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 대한 염려로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미안함이 마음에 엄습해옵니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 그리고 그것이 끊어진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참을 수 없는 한숨이 새어나옵니다.
 
  타인의 아픔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없는 인간의 숙명에 대해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라는 사람이 다른 이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줄 수 있다는 생각이 얼마나 큰 오만인지를 생각하며 자괴감에 빠져듭니다.

  감추는 것이 얼마나 사람의 마음을 닳게 하는 지 알고 있습니다. 물론 내가 아는 그것은 당신의 방식이 아니라, 나의 방식일 터이지만... 내가 또한 미안해지는 것은 내가 또 당신에게 무언가 감추는 괴로움을 안겨준 것이 아닌가하는 염려때문입니다.
 
  문득 당신을 '신경쓰려는' 것 자체가 오만이라는 생각이 나를 사로잡습니다. 어떠한 경우에라도 당신은 타인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이런 생각들 때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이런 상태에 빠지는 것만은 피할 수 없는 나의 자유라는 생각만이 내 마음을 편하게 합니다.

  그러나 당신은 어떤지 알 길이 없습니다. 나는 모르는 것도 아는 것도 두렵습니다.

2008.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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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타인에게 지나치게 신경을 쓴다. 문제는 신경쓰지 않아도 될 것을 신경쓰고, 신경써야 할 부분은 놓쳐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당연하다. 나는 너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습관은 아마 내가 누군가에게 '최고'이고 싶어하기 때문에 생겼을 것이다. 내가 모든 사람들에게 최고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 심지어 누구에게도 최고가 되지 못할 수도 있다. 아니, 사실 인간관계에 있어서 최고라는 말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 그렇게 되고 싶은 열망을 놓지 못하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고, 기억되는 사람이고 싶은 욕심이 종종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을 지치게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덜컥 겁이 난다.

  이런 나의 모습을, 나는 사랑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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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짱 2008-01-09 0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처에 민감하기 때문이 아닐까 잠시 생각해봤어요..

남의 상처를 더 빨리 많이 읽어내는 독해력은 보통 자신의 상처를 통해 얻게되는데

명란님은 어떠신가요..?

전 그래도 명란님이 타인의 상처에 민감한 분이라 좋아요.

그리고 좀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우리 올 한해 화이팅해요.

明卵 2008-01-11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많이 둔해서 제가 상처받고 있는지도 잘 모르는데, 어느 순간 뒤를 돌아보면 그것이 상처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어요. ^^ 타인의 상처에 민감한 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늘 어줍잖게 뭔가를 해주고 싶어 해서 그게 다른 사람에게 오히려 부담이 되지나 않을지 미안한 마음이 앞서네요.
네, 화이팅해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