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중략) 오히려 우리가 개만큼 느끼지 못한다. 얽히고 설킨 감정 때문에 우리는 개가 느끼는 것과 같은 절대적인 즐거움과 괴로움을 경험할 수 없기 때문이다.

42.

고통이란 그 표현의 수단을 찾게 되면 이슬처럼 증발해 버리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예술가는, 누구보다도 불행한 이들인 반면 누구보다도 불평할 것이 적은 이들이다.

71.

그렇다. 개들은 우리보다 나은 존재가 아니며 우리에게 삶의 교훈을 전해 주지도 않는다. 좀더 낮추어 말하면, 개들은 우리와 똑같다.

78.

우리는 살고 있다고 믿지만 사실은 살아남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꽃들, 가축들, 우리의 부모들을 잃고도 살아남는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잃고도 살아남는다. 생존하는 동안 육신의 여러 부분들이 우리에게서 벗어나지만 그대로 우리는 살아 남는 것이다. 훗날 우리는 미래에 대한 꿈과 추억들을 잃고도 살아남는다. 그러고서도 우리는 <산다>라고 말한다.

90.

간단히 말해서, 우리를 사랑하는, 또는 사랑할 마을을 지닌 대상을 사랑하자. 보잘것없는 설득력을 이용하려 들지 말고, 우리가 보다 나은 존재라고 믿지도 말자. 우리에게 베풀어지는 놀라운 은총을 기꺼이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우리들을 고립시키는 커튼을 걷고 누군가 우리에게 손을 뻗는다. 서둘러 그 손을 붙잡고 입을 맞추자. 만일 그 손을 거두어들인다면 당신의 수중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을 테니까. 오직 사랑이란 행위를 통해서만 당신은 당신 자신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

 

장 그르니에 씨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1955년 5월 15일에서 6월 12일까지.

내가 이 땅에 살고 있지도 않았을, 아니 존재하지도 않았을 그 때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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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dboiled Oz 2008-12-08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망에 빠진지 오래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