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포도밭
허은순 지음, 박은지 그림 / 현암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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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성경에 나오는 나봇의 포도밭’(열왕기상 211~6)을 동화로 꾸민 것이다.

"이스르엘 사람 나봇에게 이스르엘에 포도원이 있어 사마리아의 왕 아합의 왕궁에서 가깝더니,

  아합이 나봇에게 말하여 이르되 네 포도원이 내 왕궁 곁에 가까이 있으니 내게 주어 채소 밭을 삼게 하라. 내가 그 대신에 그보다 더 아름다운 포도원을 네게 줄 것이요, 만일 네가 좋게 여기면 그 값을 돈으로 네게 주리라.

  나봇이 아합에게 말하되 내 조상의 유산을 왕에게 주기를 여호와께서 금하실지로다 하니,
이스르엘 사람 나봇이 아합에게 대답하여 이르기를 내 조상의 유산을 왕께 줄 수 없다 하므로 아합이 근심하고 답답하여 왕국으로 돌아와 침상에 누워 얼굴을 돌리고 식사를 아니하니,
  왕이 그에게 이르되 내가 이스르엘 사람 나봇에게 말하여 이르기를 네 포도원을 내게 주되 돈으로 바꾸거나 만일 네가 좋아하면 내가 그 대신에 포도원을 네게 주리라 한즉, 그가 대답하기를 내가 내 포도원을 네게 주지 아니하겠노라 하기 때문이로다."

 

나는 우선 표지에서 압도되었다. 그림이 여느 동화책 못지 않게 고풍스러우면서도 고급스럽다. 포도 넝쿨이 앙증맞은 집과 마을을 둘러싸고 있다. 마을은 모두 세 곳인데, 이는 동화에 등장하는 세 아들처럼 성부(聖父), 성자(聖子), 성령(聖靈) 등 삼위일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표지를 열면 마치 향그런 포도밭이 펼쳐진 마을로 들어설 것만 같다. 실제로도 그랬다.

 

줄거리는 나봇의 포도밭과 거의 같다. 이 책을 이해하는데 도움외 될 듯 하여 간략하게 요약해 본다.

 

아주 탐스러운 포도밭을 가꾸는 농부가 있었다. 사람들이 그 비법을 물으니, "내게는 아들이 셋 있는데, 이 아이들이 포도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 것이 내게는 가장 큰 기쁨입니다. 나는 아이들에게 맛좋은 포도를 주기 위해 그저 열심히 땀 흘려 일할 뿐, 다른 비법은 없습니다. 우리 아버지가 어려서부터 내게 다디단 포도를 먹게 해 주셨으니 나도 아버지처럼 하는 것 뿐입니다."

 

 

소문을 들은 왕은 농부의 포도밭이 무척 궁금한 나머지 몸소 찾아가 보기로 하였다. 포도 맛을 본 왕은 듣던 대로 달기는 꿀보다도 달고, 향기롭기는 그 어떤 꽃보다도 향기로웠다. 그런데 달콤한 포도를 먹으면서 왕비는 은근히 욕심이 생겼다. 사실 농부의 포도밭이 탐나기는 왕도 마찬가지였다. 왕이 그 포도밭을 취하려고 농부에게 비싼 값과 높은 벼슬을 준다고 하여도 농부는 한사코 이를 마다하였다.

 

 

세 아들은 그런 아버지가 탐탁치 않았다. 첫째 아들은 농사짓는 대신 왕이 되고자 했고, 둘째 아들은 큰 부자가, 막내 아들은 학자가 되기를 원했다. 그러나 농부가 말했다. "다 좋은 일이나, 포도밭을 가꾸는 것만은 못하다. 세상 이치를 깨닫고 나면 알 일이다."

 

마침내 왕은 군사들을 농부의 밭으로 보냈다. 말을 몰고 온 군사들은 농부의 목을 베고, 포도밭을 강제로 빼앗았다. 그러자 몇 해가 지나도 포도밭에 포도가 한 송이도 열리지 않게 되었다. 화가 치밀어 오른 왕은 포도밭을 당장 불태우라고 명령한다. 왕은 세 아들을 찾아내어 분풀이를 하고자 하였으나, 이미 흩어져 도망간 아들을 찾을 길이 없었다. 왕은 대신에 애꿎은 백성들에게 화풀이를 해 댔다.

 

 

세월이 흘러 마침내 소원을 이룬 첫째와 둘째 아들이 아버지가 운영하던 포도밭에 들른다. 아버지의 포도밭에는 여전히 포도가 주렁주렁, 참으로 탐스럽게 열려 있지 않은가. 그 포도밭은 이제 셋째 아들의 아들이 운영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버지의 포도밭은 그 뒤로 젊은이의 자손에게 물려졌다. 그리고 이 포도밭에 대한 이야기는 꿀보다도 더 달고, 그 어떤 꽃보다도 더 향기로운 포도 향기와 함께 십 리, 아니 백 리 밖까지 멀리멀리 퍼져 나가 온 나라 백성을 기쁘게 하였다.

"그들이 이제는 더 나은 본향을 사모하니 곧 하늘에 있는 것이라. 이러므로 하나님이 그들의 하나님이라 일컬음 받으심을 부끄러워하지 아니하시고 그들을 위하여 한 성을 예비하셨느니라." (히브리서 11:16)


나는 짠한 감동이 밀려 왔다. 아들 녀석도 몰두해서 읽더니 너무 재밌다고 좋아한다. 허은순이 글을 쓰고, 박은지가 그림을 그렸다.그림도 성경의 가르침에 맞게 정갈하고 이국적이다. 포도밭의 주제를 잘 살려 참 운치있게 그렸다.

 

 

글쓴이 허은순은 2000년에 월간〈어린이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7년간 그림책 전문사이트인 애기똥풀의 집을 운영하다가, 지금은 맑은물어린이전문도서관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아이들 책을 항상 접하다 보니 더 좋은 책을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싶다. 그린이 박은지는 1991년〈르네상스〉에〈나는 깍두기를 발표하며 데뷔했다. 예명 '이빈'으로〈안녕 자두야,엄마는 단짝 친구〉등의 작업을 거쳤다. 이제 그녀의 노하우가 멋지게 드러나기 시작하는 것 같다.

'나봇의 포도밭'은 곧 하나님의 말씀이다
. 하나님의 말씀은 비싼 값과 높은 벼슬, 아니 그 무엇으로도 맞바꿀 수 없는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과 율법에 충실히 따르고 성령이 충만한 삶을 살진대, 그 향기는 온 천하에 퍼진다. 이는 "꿀보다도 더 달고, 그 어떤 꽃보다도 더 향기"롭다.

 

앞으로 이런 류의 동화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것이 이처럼 종교의 가르침이어도 좋고, 선인의 지혜이거나 우리 고전(古典)의 옛 이야기여도 좋다. 왜냐하면 향기로운 말과 글은 우리의 삶을 향기롭게 하고, 온 세상을 풍요롭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작은 이야기 큰 교훈, 너무 감사드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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