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부족사회에서의 성과 기질 - 이화문고 50
마가렛 미드 지음, 조한혜정 옮김 /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 1998년 3월
평점 :
절판


  마가렛 미드의 <세 부족사회에서의 성과 기질>은 1935년 초판되었다. 한국에는 1987년에 1963년판의 번역본이 소개되었고, 우리는 그 책을 읽고 있다. 번역조차 내가 태어나기 전에 된 이 책은 시대와 상황의 변화를 담을 수 없다는 한계를 안고 있어서 나를 안타깝게 했지만, 그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70년 전에 나온 이 책을 읽으면서 수긍하게 되는 점이 있다는 것이었다. 동성애를 조명한 레온 카플란의 <모나리자 신드롬>의 경우 1990년에 나왔음에도 우리나라의 상황이 책에서 묘사된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는데, 이 책은 강산도 7번은 변했을 시기에 나왔기에 더욱 그랬다. 10년, 70년은 고전 축에도 못 끼는데 뭐가 그리 안타까운가 할지 몰라도, 여성·소수 인권 관련 서적의 경우 의식의 변화 혹은 현 사실의 고발의 목적으로 쓰여지는 경우가 많고, 또 그간에 인권 존중 의식이 많이 높아졌으므로 그것은 굉장히 긴 시간일 수밖에 없다. 아무튼, 놀라운 것은 서양에서는 이 때 벌써 마가렛 미드와 같은 여성 학자가 등장해 성에 따른 기질의 차이를 부정하기 위해 연구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놀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누구에게도 이 책을 추천하고 싶지 않다. 이 책은, 옮긴이가 책을 열며 말했듯, 약간의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저자는 무작위로 뽑은 세 부족사회에서 마치 일부러 설정한 것처럼 성 역할의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것을 매우 신기하게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내 눈에는 무엇이 그리 크게 다른지 보이지 않는다. 여성과 남성 모두 똑같이 여린 모습을 보이는 사회에서도, 똑같이 호전적인 모습을 보이는 사회에서도 분명 남자가 하는 일과 여자가 하는 일이 나뉘어져 있는 것을 나는 발견할 수 있었다. 아무리 당시 미국 사회에서 '여성적', '남성적'이라고 생각하는 특색을 양성이 가지고 있더라도, 그 사회 내에서 또 다시 성에 의해 역할이 나뉘어져 있다면 그것을 진정한 '같은 성향'이라고 볼 수 있을까? 말하자면, 마가렛 미드는 자신이 연구하는 부족사회의 눈이 아니라, 당시 미국인의 눈으로 봤을 때의 놀라움을 기록하고 있을 뿐인 것이다.

  또, 다원화를 강조하는 교육을 받아온 내가 보기에 한 부족사회를 같은 성향으로 묶고, 그에 반하는 이들을 모두 일탈자로 간주하는 서술 방식도 거슬리기 짝이 없었다. 게다가 미드는 '어느 사회에건 일탈자가 많이 있다'고 말하며, 각 부족사회마다 '일탈자'라는 챕터를 마련해놓고 있다. 1+1은 2인데, 어떨 때는 3도 되고, 4도 되고, 심지어 10이 되기도 한다면, 1+1=2라는 식이 성립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다시 말해, 일탈자의 경우를 늘어놓고, 또 더 많은 일탈자들이 있다는 것을 말함으로써 그녀는 스스로의 분류방식에 이견을 제시하는 격이 된 것이다.

  세 번째로, 이 책을 읽고 있으면 같은 말을 반복해서 읽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특히 먼더거머인과 챔불리인의 생활에 대해 연구한 내용보다 아라페쉬인에 대한 내용이 월등히 많다보니, 아라페쉬 부족사회의 이야기에서 중복되는 내용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심지어 서문에 강조를 위해 반복을 많이 했다고 적혀있기까지 하다.

  그 외에도 지나치게 사견이 개입되어 있고, 그것을 마치 객관적인 사실인 듯 서술해 혼란을 부르기도 한다는 점이 아쉽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생각인지를 가려내며 읽는 것이 독자의 능력이긴 하지만, 시대를 감안하기 시작하면 더더욱 혼란에 빠지게 되어 책 내용을 이해하는 것에 방해가 되었다. 게다가, 아라페쉬사회에서의 '대인'에 관한 내용에서는, 대인은 그저 연기를 할 뿐이라는 말을 시도때도없이 반복해놓고 갑자기 말을 바꾸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애초에 가능성을 짚지 않고 확신의 어조로 말하다가 다른 말을 하기 시작하자 나의 저자에 대한 신뢰도는 곤두박질칠 수밖에 없었다. 마가렛 미드는 일관적인 태도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세 부족사회에서의 성과 기질>은 여러모로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남녀 기질상의 차이란 순전히 문화적인 것으로, 그것을 의식하지 않는 사회에서는 차이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저자의 기본 생각과, 그를 보이기 위해 부족사회에서 몸소 체험한 정신은 깊이 존중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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