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정리
세드릭 빌라니 지음, 이세진 외 옮김 / 해나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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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제27차 세계수학자대회는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대회 첫째 날인 8월 13일 필즈상 수상자 4명이 발표되었다. 이들은 첫 여성 수상자 마리암 미르카지니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를 포함해서 브라질 출신의의 아르투르 아빌라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 석학연구원, 오스트리아 출신의 마틴 헤어러 영국 워릭대 교수, 그리고 만줄 바르가바 미국 프린스턴대 석좌교수였다. 매 4년마다 열리는 이 대회는 개최국 대통령이나 행정수반이 시상을 담당한다.

 

제26차 대회는 2010년 8월 19일 인도 하이데라바드 호텔에서 열렸다. 이 대회에서 수상자 중 한 명은 세드릭 빌라니였다. “세드릭 빌라니는 비선형 란다우 감쇠와 볼츠만 방정식에 대한 균형수렴 증명으로 필즈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이름이 거대한 홀에 울려 퍼졌을 때 어떤 느낌이었을까?  뭇 사람들이 다 궁금했을 것이다. 빌라니는 수상 후 인파에서 벗어나 잠시 호텔방으로 올라갔다. 호텔 전화와 휴대전화를 번갈아 받아가며 4시간 연속으로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답했다고 전한다. “필즈상을 받으니 어떠십니까?”

 

빌라니는 1973년 프랑스 출신으로 파리 고등사범학교를 졸업한 후 왕성한 연구 활동으로 유럽수학회상(2008), 페르마상(2009), 푸앵카레상(2009)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이 책은 그가 클레망 무오와의 공동 연구로 필즈상을 받게 된 여정을 직접 그리고 있다. 2008년 3월부터 2011년 2월까지 3년간 자신의 연구 과정을 묘사한 일기 형식이다.

 

마치 2002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일본의 샐러리맨 다나카 고이치의 글을 보는 듯 했다. 하지만 둘 사이에 차이는 있다. 다나카가 쓴 글은 자신이 수상 후 소회를 적은 것이라면, 빌라니는 상을 수상하기 전에 연구 과정을 꼼꼼하게 기록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 책을 통해 한 수학자의 삶이란 어떤 것인지, 수학자의 일상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수학적 업적은 어떻게 성취되는지 잘 알게 된다.

 

빌라니가 연구한 분야는 란다우 감쇠와 볼츠만 방정식이다. 내게는 생소한 분야가 아닐 수 없다. 다행히 책 말미에 용어 설명 코너가 있어 얼핏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란다우 감쇠란 플라스마를 통과하는 전자기파가 입자 간 충돌이나 마찰이 없는데도 에너지를 잃고 속도가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러시아의 레프 란다우가 이 현상을 발견했기에 ‘란다우 감쇠’라고 명명되었다.

 

한편 볼츠만 방정식은 평형 상태가 아닌 기체 분자들의 동역학을 설명하는 방정식으로 오스트리아의 루트비히 볼츠만에 의해 고안되었다. 이 방정식은 기체 분자의 분포 상태를 보여주는 것으로 열역학에서 널리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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