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암송 대회가 있었어요. 교사 아카데미에서 이런 교육을 받았었지요. 다 암송해 와서 테스트하는 성격으로 대회를 열지 말라구요.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말씀을 암송하는 것이니, 암송이라는 의미를 살리자는 거였지요.
그래서 쟁반노래방에서 따온 뿅망치 암송, 말씀 빈칸 채우기, 암호문 풀기 등등 예배 후 30분 동안 이것들을 다 진행하느라 정신없었답니다....
8구절 암송인데, 4구절엔 간식이 걸려 있고, 8구절 다 암송한 친구들에겐 선물도 걸려 있었지요.
교육관이 따로 없는지라 행사만 치르려먼 교회 앞의 공원 길바닥에 돗자리 펴고 앉아 진행하는데, 이제는 길바닥이 내 안방이거니 아무렇지도 않아요.
제가 속한 지파는 빈칸 채우기였지요. 주중에 문제는 다 준비해두었고 암송 간식이 과자라서 걸려있는 간식 제일 좋았지요, 통과하기도 제일 쉬웠고...아이들이 우루루 몰려서 정신없었습니다. 유년부 아이들이 80명쯤 되거든요.
그렇게 진행하고 있는데, 아들은 8구절 다 완성해 선물을 받아왔더군요. 흐흐, 2등으로 다 했답니다.
녀석 말이 웃겨요. "내가 2등인거 있지...이렇게 애들이 느린 줄 알았으면 그냥 빨리 할걸 그랬어."
녀석...분명 놀면서 했을 거에요. 그래서 자기가 중간 정도 되겠다 싶었는데, 다른 아이들이 너무 못하니 깜짝 놀랐을 거에요. 받아쓰기 문제 미리 다 내어주어도 한, 두번 해보고 틀리지 않으면 관두지요. 그래서 꼭 하나씩 틀려 90점을 받아와도 100점 맞겠다는 생각이 안 드는 애에요.
암만해도 교회 학교 일이니 엄마들이 암송을 제대로 봐주지 않지요. 그래서 8구절 모두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외워간 아이는 암호 풀 필요도 없이 금세 다 할 수 있었을 거에요.
그렇게 유년부 예배 마치고 아들이랑 간만에 쉬는 남편이랑 마트에 갔습니다. 결국 아이는 비비탄 총이 아닌 무전기를 선택했어요. 덕분에 만원 정도로 예상했던 예산은 초과했지만 총을 고르지 않아 고맙네요.
이렇게 주일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