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숨 쉬는 우리 성곽
윤민용 지음, 심승희 그림 / 현암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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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답사 여행을 다닐라치면 우리 주변 보다는 멀리 떠나기 마련이다. 가까이 있는 곳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쉽게 찾을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리라. 그러다보면 까맣게 잊어버리거나 한참 뒤에나 찾게 된다. 행복도 우리 곁에 있듯 정작 볼만한 것은 주위에 수두룩하다.

 

이 책은 그간 잊고 있던 진리(?)를 되새겨 주었다. 서울 이남에 사는 우리 가족이 한양도성(지금은 서울성곽)을 언제 살펴볼 기회가 있었던가 싶다. 서울은 500여 년간 조선의 도읍지였다. 당연히 외침이나 내란에 대비하여 도성을 쌓고 사대문을 열었다.

 

우리나라는 전 국토의 70퍼센트가 산지로 이루어졌다. 기원전 1000여 년 전부터 조선 시대까지 2000여 개가 넘는 산성이 지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자연 지형을 이용해서 방비를 튼튼히 하려는 것은 선조들의 지혜에서 비롯된 것.

 

 

성곽은 어떤 행정 단위, 시설물이 들어서느냐에 따라 불리는 명칭도 제각기 달랐다. 가령 도읍지를 둘러싼 성곽은 도성, 지방 행정의 중심지인 관아에 쌓은 성은 읍성, 바다를 지키는 수영이나 병영 등 군대가 주둔하기 위해 쌓은 성은 진성, 창고를 보호할 목적이면 창성, 국경선을 따라 길게 쌓으면 장성이었다.

 

한양도성을 중심으로 서북쪽에 북한산성을 쌓고 남동쪽에는 남한산성을 두어 도읍지의 방어가 여의치 않거나 무슨 변고가 생겼을 때 임시 수도 역할을 하게 했다. 그래서 한양도성이라 할 경우 지금의 서울성곽과 두 산성을 모두 일컫는다.

 

구성은 모두 세 파트로 되어 있다. 첫 번째 성곽의 유래와 구조, 두 번째 한양도성 답사 마지막으로 두 외곽 산성(남한산성·북한산성)을 다룬다.

 

 

책은 윤민용이 쓰고 심승희가 그렸다. 윤민용 작가는 기자 생활을 12년간 하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한국미술사를 공부하고 있고, 심승희 작가는 여러 곳에서 만화를 강의하고 있다. 두 콤비의 만남은 우리 아이에게 자랑스레 내놓을만한 능준한 책으로 열매를 보았다.

 

한때 아들과 함께 순천에 있는 낙안읍성을 찾은 적이 있었다. 읍성과 마을이 전통 양식대로 잘 보존되어 있어 보는 멋도 배우는 재미도 솔솔했다. 특히 옛날 사람들이 살던 당시 풍물도 그대로 전시되어 있어 아들은 신기한 듯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가령 관아에 들어서면 곤장 맞는 죄인의 모습이 재현되어 있더라. 낙안읍성 외에도 해미읍성, 순창읍성, 동래읍성 등 여러 읍성이 잘 복원되어 있으니 우리 역사의 소중함을 살피기에 부족함이 없겠지 싶다.

 

 

이제는 이 책을 들고 한양도성을 거닐어봐야겠다. 아이와 함께 산책하듯 성곽길을 걷고 보물찾기하듯 유물을 살피면 어느새 우리 것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가르쳐 줄 수 있지 않을까?

 

아이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자라서 역사학자가 될 수도 있고, 고고학자나 박물학자가 될 것도 같다. 하나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이런 책이 아이의 가능성에 불씨를 지필 수 있다는 것.

 

맨 뒤에 덧붙여진 ‘서울 한양도성 관광안내지도’는 자체로도 하나의 작품이다. 이는 두 작가와 편집 팀이 얼마나 세심히 공을 들였는지 능히 짐작할 수 있겠다.

 

본문은 아빠 엄마가 들려주듯 살갑게 짜여 있다. 적절한 사진과 그림은 제대로 보고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한양도성의 미학적 아름다움과 역사적 애환에 대한 상식도 풍성하다. 아들과 함께 이 책을 읽으매 부자지간에 또 하나의 이야깃거리가 생겨서 더 반갑다.

 

가까운 주말에 신발 끈 동여매고 작은 배낭 하나 걸쳐 성곽길에 나서야겠다. "아빠, 같이 가요!" 북한산 둘레길은 덤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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