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 오는 논길에서

나는 아버지가 끄는 구루마에 올라타고 앉아

발은 땅바닥을 스치듯 지나고

몸은 이리저리 흔들린다..

새벽의 찬이슬이 맺힌 벼들을 바라보고

스멀스멀 올라오는 흙내음을, 풀내음을 맡고

아버지따라 논으로 밭으로 따라다니던 내 어린시절..

천둥벌거숭이인채로 아버지가 가는곳이면 어디든 먼저 나서서

한없이 아버질 귀찮게 했던 어린시절의 나

이렇게 아버지따라 밭엘 논엘 나간날은

아버지가 새참드시러 집에 가기전까진

아버지가 일하시는 밭이 내려다보이는 산등성이 언덕에 앉아

하염없이 바라보곤 했지...심심하다고 몸을 비비꼬아도

돌아갈 아버지가 아니기에 열심히 혼자 소꼽을 살수밖에...

지천으로 핀 들꽃을 따다...

흙냄새 풍기는 돌들을 찾아 촉촉히 젖은 시큼한 풀들을 찾아헤메곤

아버지만 바라보며 나혼자만의 새참을 만들곤 했지....

지금도 그 고향에 그 언덕을 멀리서 바라보면

아버지가 들에서 일하시는 것만  같아서

내 지금은 고향을 멀리하고 있다.

 

오늘 파란여우님의 이 사진한장이 아버지를 추억하게 합니다..귀한사진 감사합니다.파란여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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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이맘, 또또맘 2006-08-29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할아버지 자전거 뒤에 올라타고 염소소리 흉내 내며 눈 감고 가던 그 길이 생각나는군요...

해리포터7 2006-08-29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똘이맘님...길은 정말 우리에게 많은 추억의시간을 남겨주네요^^

치유 2006-08-29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길 따라가면 옥수수 밭도 있고 고추밭도 있는 울 시댁이 보일텐데요..^^_

2006-08-29 16: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해리포터7 2006-08-29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꽃님 네 그렇군요.....저희 친저의 시골엔 마을 초입에 키작은 대추나무가 많이 있었지요..요즘 들어 자꾸 대추가 먹고파요..지금쯤 초록색의 대추가 조금씩 갈색으로 바뀌고 있겠지요?
속삭인님 아 시골에서 안 사셨군요.. 기냥 오늘 아버지가 보고싶네요^^

비자림 2006-08-29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글을 읽으니 저도 그 추억 속으로 걸어가는 듯 하군요.
정겨운 길의 추억들...

내이름은김삼순 2006-08-29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릴적에 다녔던 외갓집이 생각나요,,^^
제가 사는 곳은 시골이라 저희 동네는 아니지만 조금만 멀리 나가면 저런 길들을 많이 볼 수 있답니다,,

씩씩하니 2006-08-29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길 따라가면 저희 시댁의 논이 나오겠지요...
그 논 수로에서 모내기를 하면서 모판을 잘 못씻는다고 결혼 안한 시누에게 엄청 구박을 당했었는대....
이제....너무 오래도록 그 길을 멀리했더니...시누에게 구박 당할 일은 없지만 왠지 마음이 늘 무겁습니다...

춤추는인생. 2006-08-30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길이라는 화두를 통하면 저는 인생의 여정이 먼저 떠오릅니다..
저길의 끝이 보이지 않는군요...^^ 길을 생각하면 인생이 떠오르고.
그래서 가슴아릿합니다. 해리포터님..

해리포터7 2006-08-30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자림님 네 파란여우님서재에서 이길을 보고 너무나 반가웠답니다..
삼순님 그치요..외갓집 저는 님과는 다른세대라서 그런지 외갓집이란말만 떠오르면 볏단쌓아놓은곳의 이슬냄새가 생각나요^^그곳에서 놀곤했거든요.ㅎㅎㅎ
씩씩하니님 님께선 시댁을 생각하시는군요..그 무거운 마음도 저길에 두고 오셔요..지나보면 추억이 되겠지요.
춤추는인생님 끝이 보이지 않는 인생을 생각하시는군요..글쎄요..세월이 지나면 어느정도 불안한 감은 있지만 인생의 반은 보이는것 같아요...

한샘 2006-09-01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터님...두손 꼭 잡아 드리고 싶어요. 나를 진정으로 사랑해 주신 분들은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거에요. 소중한 추억 잘 듣고 마음 속에 담아 갑니다.

해리포터7 2006-09-01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샘님 우리는 언젠가 한번은 스치는 인연이라 생각됩니다..그때를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