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역학의 법칙 - 수학으로 배우는 법칙 시리즈 2
Transnational College of LEX 지음, 강현정 옮김, 곽영직 감수 / Gbrain(지브레인) / 201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만든 '트랜스내셔널 칼리지 렉스(transnational college of lex)'는 내게 무척 낯설다. 이게 뭔가 싶어 골똘히 들여다본다. 다행히 머리말에 상세히 소개되어 있다.

 

도쿄 시부야 소토에 있는 7층 짜리 건물 2층에 히포 패밀리클럽 본부가 있다. 이 클럽은 일본어, 영어, 한국어, 스페인어, 불어, 중국어, 독어 등 7개 언어와 최근 이탈리아어, 러시아어, 태국어와 말레이시아어 등을 자연스럽게 배우며 세계 사람들과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 일본 전국에 클럽 지부가 있는 모양이다.

 

또한 클럽에는 연구 부문인 히포 대학, 트랜스내셔널 칼리지 렉스(일명 트래칼리)가 있다. 트래칼리에는 2011년 기준으로 50명 정도의 학생이 있고, 각 분야의 최고 선생님들이 강의한다말 그대로 '평생 학습'에 재미를 붙인 이들이 모인 곳이 아닐까 싶다. 이채롭기도 하고 흥미도 가는 그룹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은 물리학, 화학, 의학 등 기초학문의 내공이 세계적 수준이다. 노벨상 수상자를 봐도 작년말 기준으로 물리학상 7, 화학상 7, 생리의학상 2명 등 16명이다. 세계적 석학들이 대중을 대상으로 알기쉽게 강의했다고 하니 얼마나 흥미진진했을까?

 

한편 히포 패밀리클럽 회원들은 푸리에의 법칙에 빠져 지적 모험에 나섰고, 그 결과를 정리하여 책으로 냈다. 일명 수학으로 배우는 파동의 법칙(원제 푸리에의 모험). 이 책은 지난 2010년 국내에도 소개되었다. 이번에는 그 후속 작업으로 양자역학을 파고들었으니.

 

'양자(量子)'란 모든 물질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를 뜻한다. 가령 전자, 광자, 양자(陽子) 등을 일컫는다. ‘양자역학이란 눈으로 볼 수 없는 양자가 자연 속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수식이라는 언어를 통해 기술하는 것이다.

 

책은 '양자역학을 둘러싼 모험'에 관한 것이다. 복잡한 이론과 수식을 만화를 곁들여 간명하게 설명하고 있다. 책 이름 수학으로 배우는 양자역학의 법칙을 보면 제대로 방향을 잡았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물리학은 실험이 우선이고 그 결과를 이론적으로 설명한다. 이때 다양한 수식, 가령 하이젠베르크의 수식, 슈뢰딩거의 수식, 플랑크의 공식 같은 것이 사용된다. 이렇게 잘 만들어진 이론은 거꾸로 무엇을 관찰하고, 실험할 지 인도하는 등대 역할을 하게 된다. 실험-이론 사이에 뫼비우스의 띠 같은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산파가 바로 수학이다.

 

1905년 아인슈타인은 플랑크의 공식(E=nhv)을 보고 '빛은 입자'라는 가설(광양자 가설)을 생각해 낸다. 이는 뉴턴의 고전역학을 뒤집어엎을 정도의 큰 번뜩임이었다. 이때 그는 스위스 소도시 특허청에서 일하던 26세 아마추어 물리학자였다.

 

이 일화를 보면 어떤 현상이나 실험 결과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멋진 공식은 또 다른 착상이나 발견으로 이끌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공식이 만들어진 과정을 따라가거나 그 공식으로 정립된 이론을 파악하는 것은 묘한 설렘을 안겨준다.

 

대학원에서 경제학 공부를 하면서 기초가 되는 경제 수학을 공부하던 때가 있었다. 특히 미시 경제학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함수와 미분 방정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학 공부가 필수였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양자역학 같은 물리학 분야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 현상이나 실험 결과를 이론으로 정립하기 위해서는 수학적 기법이 중요하다. 나는 그간 어렵게만 느껴지던 양자역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되어 어찌나 반갑고 좋았던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양자역학의 발전에 기여한 과학자들의 일생에 대해서 좀 더 다루었으면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근 800여 쪽에 이르는 방대한 양을 줄이기 위해서는 가지치기를 할 필요도 있었겠다싶다.

 

말미에는 '히포 10주년 특별 대담'이 덧붙여져 있다. 이 자리에는 막스 플랑크, 아인슈타인, 닐스 보어, 하이젠베르크, 드브로이, 슈뢰딩거 등 양자역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석학들이 가상으로 참여한다. 각자의 이론을 대담 형식으로 펼치는 향연이어서 읽는 재미를 더한다.

 

이제 나는 이 책을 아들에게 권하고 싶다. 히포 패밀리클럽이 작업한 다른 책들도 얼른 보고 싶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