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여행 1
우리누리 / 대교출판 / 1995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빨주노초파남보, 일곱빛깔 무지개의 색을 가지고 그 색의 고유한 특성이나 그 색을 좋아하는 사람의 성격, 어울리는 직업을 소개해주고, 각각의 색깔의 특성을 가진 동·식물, 별자리, 명화, 보석과 같은 것들을 너무도 세련되게 배치해서 알려준다.

나는 어릴때부터 이 책을 무척 사랑해 왔다. 한 번 읽고, 또 읽어도 새로운 느낌과, 오묘한 색의 조화가 나를 행복하게 했다. 각각의 색깔마다 마련된 코너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단어에서 색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과 보석에 관련된 내용, 그리고 명화이다. 어찌나 머릿속에 잘 들어오고, 아름답게 인식되는지……. 이 책이 없었더라면 나는 일찍이 그림이라고는 전혀 모르는 아이였을 것이다. 색깔별로 소개된 명화가 나를 잡아끌지만 않았더라면 말이다.

명화 코너에서는 빨간색은 앙리 마티스의 '붉은 방'을, 주황색은 폴 고갱의 '언제 결혼하니?', 노란색은 빈센트 반 고호의 '누런 밀밭과 사이프러스 나무'를, 초록색은 마르크 샤갈의 '곡예사'를, 마지막 파란색은 P. A. 르느와르의 '우산'을 소개하고 있는데,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해 보니, 나는 그림만 봤지, 내용은 잘 안봤던 것 같다. 만약에 내용을 잘 봤더라면 나는 미술 시험을 더 잘 칠수 있었을 것이다. 왜냐고? 내가 인상파냐 아니냐를 놓고 고민했던 르느와르와 고호, 샤갈의 작품소개와 함께 그들의 화파가 나와 있기 때문이다. 내가 시험을 치기전에 교과서를 들여보는 것 대신 이 책을 한번 더 들여다 봤더라면 행복한 얼굴로 맞출 수 있었을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워진다.

색의 이미지 떠올리기는 내가 정말 사랑하는 코너라고 할 수 있다. 얼마나 적절한 단어들로 색을 표현하는지, 감격스러울 정도이다. 책을 보면, 빨강은 '열렬한 사랑, 더위, 창조, 생명, 태양과 불, 일출과 저녁 노을, 크리스마스, 혁명, 분노, 적극적인 행동'등과 함께 떠올릴 수 있다고 되어있고, 주황은 '기쁨, 힘, 만족, 풍부함, 유쾌함, 앙증맞음, 아기의 하품, 초조함', 노랑은 '명랑한 기분, 귀여움, 깜찍함, 발랄함, 대담한 마음, 희망, 병아리', 초록은 '위로, 젊음, 희망, 초여름, 자연, 어린이, 새싹, 서늘함, 습기, 깨끗함, 숲'등과 떠올릴 수 있으며, 파랑은 '차가움, 깊은 물 속, 바다, 영원, 성실, 호수, 푸른 눈, 푸른 새, 천사의 사랑'을 떠올릴 수 있는 색이라고 한다. 얼마나 멋진 비유인가. 강렬하게 와닿는 단어들 속의 색깔에서, 제시된 색깔을 찾을 수 있는게 너무 신기하다.

마지막으로 보석. 아름답게 빛나는 보석들과 색들의 맛깔스러운 조화가 어떻게 여자 마음을 설레게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보석 사진이 자연스레 진열되어 있는 페이지를 보면서, 얼마나 행복함을 느끼는지 모른다. 빠알간 빛을 내는 루비와, 주홍빛의 호박, 찬란한 노란빛을 띄는 토파즈, 부드러운 초록색 빛을 가진 에메랄드, 침착한 분위기를 풍기는 파란빛의 사파이어……. 잘 세공된 금, 은과 함께 왕관에나 박아넣어야 할 것 같은 당당한 풍채를 가진 보석들의 향연이란. 그렇게 화려할 수가 없다. 마치 내가 보석들을 모두 가지고 있는 듯한 기분에 이상하게도 즐거워지는 곳. 그곳이 바로 보석 코너이다.

이 책을 읽으면, 괜시리 색들의 화려함에 휘말려 감성적이 되기도 하고, 즐거워지기도 한다. 얼찌나 명확한 '진짜'색들을 페이지 옆이며 이야기속에 장식을 해대는지, 화려함에서 활력을 얻고 만다. 소설과 같은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제 빛깔을 뽐내며 책속에 묻어있는 아름다운 색들은, 나의 마음을 송두리째 가지고 가 버린 주범이랄까.

나는 주황색을 좋아한다. 때로는 노란색도 좋아하고, 하얀색을 좋아했을 때도 있고, 보라색과 노란색의 오묘한 조화를 좋아하기도 했다. 파란색의 차분함도, 초록색의 건강함도 좋아한다. 터져나오는 색깔들의 생각이, 지금 나를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색깔여행이라. 한번쯤 그런 여행을 해 보는 것도 좋지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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