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 - 가발공장에서 하버드까지
서진규 지음 / 북하우스 / 1999년 7월
평점 :
절판


'나는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라는 당차면서도 큰 포부의 그녀를 쏙 빼 닮은 제목을 한 책. 그 책은 국어시간에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신 책이었다.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당당한 여성의 이야기. 언젠가 한번 읽어보겠다고 수첩에 메모를 해 두었는데, 방학을 빌어 읽게 되었다.

도대체 이 여자에게 잠재되어 있던 힘이란, 얼마나 크고 강대한 것이었기에 그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고, 그토록 빛날 수 있었던 것일까. 어쩌면 그것은 그녀에게 꿈이, 그리고 희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지금부터 그 꿈들에 대해서 조금 적어 보고 싶다.

힘찬 여성 서진규가 자라온 이야기는 나에게 있어 너무나 친숙한 이야기들 이었던 것이다. 엄마며 할머니의 옛날이야기 속에서, 혹은 소설책 속에서 만나 온. 냇가에 빨래감을 잔뜩 이고지고 가서 차디찬 냇물로 빠는 이야기, 늘 참는 어머니의 이야기, 고생한 이야기들은 너무 친숙했기 때문에, 작가의 생각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때로는 너무 잘 이해가 되는 바람에 가슴이 미어져서 숨쉬기가 괴로울 정도가 되기도 했다. 힘든 생활을 했지만 그녀에게는 늘 꿈이 있었고, 결국에는 한국을 벗어나 미국으로 당찬 첫발을 내딛었다.

100달러를 달랑 들고 식모살이를 하러 간 미국에서, 그녀는 사랑도 하고, 모험도 하고, 수많은 작고 큰 문제들과 직면하게 된다. 그 이야기들이 어찌나 어렵고, 때로는 서럽게 느껴지던지. 나라면 이렇게 할 수 있었을까 라든지 나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거야 라든지, 나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나를 대입시켜가며 글을 읽었다. 때때로 그녀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을 때도 있었지만, 그럴 수 밖에 없었으리라 생각했다.

여기 큰 감명을 받은 그녀의 말들의 작은 노트가 있다.

'자기가 가진 돈이 아무리 많아도 스스로 만족하지 않으면 부자가 아니다. 그런 사람은 그 돈으로 삶을 즐기지 못한다. 돈에 눈이 먼, 돈의 노예 일 뿐이다.' 이 말은 그녀가 자주 끄집어내는 반쯤 물이 담긴 컵에 대한 이야기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생각에 따라 변하는 상황에 대한 말 말이다.

'한가지 일에 실패했다고 해서 좌절하지 말라. 그 실패는 더 큰 성공으로 가는 우회 도로일 수도 있다. 높이, 그리고 멀리 보라.' 이 말은 나에게 굉장히 큰 용기와 힘을 주었다. 과연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기말고사의 나쁜 성적에 기운을 잃고 있던 찰나였던 것이다. 희망을 얻었다. '그래, 이건 앞으로의 나를 위한 경험일 뿐이야. 다음번에는 반드시 잘 할수 있어. 이 절망을 다시는 맛보지 않겠다.'

'우리가 살아간다는 것은, 그때그때 주어지는 숱한 문제를 풀어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무슨 문제이든, 해답은 언제나 하나 이상일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한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문제는 무척이나 많다. 그 문제들을 다 나열하고 싶지는 않지만, 분명히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어떻게 풀어야할지 막막하기만 했지만, 이제는 조금씩 눈이 뜨이는 것 같다. 해답은, 언제나 하나 이상일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이 태교의 마지막 순간이고 가장 중요한 순간이야. 이제 막 세상에 태어나는 생명에게 인내하는 법을 가르쳐주자.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인내심이 필요하잖아. 그러기 위해서는 엄마인 나부터 모범을 보여야 해.' 아이를 낳는 고통을 겪어본 적은 없지만, 굉장히 아프다고 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그녀는 이런 생각을 하며 고통을 참은 것이다. 그 아이(성욱)는 분명 인내심이 많은 아이가 되었을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서진규, 책 제목에서도 밝혔듯이, 그녀는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어한다. 하지만, 굳이 그런 것을 바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그녀는 이미 훌륭한 희망의 증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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