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올지도 모른다는 예보만 남발되더니 이제사 비가 옵니다.
어제는 오후 늦게 커피 한 잔을 더 마셔서인지 새벽 두 시까지 잠이 안 왔습니다. 설거지도 그대로 있고, 집도 어질러 있었는데, 한밤중에 달그락거리며 치우기 싫어서 그냥 텔레비전 케이블 방송 빙빙 돌리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10시 반까지 들어오겠다는 남편은 그 시각까지 들어오지도 않고, 핸드폰도 안 받았습니다. 뭐...회사가 먼 관계로 10시 반까지 들어오겠다는 말을 믿은건 아니지만....여전히 술 앞에 약해지는 남편이 언제쯤 하나님 앞에 바로 설까...술은 우리 부부의 지뢰입니다.
다음날 아침을 생각해서 새벽 두 시에 억지로 자리에 누웠는데...10분쯤 지났을까..남편은 들어왔습니다. 그 새벽에 들어와서 샤워를 하는데 보기 싫어서 베개를 마루로 던져버렸습니다.
마누라의 서슬에 놀라 아이를 사이에 두고 저편에 눕길래 한 대 때리면서 나직히 "나가 ! " 했습니다. 흠...마루 소파에서 자더군요. 일곱시에 출근하는 사람인데...참....지극 정성입니다. 술이 아직도 그렇게 좋을까요. 술 한 잔 입에 못 대던 여자라면 '술이 참 좋은가 보다' 할 테지만 말술 마셨던 이 몸도 이제는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는데.... 남편도 이제 그만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새벽에 그렇게 자서인지 아침에 일어났더니 등도 바르고 온몸이 노곤합니다. 그랬더니 이렇게 비가 부슬부슬 내립니다. 다 나은 줄 알았는데, 다시 복통이 시작되었습니다.
특기 적성 가는 아들은 비 오면 우산 들고 마중 나오라고 우산도 안 갖고 갔습니다. 지금까지 잠옷 차림으로 이리 빈둥거리고 있는데...흐흐흐, 이제 세수 좀 해 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