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을 잡은 이래 이렇게 빨리 읽은 건 처음이다. 아, 행복해. 그런데 점점 사람들이 너무 많이 나온다... 이젠 이름 읽고 한참 생각해야, 그래, 그 사람이지, 하고 기억이 나는 것이다.

득보는 또 앞일을 생각했다. 어머니는 언제까지 정신이 안 돌아올 것인가. 평생 정신이 안 돌아오면 어찌 될 것인가. 이제 밥을 얻으러 다니기도 낯이 없었다. 아직 싫은 기색을 하는 아주머니들은 없었지만 자꾸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자신이 다섯 살만 더 먹었더라도, 아니 세 살만 더 먹었더라도 좋을 것 같았다. 열세 살만 되었더라도 어느 집에 꼴머슴살이는 들어갈 수 있었다. 그렇게만 되면 밥을 얻어먹지 않고도 어찌어찌 살아갈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러나 열세 살이 되자면 설을 세 번이나 더 쇠어야 했다. 그동안에 밥을 얻어먹으면서 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더 밥을 얻어먹을 수 없으면 어떻게 되나. 동네를 떠나서 정말 거렁뱅이가 되어야 하나…… 득보의 생각은 여기서 막혔다. 실성한 어머니와 누이동생을 데리고 비렁뱅이가 되어 여기저기 떠돌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컥 막히고 눈물이 쏟아지려고 했다. 그전에 거지아이들을 보면 무턱대고 놀려먹고 돌을 던지고는 했었다. 그때 그 아이들은 나면서부터 거지인 줄 알았었다. 집안이 망하면 어떤 아이들이나 거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때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득보의 아버지는 토지조사사업으로 농토를 다 잃을 판이 되자 지주총대에게 따지러 가고, 옥신각신 하는 과정에서 지주총대는 허리를 다친다. 결국 죄인으로 몰린 득보 아버지는 총살당하고 어머니는 실성, 어느날 밤 떠돌아다니다 죽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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