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체 불만족
오토다케 히로타다 지음, 전경빈 옮김 / 창해 / 2001년 3월
평점 :
품절


오체 불만족(五體不滿足). 머리와 사지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을 직설적으로 말해 주는 이 파격적인 제목의 책은, 오늘밤 누군가 내 머리를 세게 내려친 것 같은 느낌을 안겨 주었다. 지금 무척이나 잠이 오지만 내가 받은 감동을 조금이라도 빨리 글로 써 남기고 싶은 마음에 고집스럽게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

내가 책을 통해 이 '팔다리 없는'(사실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사람을 처음 만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3년정도 된 어느 날이었다. 그때는 마치 새로운 장난감을 얻은 듯이 흥미진진한 마음으로 책을 읽었지만, 곧 싫증을 냈다. 뒷부분의 내용은 4학년이었던 내가 감당해 내기에는 너무 어려웠던 게 아닐까 하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지금도 앞부분 내용에 구미가 더 당기기는 마찬가지이지만 말이다.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내가 밟아 온 길을 다른 사람이 어떻게 밟았는가를 보는 것은 아무래도 이해가 잘 되고, 흐뭇함과 함께 부담도 덜하지만 한번도 밟아 본 적이 없으면서, 또 까마득한 느낌이 드는 길을 다른 사람이 밟은 이야기는 이해 자체가 잘 되지 않게 마련이니까.

선천적 사지절단증을 가진 오토의 이야기는 그가 세상의 빛을 보고, 1개월만에 어머니를 만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때 어머니는 오토를 보고는 '어머, 귀여운 우리 아기…….'라고 했다고 한다. 어쩌면 거기서부터 그의 밝은 웃음이 만들어진 건 아닐지 모르겠다. 밝음. 그것이 오토다케의 이미지이다.

'오체 불만족'을 읽으면서 나는 번번이 실수를 했다. 스스로 아주 좋다고 생각하는 습관이 있다면, 나는 책을 읽을 때면 늘 주인공의 행동을 머릿속에서 그려 넣는다는 것이다. '오체 불만족'을 읽을 때도 예외가 아니었다. 글을 읽어 감에 따라, 나이를 먹어 감에 따라 오토의 모습은 변화, 그리고 변화를 거듭했다. 거기에서 실수가 발생한 것이다. 오토의 너무나도 밝은 문체, 장난스럽게 끼여들어 있는 농담들, 당당한 행동에 그만 그의 모습을 긴 팔다리가 쭉 뻗은 모습으로 생각하고 만 것이다. 물론 언제나 실수를 한 건 아니었지만 조금이라도 긴장을 늦추면 장애가 전혀 없는 모습이 되어 버렸다. 어디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오토가 물을 마시는 부분이 있었다. 나는 여느 아이들처럼 두 손으로 물컵을 잡고 입에 가져가 먹는 모습을 상상했다가, 곧 정정할 수밖에 없었다. '두 손으로 물컵'이라니?!

내가 보기에, 오토의 어머니는 보통분이 아니시다. 그가 그토록 잘 자랄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를 잘 만난 것도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의 글속에서, 어머니는 항상 위트넘치고 긍정적이며, 힘차고 속깊은 사람으로 묘사된다. 어떤 대우를 받고 살아왔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 특히 이 부분을 읽었을때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찾을 수 없었다.

오토가 역에서 야쿠자와 재밌는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오토는 그 남자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마지막으로 그는 명함을 건네고 사라졌다. 그 이야기를 집에 가서 한 오토는 어머니의 반응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거야 당연하지.' 놀란 오토는 '예? 왜요?'하고 물었다. 어머니의 대답은 이렇듯 간단명료하고도 일리있었고, 또 우스웠다. '그런 사람들은 잘려 봐야 새끼손가락 하나 정도잖아? 그러니 팔과 다리가 없는 너를 보고 경의를 표할 수밖에.'

헬렌 켈러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장애는 불편하다. 그러나 불행하지는 않다.' 그리고, 중국의 한 현인은 사람이 발이 하나밖에 없다면 이상한 일이 아니겠냐는 물음에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날 때부터 그런 것이라면 무에 이상할 게 있겠소?' 그에게 이 말들만큼 어울리는 것이 어디있을까?

오토가 중학교 3학년일 때, 교장 선생님과의 모의 면접 시험에서 존경하는 인물이 '같은 반 친구인 미노루'라고 대답했다. 그러면 나도 한번 존경하는 사람을 생각해보자. 내가 누구를 고를지, 짐작하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부모님께는 죄송하지만, 만약에 누군가 나에게 존경하는 인물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망설임없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오토다케 히로타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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