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에 전화가 없는 집은 거의 없을 거다. 핸드폰도 정말 많이들 가지고 있다. 이 기계는 아주 편리하고 유용하긴 한데, 어쩌다 한번씩 나를 아주 짜증나게 만들기도 한다. 말도 하기 싫은 사람과 연결시키려고 애를 쓴다든가 다른 일에 열중해 있을 때 자신을 쳐다봐주길 강렬하게 바란다든가. 보통은 하던 일에 방해받은 짜증에 오만상이 찌푸러지면서 전화기로 간다.
내 생각에 비추어 보자면, 이건 틀렸다. 전화기가 나를 방해할 수 있는 물건이 되어서는 안된다. 아무리 지가 잘나봤자 전화기라는 이름을 가진 기계일 뿐이다. 나는 전화가 울리지만 받고싶지 않으면 그냥 있는다. 제풀에 지쳐 끊어지려니. 내가 하는 일을 방해받지 않고 이어갈 수 있으며 어찌 들으면 부드러운 음악소리같기도 해서 즐길 수도 있으니 일석이조다. 급한 일일 가능성은 물론 있다. 언젠가 나의 이런 (누군가가 보면) 이상한 행동이 후회를 낳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아직까진 그런 적이 없었고, 작은 일들에 걱정하면서 살다가 과연 뭐라도 실행에 옮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생각해 보면 말이다, 전화를 건다는 것 자체가 상대가 받을까 안 받을까 반반의 확률에 거는 거잖은가. 받을 사람이 그 순간 받아주세요라는 전화벨소리의 울림을 느꼈더라도 마음이 거기에 없으면, 결과는 안 받는 쪽으로 흐르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