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기 1
미네쿠라 카즈야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1999년 7월
평점 :
품절


『천지가 어지러운 혼돈의 시대임에도 문명과 신앙의 원천 도원향에서는 인간과 요괴가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그러나 갑작스레 이 세계를 가득 채운 마이너스 파동에 의해 광포해진 요괴들은 자아를 상실한 채 인간들을 해치기 시작한다. 이 변화의 원흉은 500년 전 봉인된 대요괴 우마왕을 되살리려는 실험이었다.금기인 화학과 요술의 합성실험으로 소생하려 하는 우마왕을 저지하기 위해,관음보살은 삼장법사,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을 서역으로 파견한다.』이것이 바로, 최유기의 시작이다.

'최유기'라고 하면 뭔가 알 듯 말 듯 하면서도 이상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등장인물의 이름은 너무나 친숙해서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것은, '최유기'는 중국 고대소설 '서유기'의 기본 설정을 옮겨 와서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서유기' 에서와 같이 모험담에서 비롯되는 불교적 교훈을 담고 있는 작품은 아니지만, 커다란 설정을 옮겨와서 조금씩 바꾸어 만든 판타지풍의 이야기이다.

'최유기'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4명의 주요캐릭터가 아닐까 한다. 그 4명은 우리가 '서유기'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날아라 슈퍼보드'의 4명과는 너무나도, 판이하게 다르다.한명 한명 살펴보자면,당대 최고승인 삼장법사는 '죽어','꺼져' 등등의 험한 말을
막 사용하며 총질을 예사로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손오공은 아주 덜렁대지만 천진난만하고, 먹는 것만 안중에 있으며,남자를 타락시키는 주요 세가지인 술, 담배, 여자를지독하게 밝히는 캐릭터는 놀랍게도, 바로 사오정. '날아라 슈퍼보드'에서 자신만의 주제가를 가지고 있었던선글라스 낀 돼지, 저팔계는 상냥한 이웃집 오빠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다.요즘 만화에 총질하고 욕하는 사람, 먹는 거 밝히는 사람,술, 담배, 여자 밝히는 사람, 상냥한 사람이 어디 안 나오겠냐마는(질리도록 나온다면 또 모를까...)그 이름에 연상되는 것과는 전혀 다른 4명의 캐릭터이기에,황당함과 우스움을 감출 수가 없다.

누군가가 말하기를 '이시대 만화 주인의 미덕은 외모 수려, 성격 파탄, 기량 출중의 세가지 덕목을 고루 겸비하고 있는 것에서 비롯된다'라고 했던가. '최유기'는 그 잘난 덕목을 모두 갖추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주인공들도 아주 매력적이지만, 그 외의 인물들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 매력적이다.

어머니인 나찰녀를 구하기 위해 삼장 일행과 맞서는 홍해아나 그 밑에 독각시, 팔백서 등등... 나탁태자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홍해아는 아주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로, 굉장한 하급요괴들 조차 그를 따른다.

사실, 처음에 1, 2권을 봤을때는 최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재미가 없길래 다시는 안보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볼 만화가 별로 없어서 하는 수 없이 두 번째로 책을 들었었다. 그런데, 읽다보니 점점 재미가 있어졌고, 처음에는 희한하게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던 인물들의 얼굴도 아주 잘생긴 것 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인물들의 얼굴이 바뀌어보인 것은 무슨 심경의 변화였는지는 모르겠지만,다만 확실한 것은 그때 저팔계의 과거가 나왔었는데, 거기에서부터 이야기를 이해하고 재미를 붙였다는 것이다.

최유기는 완성도가 아주 높은 만화이다. 인물들 각각의 과거가 그들과 이야기를 잇는 끈이 되어 순조롭게 진행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엄청난 완성도를 자랑했던 '천사금렵구'처럼 아쉬운 결말이 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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