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말복이어서 저녁메뉴를 백숙으로 정했다..
마트에 갔었지만 우유랑 햄과 고추참치캔, 녹차설레임만 사가지고 와선 백숙에 넣을 야채를 안 사왔다는 걸 깨달았다..
역시 무더위는 기억력에 커다란 장애가 된다. 뭐 평소에도 비스무리한 기억력이지만. 쩝&
냉장고 안을 다 뒤져봐도 당근이나 호박은 보이지 않았고 그래서 대략 있는것만으로 백숙을 끓이기로 했다..
닭에 마늘을 한웅큼넣고 생강 몇개랑 끓였다..끓는 소리가 나서 가스랜지 가까이에 가봤더니 아뿔사 압력솥에 뚜껑 닫는걸 잊었다는 기막힌 사실! 부랴부랴 크기에 맞는 다른 냄비뚜껑을 대신 덮었다..웃기는 압력솥모양이 되었다.ㅋㅋㅋ
집에 있는것이 마늘과 양파 감자 밖에 없어서 그것들만 다졌더니 허연 닭죽이 탄생했다... TV에서 보니까 마늘을 엄청 많이 넣어 만든 마늘백숙이 몸을 이롭게 한다고 하던데 내가 만든 이 백숙은 그것과 거리가 멀어 보였다...
그나마 가스랜지가 보일러실에 있기에 망정이지 식탁근처에 있었으면 더워서 어찌했을까? 에고 더위에 닭죽만드는건 고역이다.
저녁에 남푠이 그나마 일찍들어와 인간극장을 함께보며 맥주를 한잔 했다.
아들의 서울말씨는 이제 경상도 사투리와 섞여나오고 있다..이때다 싶어 난 진지하게 아들에게 부탁했다..아들아 이제 그만 서울말씨는 잊어버렸으면 좋겠어..날이 더우니까 그 말씨가 엄청 짜증나게 하거든~ 뭐 다른 서울분이 그런 말씨를 쓰면 난 잘 듣고 배우고 싶다..이쁘잖아.. 하지만 아들의 그것은 영 사람 비위를 살살 긁어 놓는다..약간 삐딱선을 탔다고나 할까? 여하튼 나의 정중한 부탁에 아들은 콧방귀도 안뀌었다.
음 점점 아들의 뒤통수를 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끓어올랐지만 참았다. 정신수양하는 샘치고...
덥다고 아이들과 다들 거실에서 에어컨 두시간 맞추어놓고 잠들었다.그래도 입추가 지나서인지 저녁무렵엔 살랑살랑 찬 바람도 불고 새벽엔 찬기운에 이불을 끌어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