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면 무시무시한 그림동화 1 알고보면 무시무시한 그림동화 1
키류 미사오 지음, 이정환 옮김 / 서울문화사 / 199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에서야 알았지만, 이 책은 19세 미만 구독 불가이다. 지금 나와있는 책을 보면 윗부분 오른쪽 귀퉁이에 빨간 경고문이 붙어있다. 글쎄, 나는 법을 어긴 셈이 되는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내가 이 책을 처음 읽은 것은 그런 말이 없었던 때이니까 괜찮지 않을까 싶다. 사지는 않았고, 집에서 가까운 책방에서 빌려 읽은 책이다. 누군가 내 글을 읽고 이 책을 읽고싶다는 흥미를 느낄 수도 있겠다. 그런 경우를 대비해서 미리 한가지 물어보겠는데, '당신, 동화를 사랑하세요?' 만약에 '예, 좋아합니다.'라고 대답할 생각이라면 그만두는게 좋을 것이다. 이 책을 집어들고 조금 읽는 순간 분노에 휩싸이면서 내 목을 조르고 싶어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 책은 이런저런 말들 없이, 단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다. '끔찍하다.' 동화라는 이름의 뒷면에는 이런 큰 잔혹성이 숨어있었단 말인가. 읽을 엄두도 내지 못한 '노간주나무'의 경우에는 '아이들에게 읽히고 싶지 않은 피투성이의 무서운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있었다. 지금까지도 충분했다. 시체 애호가가 나오는 이야기도 있었고, 토막살인을 하는 이야기도 있었다. 실로 끔찍한 장면들이 눈앞에 연속적으로 펼쳐지는 것은, 정말 무서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 끔찍한 이야기들의 어느 부제에도 그정도로는 적혀있지 않았다. 결국, 나는 읽는 것을 포기하고 말았다. 노간주나무라니, 들어본 적도 없는 제목이었기 때문에 그 두려움이 더 컸던 것 같다.

이 책과 보통 동화가 판이하게 틀린 것은 잔혹성 보다도 음란성이라고 생각한다. 얼굴을 붉히지 않고서는 도저히 읽어내기가 힘들다. 백설공주와 왕의 관계, 난쟁이와의, 혹은 왕자와의 관계. 라푼첼은 사실 탑속의 창녀나 다름없었고, 브레멘의 음악대에서는 일자리를 잃은 남자들이 끝끝내 호모가 되고, 집에 남은 그 아내들은 레즈비언이 된다. 개구리 왕자에서는 개구리가 감히 공주를 넘보기도 한다.(물론, 그 개구리는 원래 사람이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들에 대해서 무척이나 강한 반발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어쩌면 그들은 동화 애호가가 아닐까 하는데, 나는 그런 건 잘 못느끼겠다. 동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이해하고자 한 노력이 가상하다는 생각도 들고, 글도 나름대로 재밌게 잘 적었다고 생각한다. 지루하고 고리타분한 틀에 박힌 동화들을 이토록 황당하게 재해석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하다. 그리고, 책을 읽어보면 그에 대해 연구한 사람들의 흔적이 잘 보인다. 결국 그런 생각을 한 사람들이 많았다는 이야기다. 내가 지금까지 몰랐던 의미를 특별하게 알아가는 것도 짜릿했고, 약간 모자란듯한 여자의 행복으로 가는 길, 그 뒷면에 새겨져 있는 내면의 생각을 안다는 것이 왠지 잘못된 일 같다는 생각에 즐거움도 감돌았다. 나름대로, 이 책은 읽을만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뭔가 일상에서 강렬한 쇼크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적극적으로 추천해 주고 싶다.

내가 앞에서 경고를 했음에도 지금 책을 보고싶어 하는 사람이 있을까봐 말해두겠는데, 나는 읽을만하다고 생각하지만 건전한 내용은 아니기 때문에 잘 골라서 봐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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