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전의 전설
칼 하인츠 프리저 지음, 진중근 옮김 / 일조각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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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읽은 전쟁관련 독서군요. 이 책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전술로 유명해진 전격전에 대해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특히 전격전의 시작과 그 확립이라고도 할 수 있는 대전 초기 독일이 프랑스를 점령하는 이른바 서부전선의 "지헬슈니트 작전" 에 대해 각종 도표와 그래프, 지도 등으로 상세하게 다루면서 전격전이라는 전술에 대한 이해를 돕습니다. 거의 600페이지나 되는 책 내용의 대부분을 이 작전 하나에 할애하였다는 점에서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하더군요.

두께는 제법 되지만 전격전의 실체와 알려진 것과 사뭇 다른 서부전선의 양상, 그리고 독일과 프랑스 장군들에 대한 묘사와 손에 잡힐 듯한 전장에서의 여러가지 이야기들 덕분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군인 롬멜의 서부전선에서의 활약상을 이렇게 자세하게 묘사한 책은 정말이지 처음이네요. 프랑스 군에서도 드골 등 이름만 알고 있던 장군의 실제 활약이라던가 프랑스 부대의 일부 활약상과 용맹성을 묘사하고 있는 등 균형을 잘 맞추고 있고요.

무엇보다도 예전에 읽었던 이대영씨의 "알기 쉬운 세계 제 2차 대전사" 에서 후루룩 지나간 서부전선 이야기에 대한 실상을 알게되어 기분이 무척 좋았습니다. 이 전쟁이 원래는 히틀러의 침략 야욕으로 불거진 전쟁이 아니라는 점 (미리 선전포고를 받은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 과 실제로 전술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몇몇 뛰어난 독일군 장군들에 의해 주도적으로 이루어진 전술이었다는 점, 그리고 프랑스 군이 무능했다기 보다는 모든 병력과 병기에서 앞서는 상황이었지만 프랑스군을 지배했던 구세대적 마인드에 의해 패배한 전쟁이었다는 점, 아울러 독일군 승리에는 정말로 많은 행운이 작용했다는 점 등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많았거든요.

아울러 지헬슈니트 작전과 1차 세계 대전때의 슐리펜 계획과의 자세한 비교 및 전격전이 확립된 서부전선의 결말과 그 역사적 의의 -거의 성공할 뻔 했지만 히틀러 때문에 실패한, 성공한 전쟁이 아닌 작전술의 승리였을 뿐이라는 결론- 등을 설명한 것 역시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워낙 자세하게 설명을 해 놓아서 머리에 쏙쏙 들어오긴 하지만 전쟁사라기 보다는 아무래도 전격전의 실체를 파헤치는 학술서에 가깝기 때문에, 정말 두껍고도 무거운 엄청난 책이라 읽는데 고생이 좀 되기도 했습니다. 양장본이라 더욱 무겁기도 했고요. 무게와 두께가 흉기에 가까운 것은 정말 이 책의 거의 유일한 단점이었습니다. (책 가격이 4만원에 육박하는 것은 단점이라기 보다는 두께를 고려한다면 당연한 가격이겠죠)

한마디로 말하자면 2차 대전에 대해 관심있는 모든 사람들이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번역도 딱딱하지만 정확한 편이고요. 개인적인 별점은 3점입니다. 3점 반을 주고 싶지만 조금 지루한 점과 두께는 아무래도 좀 걸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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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리 가문 - 여섯 차례 노벨상을 수상한 명문가의 위대한 정신
데니스 브라이언 지음, 전대호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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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및 주석을 제외하더라도 700여 페이지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분량의 책입니다. 제목 그대로 퀴리 가문 -마리와 피에르 퀴리 부부, 이렌 퀴리와 졸리오 부부를 중심으로-의 약 4대, 100년에 걸친 역사를 다룬 그린 평전이죠. 

방대한 분량에 걸맞게 퀴리 가문이 발견하고 발전시킨 물리학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당대의 실제 역사와 맞물려 치밀하게 묘사되는 것은 물론 마리와 피에르의 둘째 딸이었던 이브 퀴리의 언론인으로서의 활동 등 숨겨진 퀴리 가문의 이야기, 거기에 마리와 랑쥬벵의 불륜으로 의심되었던 우정이라던가, 졸리오의 레지스탕스 경력과 공산주의자로 활동한 이력 등 가쉽에 가까운 이야기까지 담겨 있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많았으며 여러 자료들 역시 충실하게 삽입되어 있어 이해를 돕습니다. 그 외에도 라듐에 관련된 여러가지 에피소드 (방사능이 위험을 몰랐던 때 벌어진 치명적인 사건들) 도 재미있었고요.

이러한 다양한 이야기들은 어렸을 때 "세계의 위인들" 류의 책에서 짤막하게 접했던 퀴리 부인의 이야기가 전부였던 저에게는 굉장히 신선한 것들이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장모만큼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사위 졸리오가 실질적으로 현대 핵 물리학의 토대를 세운 인물이라는 것에서 깜짝 놀랐습니다. 단지 천재 장모와 아내 덕을 본 인물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외려 장모와 아내보다도 실질적으로 현대 과학에 기여한 인물이더군요.

어쨌건 천재 가문의 역사를 자세하게, 재미있게 다루고 있으며, 공평한 시각의 평전이라는 점에서 길고 방대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물리학, 특히 핵물리학이나 190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의 유럽 역사에 관심있으신 분들은 꼭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네요. 별점은 3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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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또 인 다 하우스 1
김진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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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캘리포니아" 이후 긴 공백기간 끝에 새롭게 출간된 김진태의 신작입니다. 김진태 작가의 팬을 자처하는 저로서는 안살 수가 없는 책이었죠. 오랫만에 접한 신작이지만 유쾌한 난장판이 펼쳐지는 김진태월드는 여전하기에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의 장점이라면 김진태 특유의 지적이며 현학적인 설정이 빛나는 점이죠. 외국인 로빈슨 크로스와 그의 노예 짐, 신비주의 학자 오베르마스가 조선에 표류하며 겪는 여러가지 이야기에서 실존인물 하멜과 벨테브레의 이야기를 가져온 것이라던가 퓨전사찰 "육탄사"에 대한 표현. 짐이 소박맞은 여자와 살림을 꾸리는 이야기나 오베르마스와 한국 무당의 점보기에서 시작된 판타지(?) 대결 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름의 상식적 기반에서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교묘하게 결합되고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은 역시 김진태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일종의 데즈카 식 올스타 캐스팅같은 전작들과 연계되는 다양한 캐릭터들(황가두-바티스투타-스님 / 한호색-뺀-로빈슨 등) 을 보는 재미도 컸고요.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라면 과장된 상황에 의존하는 슬랩스틱이 불필요할 정도로 너무 많아서 정상적인 이야기 진행을 방해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시민쾌걸"의 풍자나 "호텔 캘리포니아"의 다양한 패러디와 같은 핵심 요소가 없이 설정에 의존하여 캐릭터들이 마음대로 날뛰는 상황이 너무 많아서 항상 진화나 새로움을 보여주었던 전작들에 비한다면 약간은 부족한, 산만한 내용으로 보였거든요. 예로 든 작품들보다 각 에피소들의 길이가 긴 편인데 긴 이야기를 잘 활용하지 못하고 정신없이 진행되는 부분에서는 지루한 감이 없잖아 있기도 합니다. 좀더 개개의 에피소드를 짧게, 주요 이야기에만 내용을 집중적으로 할애했더라면 하나하나의 이야기의 완성도가 높았을텐데 말이죠.

그리고 풀컬러로 인쇄된 책 자체의 퀄리티는 괜찮지만 덕분에 가격도 비쌀 뿐더러 책의 장정과 디자인이 영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지나치게 싼티가 난달까요. 김진태의 작품은 대상연령이 조금 높기 때문에 보다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디자인이 훨씬 좋았을 것 같다고 생각되거든요. 물론 표지를 너무 못 그리는 김진태 탓도 없잖아 있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워낙 설정이 좋기에 나름의 재미는 분명한, 김진태 팬으로서는 즐길거리가 많은 작품임에는 분명했습니다. 책 가격에 비하면 아쉬운 부분이 있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만 사실 오랜 팬으로서 책이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죠. 앞으로도 꾸준한 작품활동을 해 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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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겐지 이야기
아기 다다시 지음 / 서울문화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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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신의 물방울" 로 국내에서의 지명도를 크게 높인 만화 원작가 아기 타다시(필명)의 소설입니다. 추리 애호가들에게는 김전일의 원작가 "아마기 세이마루 (필명)" 으로 유명한 작가이기도 하죠. 총 5편의 단편이지만 서로 이어지는 일종의 연작 소설집으로 심리 서스펜스와 추리물이 뒤섞여 있습니다.

일단 만화 원작가로서의 작가의 경력을 읽으면서 계속 느낄 수 있었는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쉽고 빠르게 읽힐 수 있다는 점이겠죠. 1시간도 안되는 시간에 독파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머리속으로 이미지를 그릴 수 있음직한 묘사 방법도 괜찮았습니다. 주인공 겐지의 왜곡된 기억에 관련된 이야기는 얼마전 읽었던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에 접했던 내용이라 왠지 반갑기도 했고요.

그러나 단점 역시 존재합니다. 인물 설정부터 굉장히 만화적인데 주인공 겐지의 독특한 분위기 감지 능력, 그녀의 "사신" 인 파트너 토우야가 초미소년에 천재 음악가이자 격투의 달인이라는 등의 설정이 그러하고 피해자나 용의자들의 설정 또한 설득력이 있다고 말하기 어렵더군요. 그리고 트릭들이 왠지 "그림" 에 더욱 어울릴 것 같은 것들도 많았다는 것과 그다지 참신한 트릭이나 이야기가 없다는 것도 단점이고요. 예를 들자면 그나마 트릭이 등장하는 "Act 2 사신의 키스" 는 경찰의 첫 현장 수사가 터무니없을 정도로 미흡했을 뿐더러 현대의 과학수사로 충분히 범행 증거를 밝혀낼 수 있는 사건으로 생각되거든요. 3번째 단편 "장미의 낙인"과 4번째 단편 "냉혈의 론도" 는 일종의 서술 트릭물로 볼 수 있긴 합니다면 별로 새로운 것도 없고, 서술트릭에 사용하기에는 서술이 부족할 정도로 짤막한 단편이라 설명 부분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아 보였습니다.

결론적으로 라이트 노벨과 추리물의 경계선상에 있어보이는 쉽게 읽히고 나름 자극적인 묘사가 담긴 추리 성향의 캐릭터물로, 본격물로 보기에는 많이 부족하고 심리 스릴러로 보기에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없는 알맹이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겐지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는 괜찮았는데 관련된 내용만 장편화했더라면, 아니면 차라리 만화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연작 단편 소설로서 자립할 만한 가치를 느끼기 어렵더군요. 고어 요소를 덜어낸 "GOTH"라고 생각할 수 있는 책인데 단점 역시 비슷하네요.

장점과 단점이 명확한 만큼 평가가 많이 나뉠 것이라 생각되는데 저에게는 단점 쪽이 더 눈에 들어온 책이었습니다. 비록 좋은 기회를 통해 공짜로 얻어 읽게 된 책이지만 리뷰는 냉정해야죠.... 별점은 2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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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트홈 살인사건 동서 미스터리 북스 98
크레이그 라이스 지음, 백길선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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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그 라이스라는 여성작가의 작품입니다.

미국의 외딴 시골 동네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과 그 사건을 해결해 추리소설 작가인 엄마를 유명하게 하겠다는 세 자매의 이야기로 스케일도 작고 주인공도 아이들일 뿐더러 대화와 사고방식이 전부 아동 입장에서 쓰여져 흡사 "소년탐정단"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그만큼 전형적인 아동용 모험소설의 느낌이 강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점이 오히려 다른 추리소설들과는 굉장히 다른 독특한 재미를 주었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벌이는 기발하고 때로는 유치한 여러 작전들이 굉장히 유쾌하네요. (개인적으로는 엄마 소설의 탐정들의 방식과 대사를 흉내내는 장면들이 귀엽더군요) 또한 흡사 "초원의 집" 분위기랄까.... 당시 미국 시골 마을의 디테일한 묘사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사건은 의외로 진지하고 복잡한 편이라 좀 놀랐습니다. 아이들이 샌퍼드 저택에서 죽은 샌퍼드 부인의 서류를 발견하는 장면은 경찰이 수색에서 왜 발견하지 못했는지가 잘 납득되지 않았지만 이 서류를 통해 주변 인물들을 조사하고 살피면서 복잡한 이야기 속에서 단 하나의 진실을 발견한다는 내용은 깔끔하고 명쾌하게 설명되고 마무리 되고 있더군요. 캐릭터 중심의 모험물 분위기였는 줄 알았는데 정통 추리의 맛도 어느정도 전해 줘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어쨌건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홈 코미드 스릴러물이라고나 할까요? 굉장히 소박하고 유쾌하면서도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흔치 않은 작품으로 생각됩니다. 내용 전개가 정말 디즈니의 모험영화 같은데 조사해 보니 아니나 다를까 1946년에 영화화가 되었더군요. 너무 거대하고 큰 음모나 잔인한 엽기 연쇄 살인사건에 관한 작품이 난무하는 요즈음인데 이 작품을 읽고 신선한 느낌으로 기분전환 할 수 있었습니다.

그나저나 아이들이 말썽꾸러기이긴 해도 집안일도 잘 돕고 엄마의 일과 마음을 잘 이해하는 너무나 착한, 이상적인 아이들로 설정되었다는 것에서는 약간 환타지스럽기도 하군요. 저자인 크레이그 라이스 여사 본인은 불행한 결혼 생활을 했다 하니 소설로나마 이상적인 가정을 꾸미고 싶어한 심정은 어느정도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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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비행 2005-08-02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가 영화화됐었다구요? 아,구입하고 싶다..ㅠㅠㅠㅠ

maettugi 2005-08-02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간비행 : 언젠가 DVD로 나올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