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일은 친구 다인이의 생일이었다. 처음에 금요일에 만나기로 약속을 정했었는데, 뒤에 목요일로 바뀐 걸 내가 못 알아듣고 그냥 폐인상태로 있다가, 약속 시간 20분 전에 어디쯤 왔냐고 온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부대로 달려나갔다. (머리도 못 감고 말이다...)

  많은 논란 속에 개봉한 게이샤의 추억은 생각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화면만 봐서는 잘 찍은 영화라고도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동양의 한 나라를 서양의 시각으로 포장하고 있었다. 특히 게이샤에 대한 잘못된 포장은 일본인들에게 매우 모욕적일 것이다. 이와사키 미네코 작 <게이샤 A Life>를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책을 읽고 가졌던 이미지와 영화의 이미지는 사뭇 달랐다. 책 속의 그녀들에게는 품위있는 예술인이었던 반면 영화 속의 게이샤들은 공허했다. 사유리, 하츠모모, 마메하, 펌킨... 영화 속의 게이샤들은 모두 어둠을 안고 사는 모습이었다. 아름다운 얼굴, 화려한 몸놀림 속에 감추어진 텅 빈 가슴을 채우기 위해 그들은 사랑을 찾고, 부를 찾고, 더 아름다운 기모노를 찾았다. 그들은 무엇인가를 갈구하는 한낱 여자일 뿐이었다. 예술에 대한 애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게이샤들은 이 영화 안에서 돈을 벌기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 내가 책을 읽지 않았다면 나도 영화가 만든 게이샤의 허상에 넘어갔을까? 아름다운 화면으로도 감출 수 없었던 그 무성의한 재현을 찬양했을까? 영화가 갖는 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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明卵 2006-02-07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도 많이 보고.. 큰일이죠, 뭐^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