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학의 가장자리에서 - 세계문학이란 무엇인가 세계문학을 둘러싼 대논쟁 우리 시대의 주변 횡단 총서 6
김경연.김용규 엮음 / 현암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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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의 가장자리라니?

우선 나는 이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골몰한다. 세계문학은 무엇인가? 세계문학의 가장자리라면 중심부도 있다는 말인가?

 

세계문학하면 나는 언뜻 괴테도 익히 얘기했듯이 한 민족이나 한 국가에서 탄생한 문학이 세계 사람들이 공감할만한 일반적인 사유나 보편적인 인간성을 추구한 문학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세계문학에 중심부나 가장자리가 있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김용규 교수의 서론을 먼저 읽어 본다. 김 교수에 따르면 작금의 세계문학은 세계시장을 염두에 두고 소비가능성과 번역가능성을 충족시키는 맞춤식 작품이 양산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가령 세계적 작가들은 주제의 선택은 물론이고 형식과 스타일까지 결정하고 쓴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유희석과 이현우(로쟈)가 나누는 세계문학 네 가지 범주를 각각 소개(자세한 것은 책 참조)하면서 이들의 공통점으로 괴테가 말한 세계문학에서 문제적이거나 대안적인 것을 찾는다는 것이다. 조금 어렵다. 괴테의 정의가 단순한 게 아닐 거라는 생각에 미쳤다.

 

그래서 본문 중에 세계문학에 대한 괴테의 생각을 더 읽을 수 있을까하여 목차를 찾아본다. 다행스럽게도 충북대 문광훈 교수가 쓴 이 재앙의 지구에서: 오늘의 세계문학(245~274)에서 자세히 언급되어 있다.

 

문 교수에 따르면 괴테의 세계문학론이 지난 함의는 궁극적으로 자기 앎과 자기 판단, 자기 이해 그리고 자기 제어에 대한 역설이었다. 나아가 괴테의 세계문학론이 중심과 주변, 민족문학과 세계문학의 문제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재앙(대지진 같은)의 지구 현실을 총체적으로 성찰하고, 이후를 모색하는 유의미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

 

나는 다시 서론으로 돌아온다. 여담이자만 서론에서 본론으로 몇 번 왔다 갔다하다 보니 흐름도 끊기고 생각도 흩어지는 느낌이 들어 서론 전체를 아예 복사해서 밑줄 그으며 정독했다.

 

 

김 교수는 기존의 세계문학은 유럽 중심적 근대성과 서양의 제국주의 시각을 은근히 전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서구적 근대성에 대한 비판적 각성은 우리로 하여금 자신의 문학 행위를 ‘세계적’인 것으로, 우리 문학을 세계문학의 한 부분으로 인식할 수 있게 해 주었다고 평가한다. 어떻게 보면 어느 국가나 민족에게도 이와 같이 적용되는 것이리라.

 

하지만 우리 문학과 세계문학 간에는 주체와 대상의 자리를 주고받는 긴장이 여전히 존재한다. 바로 여기에 세계문학의 중심부와 가장자리라는 개념이 중심을 이룬다. 사실 중심부주변부라는 용어는 피에르 부르디외와 페르낭 브로델이 쓰기 시작한 것으로, 파스칼 카자노바가 세계문학론을 논하면서 이 용어를 빌려 쓰고 있다. 그녀에 의하면 세계문학은 정치경제적 영역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율적이고, 다양한 언어 체계, 미학 체계, 장르들이 헤게모니 획득을 위해 투쟁을 벌이는 공간이다.

 

이제 세계문학의 가장자리라는 의미는 좀 더 명확해진다. 서구적 근대성과 문학적 권력성을 앞세운 세계문학의 중심부와 상대되는 개념이다. 그렇다면 그 실천적 함의는 무엇일까?

 

김 교수는 이를 위해 로버트 J. C. 영의 말을 빌려 설명한다. 영은 현재 뉴욕대학의 영문학과와 비교문학과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포스트식민주의와 관련하여 국제적 명성이 높은 이론가다. 영 교수에 따르면 포스트식민문학은 지금도 영향력을 미치고 식민 권력과 식민주의의 지배와 억압에 맞선 저항의 문학이다. 따라서 서구 중심의 심리적 기준에 근거하는 세계문학과 달리 포스트식민문학은 정치적이고 당파적이며 비판적이라는 것이다.

 

프레드릭 제임슨은 제3세계는 서구 중심의 문화제국주의의 지배에 맞서 생사를 건 투쟁을 벌인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런 공통적 미적 형식을 민족적 알레고리로 명명하였다.

 

영과 제임슨이 말한 논지의 현대적 함의는 포스트식민주의와 민족적 알레고리는 전 세계의 수많은 지역들로 확장되어 왔다는 것이다. 또한 영과 제임슨은 그들의 문제의식이 지역과 민족의 특성에 따라 다기하게 진행되어 왔다고 보면서, 이런 개별적 특수성 속에서 세계적 보편성을 추구하고자 한다.

 

김 교수는 두 사람의 지적 자산을 계승하여 이제 보편적인 모색은 서구적 근대성에 바탕을 둔 지구적 구상들에서 오기보다는 그것을 지역 현실에 맞게 주체적으로 번역하는 지역적 역사들과 힘으로부터 비롯한다고 정리한다.

 

결국 세계문학의 가장 보편적인 세계는 세계문학의 중심부나 제1세계의 부유한 삶의 모습이 아니라 바로 식민 극복이나 왜곡된 체제의 고통을 감당하고 견뎌내는 보편적인 주변부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저자는 문화적 중심부와 주변의 관계는 단순히 이원 대립적 관계보다는 변증법적 관계를 통한 읽기가 필요하다고 당부한다.

 

이 책은 현암사와 부산대학교 인문학구소가 의욕적으로 펼치는, 근대성 극복을 위한 계기를 중심부가 아닌 주변과 주변성에서 찾고자 하는 <우리 시대의 주변/횡단 총서> 여섯 번째 권이다.

 

장기 불황의 여파로 삶이 점점 빈궁해져 가는 요즘, 인간과 사회 그리고 생존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은 더욱 중요해졌다. 뜨거운 열정을 불태운 여러 저자와 현암사 측에 각별한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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