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바람은 헝가리 발라통 호수의 소도시 케스트헤이의 바람.
온 종일 비가 왔었다. 성수기가 아니어선지 호객행위를 하는 인파따위도 없었다.
기차역에서 숙소가 몰려있는 곳까지 20여분을 배낭 메고 걸었다.
겨우겨우 숙소를 잡고 한 여름인데도 한 겨울처럼 오돌오돌 떨었다.
비가 그친 밤 조도 낮은 전등 아래서 저녁을 먹는데 멀리서 폭죽이 터졌다.
그 때는 몰랐지만 다음 날 유명한 요트 축체의 전야의 일환이었다.
내가 와서 이 소도시에서 축제를 벌여주는 것이라고
스파게티를 해먹으면서 후후 웃었다.
크로아티아에서 들어오던 길이라 헝가리 돈은 하나도 없었는데
그리 큰 돈이 아니라며 케스트헤이까지 가는 기차표값을 두 명분이나 기꺼이 내어준 마흔이 조금 못된
아리따운 여인에 대한 기억도 있었지.
오늘의 바람은 헝가리 케스트헤이의 바람.
사람을 환장하게 하는 바람이 지금, 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