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톰의 시대에서 코난의 시대로 - "선택은 없다! 햇빛 에너지에 열광하라"
강양구 지음 / 프레시안북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아톰의 시대에서 코난의 시대로,는 청소년, 일반 독자들이 지구 에너지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쉽게 읽을 수 있지만, 책이 다루고 있는 내용은 만만하지 않다. 더구나 대부분의 책이 다 그렇기는 하지만, 생각하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옮기려고 한다면 더욱 더 많은 고민거리를 안겨주는 그런 책이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는데, 행동이 쉽게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녹색평론사에서 나온 ‘간디의 물레’를 읽고 그랬나, 아니면 ‘녹색평론 선집1’을 읽고 그랬나, 아무튼 그 책을 읽고 나서 자동차를 사지 않겠다고 결심했었다. 그래봐야 내가 조금이라도 필요하다고 느낄 땐 아버지의 낡은 자동차를 서슴지 않고 빌린 적도 많았기 때문에 내 결심은 ‘눈 가리고 아웅’했던 것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지금은 ‘눈 가리고 아웅’조차도 못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아버지의 그 낡은 자동차로 요즘 나는 매일 출퇴근을 한다. 요즘이라고 말하기엔 솔직하지 못하다. 벌써 1년이나 되었기 때문이다. 운동을 위해서, 환경을 위해서, 자전거를 사야지, 걸어 다녀야지, 좀 심심하다 싶으면 이런 결심이 불쑥 솟구치고 하지만 며칠 후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내 몸은 편리한 자동차에 이미 중독이 되어 버려 자동차를 내버려두지 못한다.

   작년부터는 집에 어린아이가 있다는 이유로 에어컨도 사다 놓았고, 조금만 더워도 문을 꽁꽁 걸어놓고 이 여름을 지낸다. 무신경한데다가 귀찮다는 이유로 쓰지 않는 가전제품의 플러그를 뽑아두는 경우도 거의 없다. 전등이나 컴퓨터, 냉장고, 선풍기, 가스레인지…… 어느 것 하나 생활의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풍족함을 누리며 산다.

   지난 며칠 동안 ‘아톰의 시대에서 코난의 시대로’를 읽고 다시 한 번 내가 누리는 에너지의 풍족함에 대해 생각한다. 책을 덥고 되짚어 이제 3년 남았다는 강양구 기자의 경고가 머릿속을 맴돈다. 3년이라…그런데 정말 3년 후엔 세상이 확 달라져 있을까? 실감이 나지 않는다. 기자가 계속 경고했듯이 유독 에너지 위기에 천하태평인 우리나라에 사는 무신경한 독자의 한사람이라 그런가, 싶기도 하고, 그 위기가 너무 코앞인 3년 후라는 점이 오히려 비현실적인 게 아닌가 싶기도 한다.

  ‘고유가, 앗뜨거’
  정부, 원전 비중 낮추고 신재생에너지 늘리기로 

   정부가 2030년까지의 원자력 발전설비 비중을 애초 37~42%에서 36~41%로 1%포인트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 대신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은 2030년까지 애초보다 2%포인트 높은 11%로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추가로 필요한 원전도 9∼13기에서 7∼11기로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원전 추가 건설에 따른 안전성과 부지 확보 문제로 논란이 예상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하 에경연)의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안’은 2030년 원전 설비 비중을 지난해 기준 26.0%에서 2030년까지 36~41%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에경연은 지난 6월 1차 공개토론회에서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지난해 말 작성한 2030년 유가전망(배럴당 100.1달러)을 토대로 원전 설비 비중을 37∼42%로 제시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초고유가로 에너지정보청이 유가 전망을 배럴당 118.7달러로 상향 조정하자 이날 토론회에서는 원전 비중을 36∼41%로 수정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고유가가 지속되면 에너지 총수요가 줄어들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커지게 된다”며 “이에 따라 원전 비중이 낮아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경연은 1차 토론회에서 2030년까지 신고리 3, 4호기(140만㎾급) 수준의 원전이 9∼13기가 더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으나, 이번 수정안에 따르면 필요한 추가 원전은 7∼11기다. 추가 원전 건설을 위해서는 신규 부지 조성과 사용 후 연료 임시저장시설이 더 필요하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에서는 원자력 비중 확대보다 에너지 수요관리 강화와 신재생에너지 확충 등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논란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13일 공청회를 거쳐 이달 말께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가에너지위원회에서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용인 기자, 2008.08.08, 한겨레신문」

   며칠 전에 신문을 뒤적이다 발견한 기사에 평소와는 달리 눈길이 갔고 잠시나마 생각이 머물렀다. 평소 같으면 잘 읽지도 않고 넘겼거나, 읽어도 그런가 보다 했을 기사인데, 이번에는 ‘아톰의 시대에서……’를 읽은 덕분이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11%로 늘리려는 목표는 여전히 미흡(알고는 있었지만, 11%라고 읽었을 때는 ‘겨우?’라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방향은 옳다는 생각이다.

   문제는 이러한 ‘당위’를 어떻게 현실화할 것인데,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이 말엔 좀 오해의 소지가 있다.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이 기존 에너지기업들의 외부효과까지 고려한다면 저평가되어 있다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소규모 재생에너지의 생산만으로는 재생에너지의 보급과 확대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을 높여 대규모의 사회적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느냐도 중요하겠지만, 누리는 에너지 소비의 혜택은 조금도 줄일 생각은 하지 않고, 재생에너지의 중요성에 대한 당위만 강조하는, 나 같이 평범한 시민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행동할 때 에너지 위기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우울한 예측을 해 본다.

  왜 우울한 예측이냐고? 몸은 이기적이어서 쉽게 편한 습관을 버리지 못하니까! 그날 읽던 신문에 저 아래의 만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더 굳어졌다.

건강해야 되는데[홍승우, 2008. 08.08, 한겨레신문]

   저 만큼 실천하기란 어렵다. 그래도 이성으로 비관하더라도 의지로 낙관해야 하니까 굳이 희망적인 징후를 좀 짚어보자면,

1. 얼마 전에 ‘환경스페셜’(KBS1)에서 다룬 에너지 자급자족 실험을 했던 민들레마을 편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힘들겠지만 저런 실험이 있다면 재미있겠다고, 참여해 보고 싶다는 마음을 들기도 했다.

2. 요즘 들어서 낮에 전등이 켜진 것에 조금 신경을 쓴다. 아울러 냉장고 문이 오래 열려 있어 ‘삐’ 소리가 나면 마음이 아주 초조해진다. 전화기 충전기라도 사용하지 않을 때는 빼놓으려고 애쓴다.

3. 자동차 문제가 계속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당장 해결하기는 어렵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조금씩 사용을 줄여 보자는 결심은 섰고, 지하철을 이용하는 일이 제법 잦아졌다.

   그래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 정도이다. 남들은 보잘 것 없다 하겠지만 나는 그래도 지금은 이게 다에요, 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참, 가야할 길이 멀다. 이 책이 좋은 길잡이에, 먼 길을 함께 가는 좋은 벗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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