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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밤의 미스터리 클럽
구지라 도이치로 지음, 박지현 옮김 / 살림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시부야에 있는 니혼슈 전문 바 '숲으로 통하는 길'. 그곳에서 바의 마스터와 경시청 경부인 화자 구도, 술을 못하는 범죄 심리학자 야마우치는 모여서 다양한 화제로 수다를 떠는 자칭 '야쿠도시' 트리오이다. 그런 그들 앞에 금요일마다 사쿠라가와 하루코라는 미모의 여성이 나타난다. 사실 그녀는 미궁에 빠진 사건 이야기를 듣고 곧바로 사건을 해결하는 알리바이 깨기의 명수였다.
<행각승 지장스님의 방랑>과 유사한, 니혼슈 전문 바을 무대로 한 전형적인 안락의자 탐정물입니다. 설정 자체는 굉장히 뻔하고 고전적인데 니혼슈 전문 바라는 무대를 잘 살릴 수 있도록 매 에피소드마다 맛있는 술과 요리, 안주를 등장시킨다는 점, 그리고 소소하고 잡다한 이야기가 계속 펼쳐진다는 점에서 <심야식당>을 연상케하는 점이 있더군요. 이러한 분위기에 추리물을 접목시킨 아이디어는 좋은 것 같아요. 제가 술이나 요리 같은 이야기에 사족을 못쓰는 편이기도 해서 말이죠.^^ 또 모든 에피소드를 '...의 비밀'이라는 식으로 '동화'와 연결시켜 풀어나가고 있는데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동화 속에 감추어진 진실을 사건과 함께 드러내는 것도 재미있는 요소였어요.
그러나 추리소설로 본다면 솔직히 실망스러웠습니다. 일단 트릭이 너무나 별로에요. 사건들 모두가 알리바이 트릭인데 대부분 운과 우연에 의지하고 있고 몇개의 트릭을 위한 장치들은 유치하기 짝이 없습니다. 게다가 '알리바이'만 명확할 뿐 기타 부가적인 현장조사나 탐문 등은 전혀 설명되지 않는데 이러한 부분에서의 꼼꼼한 경찰 수사만으로도 충분히 범인을 밝혀낼 수 있다고 생각되는 것 역시 추리물로서는 온당한 점수를 주기에는 무리죠. 이렇게 한쪽의 일방적인 알리바이만 설명하고 그 트릭을 깨는 것, 이건 소설이 아니라 추리퀴즈에 불과하잖아요?
또한 니혼슈와 다양한 요리들은 물론이고 TV드라마, 예능, CF와 가수에 이르기까지 방대하고 쓸데없는 잡학에 대한 토론의 비중이 큰 것도 단점이에요. 그나마도 짤막한 한편의 에피소드 분량을 이러한 곁가지 묘사가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본격적인 사건에 대한 설명이 너무 약해졌거든요. 물론 이 묘사들은 어느정도 재미도 있고 캐릭터들의 성격을 드러내는 장치적 역할을 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단편 추리소설에서는 불필요한, 작가의 상식을 과시하는 허세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외에도 무리하게 동화와 사건을 연결시키려는 시도도 과히 좋아보이지는 않더군요. 재미는 있지만 솔직히 억지가 많았습니다. 어차피 이 책에서 주장하는 동화 속 진실도 결국은 과거의 베스트셀러인 <어른들이 읽는 그림동화> 같은 류의 이야기들이라 신선함도 떨어지고요.
한마디로 에피소드들이 짧아서 읽기 쉽다는 것과 술들과 안주, 요리에 대한 묘사, 잡학다식한 허세 이외에는 별로 건질게 없네요. 차라리 이게 요리책이라면 좀 더 높은 점수를 받았을지도 모르겠지만... 결론적으로 별점은 1.5점입니다. 정말 읽을게 없으신 분들이 아니라면 구태여 찾아보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헨젤과 그레텔의 비밀>
등장요리 : 조개구이, 송이버섯구이 - 숯불에 구워 간장으로 양념함
등장 니혼슈 : 아즈마이치 (東一), 하루가스미 (春霞) - 아키타현의 향이 풍부한 다이긴조슈
사건 : 도미사와 이시라는 과자 회사 사장이 자택의 간이 소각로에서 타 죽은 시체로 발견된다. 용의자는 2명. 그러나 그들에게는 모두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었는데...
첫번째 에피소드로 사망시간을 조작하는 알리바이 트릭이 등장합니다. 트릭 자체는 굉장히 유치하고 현실적이지 않다는 단점이 있습니다만 여러 사소한 정보가 모여 결말에 이르는 구조가 비교적 탄탄했고 동화의 내용과 사건을 하나로 묶는 설정도 비교적 효과적으로 쓰이는 등 비교적 괜찮은 작품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단편집의 베스트였어요. 별점은 3점입니다.
<빨간 모자의 비밀>
등장요리 :
날치 튀김 - 신선한 미야케지마 산 날치를 간 것에 참마 다진 것을 입혀 튀긴 것. 뜨거울 때 레몬즙과 간장을 찍어먹는다.
등장 니혼슈 :
사쿠라가와 (桜川) - 도호쿠 남부지방 토우지에서 담근 과일향이 나는 다이긴조슈. 사쿠라가와 양을 되새기기 위해 선택.
사건 : 71세의 할머니와 21세의 손녀딸이 살해되었다. 사인은 두명 모두 교살. 용의자는 손녀딸 이즈미의 남자친구 미타무라와 이즈미 계모의 애인인 백수 시모이. 그런데 시모이에게는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었다.
2명의 사망 추정 시각의 공백을 이용한 알리바이. 그런데 범인의 의도 자체가 알리바이를 만드려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 이 에피소드의 가장 큰 맹점입니다. 순전히 운과 우연에 의한, 그리고 경찰의 부주의한 수사로 만들어진 사건이라는 이 단편집 전체에 녹아있는 단점이 그대로 드러난 에피소드죠. '시각실인증'이라는 발상은 괜찮았지만 별로 효과적으로 사용되지도 못했고요. 별점은 2점입니다.
<브레멘 음악대의 비밀>
등장요리 : 돼지고기 소시지 구이
등장 니혼슈 : 아즈마이치 (東一), 오토코야마 (男山),
센주시라뵤시 (千壽白拍子) - 야마다니시키 100%를 원료로 시즈오카 효모로 빚은, 첫맛은 깨끗하고 뒷맛은 산뜻한 술
사건 : 악단 사계라는 밴드의 멤버 3인이 집에 일어난 불로 타 죽었다. 해당 집은 불이 날 때까지 아무도 출입하지 않았기에 사고로 생각되는데...
<명탐정 코난>에도 등장했던 팩스를 이용한 방화 트릭입니다. 별로 정교하지도 않을 뿐더러 기화하는 수면제라는 설정은 설득력이 약하죠. 별점은 2점입니다.
<신데렐라의 비밀>
등장요리 : 생굴 (간장과 레몬을 적당히 끼얹어 먹는다)
등장 니혼슈 : 시라마유미 (白真弓) - 기후현 히다의 명주
사건 : 캐슬 호텔 오너의 아들 조 다쿠야의 애인 요시노 리호코가 절벽에서 떨어진 시체로 발견된다. 그녀가 추락하는 모습을 지켜본 목격자도 있었기에 추락 시간은 확실하나 그 시간에 조 다쿠야의 알리바이는 완벽한 상황
<셜록 홈즈> 등에서도 쓰였던 고전적 시체 이동 트릭이 등장하는 작품입니다. 경찰 수사의 부실함이 드러날 뿐 아니라 알리바이 자체도 범인의 의도가 개입하지 않은, 순전히 '운'에 불과하기에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겠죠? 별점은 1.5점입니다.
<백설공주의 비밀>
등장요리 : 애플파이, 자오우 산기슭 직송 화이트치즈 (와사비 간장 소스),
간단한 샐러드를 곁들인 호로새 훈제구이 (마요네즈 소스)
* 호로새는 아프리카 서부에 사는 새
등장 니혼슈 :
시라유키 (白雪) - 효고에서 에도 운송 중 눈이 쌓인 후지산의 모습에 감동해서 지어진 이름
마쓰오 바쇼, 치카마츠 몬자에몬, 라이산요도 즐겨마심
사건 : 유키코는 살충제가 든 애플파이를 계모 도모미에게서 받는다. 그러나 파이를 미처 먹기도 전에 둔기에 의해 타살된 시체로 발견된다.
이번의 알리바이는 차로 1시간, 오토바이로 30분 걸리는 장소를 순간이동하는 트릭입니다. 그러나 역시나 순전히 '운'에 의지하고 있고 범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우연히 발생했다고 볼 수 있는 알리바이 트릭이기에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범인의 행동은 눈에 잘 띌 수 밖에 없다는 약점도 분명히 존재하고 말이죠. 경찰의 수사만 제대로 이루어졌더라도 알리바이고 뭐고 없이 사건은 끝났을 것이라 생각되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장화신은 고양이의 비밀>
등장요리 : 광어회
등장 니혼슈 : 메이보 (明眸) - 아이치현 세토산
사건 : 채팅 사이트에서 바람잡이로 일하던 네코다 마사미가 살해된 시체로 발견된다. 유력한 용의자인 가라바는 사망 추정 시간에 한시간 이상 걸리는 공원에서 데이트하고 있었다는 알리바이 증명 사진을 경찰에 제출한다.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시계 앞에서 찍은 사진이라는 너무나 고전적이고 만화적인 트릭이 등장합니다. 어떤 조작으로 설득력있게 설명하는지가 관건인데 트릭이 조잡하고 유치해서 뭐라 할 말이 없네요. 해당 시간대의 탐문수사만 진행했더라도 충분하지 않았을까요? 별점은 1점입니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의 비밀>
등장요리 : 생각을 잔뜩 넣어 조린 참치와 방어조림
등장 니혼슈 : 히카리 백춘 (白春) 다이긴죠. 과일향이 나는 미주
사건 : OL 노하라 유메코의 음독 자살한 시체를 그녀의 스토커였던 마노메가 발견한다. 그녀는 자살 직전까지 중학교 동창이었던 탤런트 히키다 신지에게 줄 스웨터를 뜨고 있었다.
일종의 원격살인 트릭이 등장하는 작품입니다. 그런데 범죄성이 희박할 뿐 아니라 이런 이유로 사람이 죽을까 싶을 정도로 설득력이 떨어지더군요. '치사량'에 주목하여 숨겨진 진상을 파악한다는 것 하나는 좋았는데 그 외의 내용은 전부 별로였습니다. 별점은 2점.
<늑대와 일곱 마리 아기 염소의 비밀>
등장요리 : 소 혓바닥 요리, 돼지고기 조림, 수제 로스햄,
흑돼지구이 - 사쓰마 자연 방목 흑돼지 로스를 간장에 절여 숯불에서 구운 것. 양파 슬라이스 곁들임
등장 니혼슈 : 와카다케 (若竹),
고시노칸바이 (越乃寒梅) - 매화의 명소에서 만들어진 니가타의 명주. 지방술 붐의 선두주자.
사건 : 보모 쓰키오리 아즈미 살해사건. 자택에서 교살된 시체로 발견되었다. 용의자는 직장 동료인 모토야 마사카즈
경찰의 무능함이 부각되는 조잡한 알리바이 트릭입니다. 용의자 핸드폰 통화내역이라던가 주변 탐문 수사만 했더라도 뻔하게 드러났을 사건이기 때문이죠. 게다가 트릭의 핵심이 변장이라는 것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더군요. 차라리 1:1 비율의 사진을 오려 붙였다고 하던가... 구태여 점수를 주자면 1점.
<꼬마 요정과 구둣방 할아버지의 비밀>
등장요리 :
도오바찜 - 돼지고기를 간장, 미린, 설탕을 넣고 푹 끓여 찐 요리
슈토 (酒盜) - 토사 명물 가다랭이 젓갈. 기본 안주임.
등장 니혼슈 : 덴구마이 (天狗舞) - 이시카와 현의 저온 장기숙성 준마이슈
사건 : 지난 1년간 시부야를 휘저으며 보석만 훔치는 괴도 S89호가 '요정의 구두'라는 100캐럿 다이아몬드를 훔쳐낸다. 하루코는 S89호의 정체를 밝혀낸다.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편 이어야 하지만... S89호의 정체도 어이가 없을 뿐더러 증거라고 들이대는 것들도 설득력이 약해 추리소설로서의 가치가 전무하네요. 그냥 마지막 편이라는 의미 이외의 것을 찾기 어렵기에 별점은 1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