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 No Image라고 띄워놓으니 좀 웃긴데...
미술 시험 공부를 하면서 생각했다. 여기 보이는 이 단어들 속에서 어떤 규칙성과 시대성을 제대로 찾아낼 수 있다면, 이 공부가 얼마나 재밌을까! 그래서 읽게 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알고나면 박사가 된다니, 어찌 아니 읽고 싶겠는가.
필기까지 해가면서 열심히 읽었는데, 내 머릿속에 진정으로 남은 것은 미술의 기법과 이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 지식이야, 계속 생각하고 있지 않으면 곧 잊어버리게 될, 머리카락처럼 얼마든지 쑥쑥 빠질 것들이지만, 그보다는 좀 더 깊은 곳을 파고든 내용이 있었다. 보통의 화가들이 오른손을 들 때 왼손을 들거나 발을 든 화가들, 즉, 새로운 화풍을 추구하고, 주도하였으며, 자신의 신념을 굳게 이어갔던 화가들이 바로 그 내용이다. 다른 사람들이 아름다운 것을 좇을 때 "보지도 않은 천사를 그릴 수 없다"며 사실주의를 고수한 쿠르베와 같은 인물들. 미술사 또한 여느 역사들과 같이, 그런 '괴짜'를 품고 있었던 것이다. 시대의 '이단자', '돌연변이'. 지금 우리는 그들을 '선구자'라 부른다. 의도적으로 한 것이 아닌데도 시대의 흐름을 변화시킨, 사람들이 있었다. 단지 자신이 원하는 길을 계속 따라갔기 때문에 이루어진 성과였다. 그들은 뭔가 달랐던 것이다. "달랐던" 것이다. 덕분에 비판이나 가난에 시달리는 경우가 허다하긴 했지만, 그들의 이름은 이렇듯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다.
발상의 전환을 불러온 사람들에 대한 새삼스러운 인식 외에도, 일관성있는 태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다. '데 스틸'을 고수했던 몬드리안의 이름이, 그것을 시도했던 다른 화가들의 이름보다 더 깊이 남아있는 것은 그에게 진정한 '정신'과 그를 지켜가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겠지. 나에게는 어떤 '꿈'이라고 하는 정신이 있을 터이다. 그것에 다가가려면, 어떻게 하면 될 것인가? 미술이, 역사가, 말해주었다. 그것을 보고 계속해서 걸어가 보라고.
현대 미술은 꺼리는 편이었는데, 편견도 많이 사라졌다.
그러면, 잠시 개념 미술에 대한 헛소리.
'개념' 만이 문제가 된다면 내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 그런 것들도 "미술"이라 할 수 있다는 걸까? 그렇다면 '개념 미술'은 무엇을 위한 예술인가.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기록이나 계획안으로 남겨 실제 작품을 대신'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작품이 없는 상태, 그것이 바로 작품이 되는 것이니 결국은 작품이 생겨버리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궁극적인 개념 미술은 작가의 머릿속에 있을 때에만 실현 가능한 것인가? 그렇다면 개념 미술의 관점에서, 우리 모두는 궁극적인 예술인이라고 할 수 있는 걸까? 오히려, "예술가"라고 하는 개념주의 작가들보다 더욱 순수한 상태로 예술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그런 엉뚱한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