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해운대구 끝자락에 산다.
해운대. 매 해마다 여름만 되면, 뉴스에 꼭 한번씩 나와주고, 학원가는 길이 막히고, 지하철에는 사람이 들끓는 곳. 활동 영역이라고 해봤자 해운대구의 영풍문고, 해운대구의 메가박스, 해운대구의 학원 말고는 별 게 없는 나로서는, 매우 불편한 계절이 여름이다. 나는 바다에 놀러나가는 것도 아닌데, 바다에 몸 한 번 담가보겠다고 집을 떠난 수많은 사람들에 치여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해운대의 여름이 좋다.
나는 늘, 학원을 마치고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장산역에서 지하철을 타서 두 정거장 가면 해운대역이고, 나는 그보다 두 정거장 더 간 시립미술관역에서 내린다. 언제나 똑같은 일상. 하지만 여름에는 다른 때와는 다른 두근거림이 느껴진다. 나는 분명 언제나와 똑같이 읽던 책을 꺼내서 들고 있지만, 여름이면 분명 같이 타는 사람들의 태도가 다르다. 기대에 부푼 모습, 시원한 옷차림, 신경쓴 모습들.
곧 해운대역에서 문이 열리면,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들어온다. 방금전까지 햇볕 아래에서, 저 바다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것을 온몸으로 말하면서, 쏟아져 들어온다. 지하철 2호선이 이례적으로 시끌벅적해지는 순간. 나는 그순간이 좋다. 다른 지방의 사투리나 외국어도 평소보다 훨씬 많이 들려온다. 어쩜, 이 사람들이 해운대를 찾은 게 아니라, 내가 이 사람들이 사는 곳을 찾은 것같은 느낌에 기분이 좋아진다.
두 정거장을 그 분위기에 휩쓸려 있다보면, 한 정거장 더 가고 싶어져서 괜히 센텀시티역까지 가곤 한다. 그렇지만 더 이상 지체할 수는 없어서, 아쉬움을 뒤로 하고 지하철에서 내린다. 하지만 아직 내 즐거움이 끝난 것은 아니다. 나 혼자 내리는 건 아니니까. 오늘은, 민망할 정도로 짧은 치마를 입은 여자와 팔을 다 드러낸 남자가 서로 허리를 감고, 등을 두드리며 내 앞을 걸어갔다.
아, 좋아. 역시 여름이구나!
타지인, 외국인, 연인들의 해운대. 오늘도 그 여름의 인파속에, 나는 활기를 맛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