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앞으로 걸어가지 마라. 나는 따라가지 않을테니.
                                                 내 뒤를 따라오지마라. 나는 이끌지 않을 테니.
                                                  내 옆에 걸으면서 친구가 되어다오.

                                                      -알베르 카뮈-

남편은 힘들다....집에오면 앉아서 발을 주무르기 바쁘다...하루종일 구두를 신고 이리저리 종횡무진했을건 안봐도 훤하다...상사운..직장운은 없어도 일복은 미어터지는 나의 남편....

이런 기나긴 연휴에 남편은 매일밤 늦게까지 휴게소에 오가는 귀성객들을 맞이해야 한다..늘 밝은 표정일 수는 없다...그만큼 지치기에...아무리 프로정신으로 무장을 한다해도 자신은 매번 명절마다 집에서 가족들과 오붓이 지낼 수도 없는데..오가는 귀성객들이 아니 부러울 소냐....

팔남매의 막내로 자라 귀여움받고 자란 남편은 이런 직업때문에 꼭 가야할때 고향에 가지 못해서 늘 서운해 한다..명절오전엔 오히려 휴게소가 한가하기 마련이어서 한두번 작은 휴게소에 있을적에 추석전날 고향에 간적이 있다..허나 너무나 먼길이고 피곤이 더 쌓이기만 한다..

난 집에서 이리 빈둥빈둥 뒹굴고 있는데 남푠은 팔다리아프게 서있어야 한다..매장이 바쁘면 물건을 팔아야하고, 주차장이 바쁘면 주차요원이 되어야한다..

아무리 관리자이면 뭐하냐...순간 방심하면 고객들의 불편함을 고스란히 받아내야 하는 직업....그런직업이 참 맘에 안든다..하지만 가끔가다 기억해주고 찾아와서 인사해주는 고객들땜에 보람을 느낀다는 나의 남편...

제작년 추석엔 시댁엘 나도 가지 않았었다..그때는 팔팔고속도로상의 아주작은 간이휴게소에 있었던 남편..집에서 한시간이상걸리는 거리를 매일 오가지도 못하고 휴게소에서 피곤한 몸을 쉬곤했다. 그해추석엔 유난히도 아르바이트를 구할 수가 없어서 내가 가판대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매장 바깥에서 오징어를 굽고, 쥐포를 굽는 그런일이었다..남편도 나도 참 힘들었다..마누라까지 동원해서 일을 해야하나..그런맘도 들었을 나의 남편..하지만 기쁜맘으로 일을 했다..아이들이  엄마랑 못놀아 그게 고생이라면 고생일까.. 하루종일 매장으로 화장실로 주차장으로 자판기로 물건을 이리저리 져나르고 쌓고..그러는 남편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소장이라는 직책이 무색할 정도로 이일은  힘든 직업이다..

아침에 문밖으로 나가는 남편을 붙잡고 못가게 하고 싶어진다. 지친걸음으로 문을 닫고 나서는 남편의 뒷모습이 서글프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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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 2006-10-08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가지 못하셨군요. 연휴에 오히려 더 바쁘신 분들을 보면 안스러운데..
많이 위해 드리시길!
해리포터님, 이제 알라딘 마실 다니고 있어요. 잘 지내셨나요?

해리포터7 2006-10-08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자림님..정말 보고싶었답니다..잘 다녀오셨는지요..저는 물론 딩가딩가 잘 놀았답니다.ㅎㅎㅎ

hnine 2006-10-08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남편분이 보신다면 얼마나 행복해하실까요.
투덜이 저, 반성합니다...

해리포터7 2006-10-08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이런감정이 좀 오래 가면 좋겠어요..남편얼굴을 볼때면 자꾸 이런감정을 외면하고 싶어져요....

해리포터7 2006-10-08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우님 알고 있다면 왠지 더욱 서러워질것 같아요.이거 뭐하라는건지..저도 댓글적어놓고 보니..이래저래 갈팡질팡이군요.휴...

세실 2006-10-08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석명절에 편히 쉬고 있으면서 더 바쁘신 분들 잠시 생각했었는데 신랑분이 그러시군요. 이 글 읽고 있노라니 짠 합니다.
님의 예쁜 마음 고스란히 전달되었을 겁니다.
일 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큰 축복이라 생각해요. 전......사명감이 투철하신 신랑분 멋지시네요. 해리포터님 힘내세요. 아자 아자!~

바람돌이 2006-10-09 0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게소에서 일하시면 정말 이런 명절때 더 힘들고 일이 많겠네요. 그래도 이렇게 다정한 부인이 있으니 아마 힘이 부쩍 부쩍 나실거예요.

해리포터7 2006-10-09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우님.이해해주시는군요...
세실님.일 할 수 있다는 것만큼은 감사하지요.님두 이제 일하시려면 힘드시겠네요..님두 아자아자!!
바람돌이님 네 생각보다 힘들지요. 님 말씀대로 남편이 힘을 내었으면 좋겠어요.

2006-10-09 1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0-09 1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해리포터7 2006-10-09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10 속삭이신님. 네 그런직업이지요..님의 옆지기님도 힘드셨군요.위로해드리셔야겠어요.ㅎㅎㅎ
10:41 속삭이신님 우울해지시면 안되어요..그냥 저의 마음을 읊어본거랍니다..이런맘을 알아줬으면 하는 맘에서요. 님두 오늘부터 바쁘시겠네요..화이팅하셔요^^

카페인중독 2006-10-09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리포터님도 남편분도 화이링~!!! ^^

해리포터7 2006-10-09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3:19속삭인님..맘속은 이런데..실상 말은 경상도 아줌마의 무뚝뚝한말이 나오니 문젭니다요.ㅎㅎㅎ
카페인중독님.님도 화이링~~

Mephistopheles 2006-10-10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조건 화이팅..!! 해리포터님...힘내십시요..!!

한샘 2006-10-10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이 안되면 편지로...사진과 페이퍼 인쇄하셔서 몰래 외투안주머니에 넣어주시면 그 마음 그대로 전달될 거 같아요. 남편의 수고로움을 알아주고 고마워하는 아내...그런 아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복이랑께요^^

해리포터7 2006-10-10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무조건적으로다..힘내고 있습니다!ㅎㅎㅎ
한샘님 핫 그런 생각은 꿈에도 생각 못해냈지요..쑥쓰러움에 치를 떠는 경상도 아줌씨라서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