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 히라타 오리자 희곡집 3
히라타 오리자 지음, 성기웅 옮김 / 현암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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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타 오리자가 쓴 서울시민연작. 여기서 말하는 서울 시민은 일제 시대 식민지 수도 서울에 거주했던 일본인들을 말한다.

이번 작품집
서울시민」(희곡집이다)1도쿄노트2과학하는 마음(이상 2013년 현암사)에 이어 3권 째.

서울시민연작은 3대에 걸친 30년 동안의 가족사를 담고 있다. 작가는 20년이 넘는 시간에 걸쳐 5부작으로 완결되었다. 책 앞쪽에 실린 서울시민 가계도(18~19)를 확인해 두자.

1909
년을 배경으로 한 첫 작품 서울시민1989년에 나왔다. 그리고 두 번째 서울시민 19192000년에, 세 번째 서울시민·쇼와 망향 편2006년에 초연되었다. 마지막으로 2011년에 서울시민 1939·연애의 2중주상파울루 시민이 새로 더해져 대망의 5부작이 완성되었다. 3권에는 서울 시민 연작 4(상파울루 시민제외)이 실렸다.

난 게중에서
서울시민 1919를 먼저 읽는다. 마침 2003년에 극단 연희단거리패의 공연으로 서울에서 우리말로 상연된 바 있었다. 내용을 펼치니 등장 인물의 소개(21명이나 된다), 대사를 말하는 요령 그리고 무대 구조가 설명되어 있다. 희곡은 134쪽이다.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기에 적당한 분량이다.

 

▲「서울시민 1919」의 한 장면


이야기의 무대는 제목에 암시되어 있듯이 191931일의 ‘3·1 독립운동바로 그날 오전이다. 조선인 유학생들이 도쿄 칸다(神田)에서 독립선언을 한 내용도 언급된다. 하지만 서울시민들은 그날도 삼시 세끼와 스모 이야기로 여느 일상과 다를 바 없이 하루를 보낸다.

서울 시민들은 당시 조선 백성들이
만세! 만세!” 하고 거리로 쏟아져 나온 것을 보고 무슨 축제가 있느냐며 어리둥절해 한다. 당시 그들은 조선의 사정에 무심했다. 아니 애써 외면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바로 여기에 히라타 작품의 백미가 드러난다.

가능한 한 웃음의 요소와 음악을 많이 넣어 시끌시끌한 연극이 되게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시끄럽게 떠들면 떠들스록 식민지 지배자의 골계적인 고독을 부조해 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죠.” - 604

히라타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 보자
. “서울시민 시리즈에는 잔인무도한 군인도 극악한 상인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여기에서 그리고 있는 것은 지극히 평범한 시민의 모습입니다. 그 시민들의 무의식이 식민지 지배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을 되풀이해서 그려내고 있습니다.”(6)

작품을 우리말로 옮긴 연출가 성기웅도 적극 거든다
. “남의 나라 땅의 수도에 와서 너무나도 자연스레 일본인다운 일상생활을 영위해 나가는 이 이방인들의 모습은 한국 독자들에게 이질감과 당혹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나는 이 이야기의 개연성이 퍽 높다고 여기고 있다.”(10)

 

▲김미옥과 박관례가 「안개 이슬을 부르고 있다.

 

 앞서 히라타가 이야기했듯이 서울시민 1919에는 노래가 몇 곡 나온다. 가령 김미옥과 박관례가 함께 부르는 <안개 이슬(the Foggy Dew)>(165). 이 노래는 아일랜드 독립을 상징하는 노래 아닌가. 히라타는 일제에 조국을 빼앗긴 김미옥과 박관례의 한을 노래로 대신한 것이리라.

마침 두 사람이 마주 보며 노래하는 무대 사진
(두 사람 모두 한복을 입고 있다)도 실려 있어 어딘가 애잔함을 느끼게 한다. 한편으로 히라타 이 사람 뭐야?’ 하는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무대는 일본인 등장인물 셋이
<도쿄 타령>을 부르면서 페이드아웃된다. 물론 가사는 조선과 경성을 배경으로 바꾸었다. 결국 서울시민들은 조선 지배가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 믿으며 그 일상을 여흥과 함께 즐기는 것이다.

그나저나 내 관심사도 있고 해서 내처 희곡집
2권을 읽으려 한다. 과학에 관련된 희곡이라니 도대체 히라타 이 사람 뭐야?

 

▲히라타 오리자(왼쪽)와 성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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