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장엘 갔었다. 가지 않을 수 없었다. 무척 가기 싫었지만, 가지 않을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했을 정도로. 하지만 갔었다. 꼭 가야 하는 자리였다.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떨리지도, 흥분되지도, 즐겁지도 않았다. 그저 일상의 한 순간을 지나가는 것만 같은 표정으로 담담했다. 늘 하던 농담과 자주 못 보던 사람을 만났을 때의 예의 반가움이 그녀의 얼굴에 스쳤다. 그 뿐이었다.

"결혼이나 해 볼까?"

아직 주례를 듣고 있다가 팔랑팔랑 꽃가루가 날리듯 공중으로 혼잣말을 내뱉었다. 옆에 있던, 역시 아주 오랜만에 만난 동생 하나가 말했다.

"언니가 먼저 해보고 재밌으면 나도 할께. 언니가 재밌다면 정말 재밌는 거잖아."

마치 베로니카가 죽기로 결심하고 약 4통을 모조리 털어 넣은 후 신이 있을까, 자신의 죽음이 어떠할까, 를 놓고 이제 곧 확인하게 될테니 기뻐했던 것처럼 그렇게 결혼식이든 결혼이든 확인해보라는 말로 들렸다.

 

구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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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dboiled Oz 2008-11-17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내내 아프리카 음악을 듣고 있어. 들어 볼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