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왕국의 풍경, 그리고 새로운 시선
이근우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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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본에서 사학을 공부한 저자의 역사서로 제목만큼이나 "새로운 시선" 이 등장하기도 하는 등 꽤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크게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 2부는 삼국 이전의 고대사와 삼국의 시조 및 관계에 대한 내용을, 3,4 부는 삼국 통일 와중의 각국의 사정에 대해 담고 있습니다. 딱 맞아 떨어지지는 않지만 시대순으로 구성된 목차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일단 각 챕터별로 제목만 보아도 흥미가 땡기는 재미난 것들이 가득합니다. 예를 들자면 "삼국은 서로 말이 통했는가" 라던가 "백제의 건국 시조는?", "신라, 백제라는 이름의 기원은?" 등등 목차만 봐도 당장 읽고 싶어 지는 것들이죠.

특히 저자의 일본에서의 공부 경력이 빛을 발하는 2부부터 3부, 4부는 상당히 신선하고 새로왔습니다. 일본 서기에 있는 내용도 비중있게 다루어 주면서 다양한 사료를 비교하여 그 중에서 사실에 가까운 것을 추려 당시 상황을 재 구성하는 역사서의 모범을 보여주면서도 그 내용이 어느 한쪽에 편중되지 않고 고르게 보여진다는 것이 장점이네요. 일본 서기를 단순한 생각으로 배제하지 않고 그 중에 포함된 Fact를 취하는 저자의 사고방식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덕분에 백제와 왜에 대한 내용이 더욱 풍성해진 것 역시 이 책만의 강점이고요. 

그 외에도 이두 등 고대 문자에 대한 재미난 해설들이 곳곳에 등장해서 이채로운데 예를 들자면 백제의 성씨는 두글자 성씨가 기본이 됨으로써 이것이 일본의 성씨 체계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라던가 행정 조직 체계가 고을 - 모라 - 나라 순으로 상위 개념으로 이동하는 것이죠. 이러한 고대어가 일본어의 코오리 - 무라 의 어원이 된다는 등의 연관관계도 재미있었습니다. 백제의 왕족인 부여씨가 일본의 "백제왕 (쿠다라노코니키시)"이라는 성씨로 귀족 계급으로 자리잡고, 이후 정치 세력 싸움에서 밀린 이후에 "삼송(三松)"씨로 변성하여 현재에 이르른다는 이야기도 아주 흥미로왔고 말이죠.

특히 행정 조직체계 용어는 게임같은 곳에 레벨업 용어로 써도 아주 좋을 것 같더군요. 컨텐츠 개발자들이 외국거 베낄 생각하지 말고 이런 부분에 관심좀 가졌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단지 개발자들이 공부를 안 하는 것이겠지만요...

물론 다른 곳에서 접한 내용도 적잖이 있고, 전체적으로 지루한 부분도 있긴 합니다. 그래도 나름의 사관과 해석이 있는 신선함이 엿보여 추천할만한 책이었습니다. 별 4개는 좀 모자르지만 3개는 충분한 좋은 역사서라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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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1 본격추리 1
에도가와 란포 지음, 김소영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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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일본 추리 문학의 거장인 에도가와 란포의 본격추리 단편집 출간이라... 확실히 우리나라도 쟝르문학 시장이 많이 커지긴 커졌나 봅니다. 예전 일본 여행 갔을 때 보고 군침만 흘리던 바로 그 책인지라 전혀 고민하지 않고 곧바로 구매한 책입니다.

일단 55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22편이나 되는 단편이 실려있는 풍성함은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22편 중 동서 출판사의 "음울한 짐승"에서 이미 접했던 4편의 작품이 실려 있긴 하지만 워낙에 번역이 별로였기에 이번에 새로운 번역으로 새롭게 읽는 맛도 괜찮더군요.(참고로 그 4편의 작품은 "2전짜리 동전", "심리시험", "D언덕의 살인사건", "두 폐인" 입니다.)

내용은 "본격추리"라는 타이틀에 어울리는, 대부분의 작품이 나름의 트릭을 가지고 있는 본격물들입니다. 그런데 워낙 다작을 한 작가라서 그런지 모든 작품, 그리고 트릭들의 수준이 고른 편은 아니긴 합니다. 내용도 익히 알고있던 변격물 스타일이 아닌 다양한 내용을 시도하고 있는데 그러한 시도 역시 모두 성공적으로 보이지 않았고요. 아케치 코고로 시리즈도 명성에 비하면 아주 높은 수준의 작품은 그다지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전에 읽었었지만 걸작인 "2전짜리 동전"을 비록해서 "심리시험", "D언덕의 살인사건" 같은 대표작 이외에 베스트를 꼽아보자면 "일기장". "도난", "재티", "의혹", "영수증 한장" 등이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물론 다른 작품들도 일독의 가치가 충분합니다)

조금 더 자세하게 이야기하자면,

죽은 동생의 일기장을 통해 모종의 암호문과 그 뒤에 숨겨진 사랑을 다룬 "일기장"은 이 작품집 전체적으로 "2전짜리 동전"과 유사한 50음도와 숫자를 이용한 암호문을 등장시킨 작품이 꽤 많은데 그 중에서도 상당히 인상적이었을 뿐 아니라 익히 알고 있던 에도가와 란포의 변격물적인 요소가 전혀 없이 부드럽고 잔잔하게 전개되는 것이 괜찮더군요.
사이비종교에서 벌어진 황당무계한 도난 사건을 다룬 "도난"은 도난 사건에 관련된 트릭의 기발함이 빼어나고 기대하지 않았던 유머러스한 분위기 역시 좋았습니다. 단, 결말 부분이 조금 아쉽긴 했습니다.
그리고 "재티" 는 우발적 범행을 은폐하기 위한 공작을 그리고 있는데 도서 추리물의 전형적 형태를 띄고 묘사하는 것이 역시 명성에 값하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그 외에 아버지의 살해로 촉발된 가족간의 의심을 다룬 "의혹"은 디테일한 심리묘사가 돋보였고 정통 본격 추리물이라 할 수 있는 "영수증 한장" 은 독창적인 부분이 많아 높이 평가할 만 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쨌건 다 읽고나서 한마디로 평하자면, 일본 추리 소설계의 대부라 할 수 있는 에도가와 란포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는, 부족함 없는 재미를 선사하는 좋은 작품집이라는 것입니다. 분량과 두께에 비한다면 가격도 아주 착한 편이고 말이죠. 이제서야 소개된다는 것이 외려 늦은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네요. 책 뒷부분의 해설도 굉장히 잘 되어 있어서 자료적 가치도 충분합니다. 어서 빨리 다음권이 나와 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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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집의 앨리스
가노 도모코 지음, 장세연 옮김 / 손안의책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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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읽었던 "나선계단의 앨리스"에 이어지는 샐러리맨 출신 탐정 니키와 아리사 컴비 연작의 두번째 단편집입니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망스러웠습니다. 이른바 "일상계 미스터리물"을 많이 접하다보니 식상해 진 측면도 있지만 이야기 자체가 너무 재미없었거든요. 일상계 미스터리가 워낙 잔잔하고 소소한 사건들을 다루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야기가 이렇게 재미없어서야 소설 자체로 성립하기 어려운거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드네요. 또한 추리적으로 잘 짜여진 이야기도 별로 없어서 추리물로의 재미 역시 많이 떨어져 보입니다. 소시민 고바토 - 오사나이 시리즈 역시 두번째 작품 "여름철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이 무척 재미없었던 기억에 비추어 볼 때, 역시 "일상 속에서 펼쳐질만한 재미있고 기발한 소재"가 동일한 캐릭터로 계속 등장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아니었나 싶네요. 하여간에 총 6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는데 거의 모든 작품이 지루하고 시시한 이야기들 뿐이었습니다.

이렇게 시시할 바에야 만화 QED처럼 잔잔하고 소박한 사건 + 강력 사건 미스테리가 잘 어우러져서 재미를 극대화시키는 방향이 낫지 않을까 싶어요. 나름 묵직한 사건도 등장하고 일상 속에서의 소소한 사건도 잘 조화를 이루는 등 일상계에 얽매이지 않고 소재의 제한을 두지 않는 쪽이 좋았을 것 같거든요. 와카타케 나나미의 작품인 "네 탓이야"  같은 경우가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아니면 일상 속에서의 악의나 서늘한 사건을 그리는 로열드 달 분위기로 가 주던가.

하여간, 세번째 시리즈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지루한 일상계 시리즈의 전형인 이 시리즈를 더 이상 사볼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나마 베스트를 꼽으라면 평작 이상 수준은 보여주는 "감옥의 집의 앨리스"를 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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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 카브레 2 - 영화와 마술의 세계로!, 2008년 칼데콧 수상작
브라이언 셀즈닉 글.그림, 이은정 옮김 / 꿈소담이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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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종의 그림책입니다. 2008년도 칼데콧 상을 수상한 작품이네요. 조금 조사해 봤더니 칼데콧 상은 가장 뛰어난 그림책의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주는 상이라고 하는군요. 제가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이라는 쟝르에 혹해있기도 하고 작품의 소개글이 너무 근사한 나머지 충동적으로 구입해 읽어본 책입니다. 책 내용의 반 정도를 차지하는 브라이언 셀즈닉의 디테일한 연필화 일러스트가 마음에 들기도 했고요.

그런데 읽고난 감상은 뭐랄까.. 좀 속은 느낌입니다. 1권은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는데 2권에서 너무 쉽게쉽게, 엄청난 해피엔딩으로 풀어버리는 바람에 뒤로 갈수록 힘이 빠지고 너무 뻔해지거든요. 동화에서 너무 큰 걸 기대한 제가 잘못이라면 잘못이겠지만 1권은 정말 굉장히 좋았기에 2권의 결말이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더군요. 게다가 별 내용도 없는데 하드커버 양장본 1,2권으로 나온 형태는 용서가 안됩니다. 원서는 한권이던데 말이죠. 국내 종이질이 더 후진가?

어쨌건 저에게는 내용보다는 그림 쪽이 훨~씬 가치가 많은 작품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좀 돈이 아깝기도 하네요. 그래도 조르주 멜리에스라는 실제 영화계의 선구자를 가지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팩션적 요소와 더불어 꿈(?)과 희망(?)을 전해주며 상상력을 자극하는 동화로서 부족함은 없습니다. 애니메이션같은 연출을 보여주는 그림도 굉장히 좋고요.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 보기에는 많이 유치했기에 마케팅을 좀 잘못한거 같긴 한데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라면 충분히 즐길거리가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별점은 그래서 무난하게 3점 줍니다. 제가 나이가 들은게 잘못이지 책 자체는 괜찮았으니까요.
 
아울러 영화화가 계획되어 있다고 책 띠지에서 광고는 하고 있는데 최근 어떻게 구현될지 좀 궁금해지는군요. 영화로 만들기에는 스케일이 많이 딸려보이거든요. 뭐 대단한 액션이나 효과가 있는 것두 아니고.... 차라리 브라이언 셀즈닉의 일러스트를 그대로 살린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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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갈릴레오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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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의 천재 물리학자 유가와가 등장하는 연작 단편집입니다. 전에도 설명했지만 저는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 작품은 그래도 단편 연작이고 평도 괜찮아 구입하게 되었네요.

일단 천재 물리학자라는 주인공 캐릭터에 걸맞게 과학 수사물로 보일 만큼 과학적, 물리학적 이론에 대한 설명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과학적 지식이 실제 사건과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냐 하면 꼭 그런것은 아니라는 것이 약점입니다. 때문에 정통 추리물로 보기에는 좀 부족한 약간은 애매한 성격의 작품집이 되어버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작품이 대부분이었고 말이죠. 솔직히 소설이라는 쟝르보다는 영상물이나 만화에 더 어울리는 소재라 생각됩니다. (Q.E.D 스러운 트릭도 몇개 눈에 띄였고요) 

물론 시니컬한 천재 유가와를 다시 보는 매력은 존재하지만 이 캐릭터 역시 지나칠 정도로 스테레오 타입이라 지루한 점이 없잖아 있네요. 왓슨 격의 캐릭터 구사나기 역시 뻔하고요.

그래도 이만큼의 다양한 과학적 지식을 조사하여 묘사한 작가의 노력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고,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합격점을 줄 만 해서 후속작도 기대가 되네요. 이정도로 쉽게, 빠르게, 재미있게 읽힌다면 추리물로서의 쾌감이 상대적으로 적긴 하지만 쟝르문학 나름의 가치는 충분하겠죠. 별 3점 주겠습니다.

참고로, 개인적인 베스트는 교과서적인 미스테리 과학 수사물 "이탈하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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