앙코르와트와 아부심벨 등 고대 유적을 보호하기 위한 캄보디아 정부와 유네스코의 노력 등도 빠지지 않았다.

 

간송 전형필은 스승 오세창 스승의 말을 늘 가슴에 간직했다고 한다. “문화 수준이 높은 나라가 낮은 나라에 영원히 합병된 역사는 없지. 그것이 바로 문화의 힘이라네. 우리 힘으로 문화유적을 지켜 내야 하네.” 간송 미술관에는 국보 12점과 보물 10점 등 많은 문화유산들이 보존되어 있다.

 

지난 주말 아들과 함께 국립중앙박물관에 다녀왔다. 아들은 박물관에 소장된 문화유산들을 하나하나 유심히 살펴보았다. 도슨트 선생이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잘 설명해 주었다. 오늘날 우리가 소중한 유산들을 맘 편히 지켜 볼 수 있는 것도 이를 지켜내려 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수고와 헌신 때문일 것이다.

 

한편 영국이 가져간 파르테논 마블스(대영박물관 소재)를 되찾기 위해 평생을 바쳤던 멜리나 메리쿠리의 일화는 참으로 눈물겨웠다. 그녀는 1980년대 그리스 문화부장관을 역임하면서 밀로의 비너스(루브르 박물관 소재) 등 외국에 빼앗긴 그리스의 보물을 되찾기 위해 혼신을 다했다! 하지만 아직도 작품을 소유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되돌려주지 않고 있다.

 

아들은 이 책을 읽으며 인류의 보물을 지켜내기 위해 애썼던 많은 선각자들을 알게 되었다. 물론 오늘까지 그 노력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아빠, 우리나라에 멋진 유물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응 그렇지? 잘 보존해서 후손들에게 길이 물려주어야겠지?” 아들의 눈이 초롱초롱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