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다 읽은 책이라 기분이 좋다. 선물해주신 책나무님께 다시 한번 감사를.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은 처음인데, 좋네. 책에서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은 단 한가지, 동성애자를 '호모'라고 썼다는 건데, 일본에서는 호모가 일반적인가? <알고보면 무시무시한 그림동화>에서도 그러더니...

  <반짝반짝 빛나는>에는 크게 동성연애자인 남편, 무츠키와 알코올 중독에 정서불안인 부인 쇼코, 그리고 종잡을 수 없는 남편의 애인, 곤. 이렇게 세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설명만 듣고 생각하기엔 살짝만 만져도 와장창 깨질 것 같은, 얇디 얇은 글라스로 싸인 유리공같은 관계이지만 이 셋에게 큰 갈등이란 없다. 무츠키와 쇼코는 서로 '나는 약점을 가진 인간'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서로의 약점에 관해서만큼은 늘 한 발 떨어진 자리에 서는 것이다. 내 머릿속에 박힌 '일본인'의 모습이랄까. 이렇게만 뒀다면 서먹함을 잔뜩 엎어쓴 내용이 됐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둘의 사이에 상식이 통하지 않는 곤이 들어감으로 해서 미묘한 관계는 계속 유지된다.
  이 소설을 읽고 있으면 가슴 한 구석에 맑고 맑은 물이 차오르는 것 같다. 약간 허전하고 심심한 느낌도 주지만, 역시 그런 푸석한 느낌과는 다르다. 뭐랄까, 영롱하달까, 청아한 에쿠니 가오리의 문체와 소설 속에 묘사된 모든 모습들이 그렇게 만든다. 밤하늘의 달을 바라보는 특별한 부부의 뒷모습, 결벽증 무츠키가 깔끔하게 치워놓은 집안 풍경, 애인을(그것도 남자를) 만나고 오라고 남편 등을 떠미는 아내와 은사자 이야기, 심지어 인간 관계들까지. 한 장면 한 장면이 에쿠니 가오리의 물을 안은 듯한 펜 속에서 몽롱하지만 말끔하게 정리된다.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하고 말하고 싶은 듯한 애매모호한 결말. 나는 이 뒷이야기가 궁금하지만, 알고싶지는 않다. 동화 속 왕자와 공주가 어떻게 살게 될지 알고싶지 않은 것과 같은 심정으로. 그냥 이렇게, 계속 맑은 물처럼, 이 더러운 세상과는 살짝 분리된 채로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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