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쿨함'이 싫다고 했다. '쿨함'이 뭔데? 그는 그것이 싫다고 했지만, 이 소설에는 그 나름의 '쿨함' 이 녹아 있었다. 자포자기의 쿨함, 현실의 쿨함, 상황의 쿨함... 한국 현대 소설이라는 이름으로 나와 있는 여러 작품들 (예를 들어 김동인의 '감자'라든가) 에서 맡을 수 있는 쿨한 냄새가, <달의 제단>에서도 났다. '야한' 묘사를 하고 있더라도 절대 야릇하지 않고, 차라리 처절하다고 할만한 느낌을 풍기는, 그런 '쿨함' 말이다.
<나의 아름다운 정원>에서 느낀 것과 같이, 역시 이 사람은 말을 잘 하지만... '우리 것'의 느낌을 살린다는 면에서 보면 <달의 제단>이 한 수 아래다. 그리고 그 '말'이란 것도 조금 격이 낮아진 느낌을 받았다. 아니, 격이 낮아졌다고 하는 것은 너무한가. 그래, 나와는 안 맞는 느낌을 받았다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다음 작품이 나온다면? 당연히 읽어볼 것이다. 그러나 <달의 제단>을 다시 꺼내볼 일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