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의 일기를 통해 이라크를 느껴보았다. 새롭게 다가오는, 낯선 이라크의 문화. 그리고 이라크의 절망.

어떠한 경우에도 '전쟁'이라는 이름은 너무 아프다. 이 책을 읽으며 울음이 터져나온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전쟁. 내가 겪어본 적 없는 슬픔과 불안을 안은 단어. 나는 계속 그로부터 멀리 있고 싶다. 글만으로도 전쟁은 너무 아프니까. 이건 이기적인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쩔 수 없이 바라는 것이다.

세계는 하나라고 한다. 지구촌이니, 세계화니 해서, 요즘에는 정보 교환이 쉽다고. 안방에 앉아서 전 세계에 일어나는 일들을 알 수 있다고. 그런 세상에 살면서도, 내가 보는 세계는 너무 한정적이었다. 내가 지금껏 본 세계가 과연 그 '하나'의 십분의 일이나 될 수 있을까. 내가 관심두지 않았던 여러 나라들의 이야기가 더, 더 많이 알고 싶어 진다.

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정부가 바그다드 시내에 있는 어마어마한 양의 기름을 계속 태우기 때문이야. 기름이 타면서 검은 구름을 내뿜으면 미군의 미사일이 공격 목표를 제대로 잡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기름을 태우기로 했대. 정부는 1991년에도 똑같은 짓을 했지. 다만 그때는 기름 대신 고물 타이어를 태웠지만. (66쪽, 2003년 3월 26일 수요일 일기. '검게 오염된 세상') -나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큰 차도를 지나오기만 해도 숨이 막히는데, 이런 공기 속에서 어떻게 숨을 쉬고 사는 걸까.

해가 지고나면 다음 날 아침까지는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 돼. 집도 아빠도, 올라와 엄마도 마찬가지야. 모두 진이 빠져서 꼼짝 못하고 걱정만 해. 무얼 어떻게 해야 할 지 전혀 모르겠어. 어떤 때는 양초를 어디다 두었는지 잊어버려서 찾느라 한참 고생을 하고, 양초를 찾으면 이번에는 또 성냥을 찾느라 야단법석을 떨어야 해. 겨우 촛불을 켜고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면, 비로소 우리는 함께 모여 앉아서 미사일 폭우가 쏟아지기를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려. 그리고 미사일 폭우가 우리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리기 시작하면, 우리는 이 폭우가 그치기만을 기다리며 희미한 불빛 속에 앉아 있는 거야. (98쪽, 2003년 4월 2일 수요일 일기. '집 위로 날아가는 미사일')

모두가 지쳤어.
내가 늘 하는 질문 - 이 전쟁은 언제 끝이 날까?
그리고 내 마음 속으로 하는 걱정 - 다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135쪽, 2003년 4월 7일 월요일~4월 8일 화요일 일기. '이 다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바그다드는 함락됐을지 몰라도 삶은 계속되는 거야. (146쪽, 2003년 4월 11일 금요일 일기. '나쁜 상황을 잊어버리는 방법)

"내 아들은 용감했어요. 그런데 그 망할 놈의 폭탄이 떨어져 우리 아들을 데려갔어요!"
아이다 아줌마가 쉴 새 없이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했을 때 우리들도 모두 울어버리고 말았어. (173쪽, 2003년 4월 23일 수요일 일기. '친구의 죽음')

사람들은 '민주주의'나 '자유'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모르는 것 같아. 그저 자기네들 마음대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고, 법을 어기고, 종교도 전통도 무시한 채 심지어 사람까지 죽일 수 있는 게 자유라고 착각하고 있어.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자유는 그런 게 아니야. 사람들이 행복하게 사는 길은 서로를 도와주고 좋은 일을 하도록 서로 북돋아주는 거야. 지금 사람들은 '자유'라는 말의 뜻을 망쳐놓고 있어. (176쪽, 2003년 4월 24일 목요일~4월 25일 금요일 일기. '진정한 자유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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