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두의 악마 2 학생 아리스 시리즈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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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내용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본 신본격 미스터리의 대표 작가 중 하나인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작품입니다. 작가의 두개의 시리즈 중 하나인 학생 아리스 시리즈로, 그간 읽어왔던 작가의 작품들 중 가장 긴, 800여페이지가 넘는 대장편이기도 합니다.

학생 아리스 시리즈의 전작 설정과 유사한, 신본격 작가다운 고전적인 설정과 전개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 시리즈 작품답더군요. 대표적인 것이 시골 마을의 폐쇄적 공동체와 이 공동체가 천재지변으로 고립된다는 전형적인 클로즈드 써클 미스터리라는 것이겠죠. 그리고 연쇄살인극이라는 것도 전작들과 유사하고요.

그런데 그동안 예닐곱편의 작품을 읽어온 것에 따르면, 아리스가와 아리스는 공정한 단서 제공과 합리적인 추리라는 장점과 작위적인 설정이라는 단점을 함께 가지고 있는 작가로 보이는데 이 작품 역시 장단점이 그대로였습니다.

단점부터 이야기하자면, 고립된 상황을 만들기 위한 작중 설정부터가 억지스러워요. 특히나 몇몇 한정된 선택받은 사람들로만 구성된 외딴 마을의 예술가 공동체는 정말 어처구니 없는 설정이죠. 예술가들이 이런 촌구석에 처박혀서 버틴다는건 이해가 되지 않았으니까요. 지나칠 정도로 "고립"에 집착하는 모습은 과히 좋아보이지는 않네요.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사실 단점 쪽이 아니라 대표작이라고 불릴만큼 추리적으로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물론 기사라 마을 - 나쓰모리 마을 두개로 나뉘어져 전개되는 방식은 상당히 재미있고, 이렇게 두개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사건이 결국 하나로 엮인다는 결말도 굉장히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되네요. 사건도 모두 3건이나 등장해서 대장편다운 풍성함을 전해주고요. 그러나 디테일에 있어서 아쉬움이 많이 남더라고요.

먼저 첫번째 사건은 범행이 작위적이었고 추리적으로도 결함이 많아 보였습니다.
첫째로 향수를 뿌릴 수 있는 사람이 야기사와 뿐이었다는 것이 설득력이 떨어졌어요. 어차피 우산 안이라면 접혀져 있을때 향기가 나지 않아서 은폐가 가능했을텐데 말이죠.
두번째로 향수를 뿌리는 것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구태여 동굴 안에서 살해할 필요가 정말로 있었는지는 전혀 설명되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작중 설명되듯 그냥 동굴 입구에서 살해해도 되잖아요. 입구가 2개라서 어디서 나올지를 몰랐기 때문이라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죠. 향기에 의지해서 어두컴컴한 동굴 속에서 누군가를 미행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요? 설령 가능하더라도 피해자에게 발각될 위험성이 너무 높아요. 그러느니 차라리 50% 확률로 입구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세번째로 계약에 따라 혐의를 벗겨주기 위한 작위적인 장치 설정도 무리수였습니다. 여자 힘으로 불가능했을 것이다라는 것은 가정일 뿐 현실적인 단서가 되기는 어렵죠. 확고한 알리바이를 만들어 주는 것이 훨씬 낫죠. 작위적인 설정의 집합인 범행현장의 묘사는 만화같다는 느낌만 전해줄 뿐이었어요.
마지막으로 증거로 귀를 잘라낸다는 발상도 썩 와닿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시체를 강물에 던져버렸으면 모든 것이 깔끔했을텐데 이래서야 범행을 위한 범행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죠... "계약서"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한다면 "귀"는 무가치하며 외려 범인에게는 불리한 증거물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거든요.

두번째 사건인 사진작가 아이하라 살인사건은 깔끔했습니다. 외려 저도 범인을 짐작할 수 있었을 만큼 너무 간단하고 명쾌한게 문제였어요. 솔직히 추리적으로는 재미가 떨어지는 편이니까요. 핵심 단서에 대한 정보제공이 너무나 공정한 탓에 용의자의 직업만 가지고도 범인을 특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무로키의 팔레 이데알 이야기도 너무 많이 나와서 뭔가 사건에 연관이 있으리라 생각하게 만들거든요.

그리고 제일 중요한 트릭이 패트리시아 하이스미스의 <낯선 승객>과 동일한 트릭이라 신선함이 떨어지더군요. 그나마도 중간과정을 너무 대충대충 넘기고 있기도 하고요.
동기면에서도 오노야 당연히 누구나 죽이고 싶어하는 인물이라 열외이지만 (종유동에 벽화따위나 그리는 놈은 죽어도 싸지) 야기사와의 살의는 살인 말고라도 여러가지 방법 - 돈이나 필름을 회수하거나 하는 방법 - 이 있었기에 쉽사리 납득할 수 없었고 세번째 살인 역시 무로키가 체포된다면 불필요한 살인이기에 무의미해 보였습니다. 어차피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 고립된 기사라 마을에서 한정된 인물들 대상으로 범인이 결국 밝혀졌을테고 말이죠.

그래도 세번째 사건인 음악가 야기사와 살인사건은 주요 단서가 가장 명쾌하고 설득력 넘치게 짜여진, 잘 만들어진 사건이었습니다. 사실 트릭이라기 보다는 왜 X가 범인인가? 에 대한 설명이 핵심이지만 굉장히 합리적이고 깔끔하게 전개되고 있거든요. 구태여 변명하려면 변명할 수 있는 단서이기는 하나 고전적이며 본격 추리소설같은 느낌이 잘 전해지기 때문에 제일 마음에 드네요.

결론내리자면 공정한 단서제공과 본격 추리소설다운 지적인 재미는 일품이지만 하나의 장편으로서의 완성도는 그에 미치지는 못한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벌려놓은 것에 비하면 알맹이는 빈약한 편이니까요. 엄청나게 긴 분량 역시 감점 요소였습니다. 차라리 조금 더 짧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현대 사회에 클로즈드 써클 미스터리물을 만들고자 노력한 작가의 노고에는 경의를 표합니다만 왜 이 작품이 대표작으로 인정받는지는 잘 모르겠군요. 제 생각에는 작가가 트릭과 추리적인 발상에 비하면 소설가로서의 글 쓰는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작가 아리스 시리즈가 조금은 더 나아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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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홈즈걸 1 - 명탐정 홈즈걸의 책장 명탐정 홈즈걸 1
오사키 고즈에 지음, 서혜영 옮김 / 다산책방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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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후도 서점 사건메모 시리즈 제 1작으로 출간된 서점을 주무대로 한 일상계 옴니버스 추리 단편집입니다.

일단 작가가 실제 서점근무를 오래했다고 하는데 덕분에 서점과 책에 관련된 이야기의 디테일이 놀라울 정도로 상세한 것, 그리고 실제 존재하는 책들이 이야기의 가장 중요한 소재로 쓰인다는 점이 굉장히 독특했습니다. 제가 이런 디테일 굉장히 좋아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탐정역은 고참 서점직원인 교코와 아르바이트생 다에의 2인조로 구성되어 있는데 교코가 서점 근무 경력을 잘 살려 여러가지 단서를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실제 추리는 다에가 담당하는 구조로 둘의 협력관계가 잘 맞아떨어지는 것도 인상적이었어요. 서점 직원 출신 만화가 구제 반코(久世 番子)가 만화화를 했다고 하여 찾아보았는데 오른쪽 안경누님이 교코, 왼쪽 단발 아가씨가 다에겠죠?^^ 만화 이미지도 작품의 발랄함과 귀여움을 잘 드러낸 것 같아 마음에 드네요.두 컴비의 팬이 될 것 같습니다.^^
아울러 내용도 5편의 작품 대부분이 일상계 작품이라는 테마를 잘 살리고 서점의 디테일과 결합한 소품과 같은 귀여운 이야기들이라 읽는 내내 흐뭇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우울할때 읽으면 좋을 치유계 소설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또 책의 특성상 맨 뒷부분에 부록처럼 실제 서점 직원들의 좌담회가 실려있는 것도 무척 좋더군요. 아이디어도 좋지만 의외로 재미있더라고요.

너무 일상성이 강조되고 서점이라는 공간이 강조된 나머지 추리물로서 성립하기 어려운 작품들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조금 아쉽긴 하지만 재미하나는 빠지는 책이 아니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추리물을 처음 접하기 시작하는 분들, 특히 여성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네요. 가벼운 마음으로 편하게 읽기에는 정말이 최고라 생각합니다.^^ 책도 너무 이쁘게 잘 나왔어요! 구제 반코의 만화도 꼭 출간되면 좋겠습니다.

덧붙이자면, 손님과 서점 직원과의 해프닝이 이야기의 주 소재들인데 이렇게 대형 서점에서 직원과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일본의 출판 시장이 부럽기만 하네요. 저도 근처에 세후도 서점처럼 인간냄새 나면서도 친절한 직원들로 가득한 서점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단골이 되고 싶습니다...

1. 판다는 속삭인다 :
한 손님이 교코에게 자신이 아는 경증 치매노인이 원하는 책 3권을 찾아달라고 요청하는 데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 노인은 치매가 있어서인지 알 수 없는 말로 책을 요청했는데 교코와 세후도 서점 직원들은 그 수수께끼를 결국 풀지못하고 다른 책을 권해주죠. 그 뒤에 니시오카라는 손님은 그 책이 아니었다고 말하며 다시금 암호같은 말로 책을 찾아달라고 합니다...
일종의 암호트릭물입니다. 노인이 말하는 엉뚱한 대사가 가르키는 대상은 대단하지는 않지만 작가의 서점 근무 경력을 드러내는 굉장히 효과적인 트릭이었으며, 이 책들이 나타내는 메시지 역시 굉장히 잘 짜여져 있어서 이야기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좋은 작품으로 개인적으로는 이 단편집의 베스트 작품으로 꼽고 싶네요. 트릭이 거창하거나 웅장하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나타내는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2. 사냥터에서, 그대가 손을 흔드네
세후도 서점에 어느날 기타가와라는 여성이 찾아온다.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 사와마츠씨가 갑자기 연락이 끊겨 어머니의 단골이었던 세후도서점에 방문한 것. 마침 사와마츠씨가 실종전에 구입한 것은 한권의 만화책이었다...
한권의 만화책으로 20년 전의 기억과 자취를 떠올린다는 내용인데 작중에 만요슈와 겐지이야기를 잘 녹여내어 부드럽게 접근하는 작가의 솜씨는 놀랍지만 솔직히 추리물이라고 보기는좀 힘들더군요. 여성취향이 물씬 나는 미스터리가 믹스된 단편이라 보는게 맞을것 같아요.

3. 배달 빨간 모자
세후도 서점 근처 상점가에 있는 미용실 노엘에서 손님의 몰래카메라 사진이 발견되는 대형 사고가 터진다. 그 사진인 세후도 서점이 공급하는 정기구독 잡지 안에 들어있었기에, 노엘 점장의 친구인 미남 이발소 바버 K의 점장 "킹"이 세후도 서점을 찾아와 관련된 내용을 문의한다. 마침 당시 구독 잡지를 배달하던 세후도 서점의 아르바이트생인 미소녀 히로미 양이 배달을 나갔다가 사고가 나 다치게 되는 사건이 겹치는데...
사소한,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사건을 그리고 있는 정통(!) 일상계추리물입니다. 대단한 트릭은 없지만 몇가지 단서를 토대로 추리를 펼쳐나가는 교코와 다에 컴비의 활약이 빛을 발하는 수작이죠. 결국 히로미양의 이야기가 모든 단서를 제공한다는 결정적인 약점은 있지만 단편적인 단서를 이야기와 잘 엮어놓고 있기에 재미있게 읽었답니다. 이른바 "배달 빨간 모자" 캐릭터인 히로미양도 귀엽고요^^ 추리도 괜찮고 나름의 액션과 긴장감도 잘 살아있는 작품이라 만화로도 꼭 보고 싶어지네요.

4. 여섯번째 메시지
가와다 나호코라는 여성이 세후도 서점에 찾아온다. 그녀는 자신이 입원 중에 읽을 책을 골라준 점원을 찾고 있던 것. 그러나 그녀에게 책을 추천한 점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굉장히 간단한 소품이지만 실제 존재하는 책들이 이야기의 주 소재로 쓰이고 있는 독특한 작품입니다. 등장하는 작품은 총 5권으로 하야시 간지의 "하늘 여행", 가와이의 "산책 - 시골 꽃", 이케다 아키코의 "다얀의 스케치 교실", 아사다 지로의 "다미코", 마지막으로 하인라인의 "여름으로 가는 문"이 그것입니다. 이렇듯 서로 연관성 없는 다양한 종류의 도서를 누가 어떻게 추천했는지를 간단한 추리로 풀어내고 있죠. 물론 이런 추리가 없었더라도 실제 누가 책을 추천했는지를 찾아내기는 별로 어렵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되기에 추리물로 보기는 좀 힘들지만... 그래도 여성분들이 아주 좋아할 만한 감성적이면서도 따뜻한 이야기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나저나 "다얀의 스케치 교실"은 저도 사고 싶어지는데 이거 큰일이네요...^^

5. 디스플레이 리플레이
출판사가 주최하는 디스플레이 콘테스트에 세후도 서점도 응모하기로 한다. 디스플레이 주체는 아르바이트생 유키. 교코가 담당하는 인기만화 "트로피컬"의 디스플레이라 교코도 적극 협조한다. 그리하여 디스플레이는 멋지게 완성되지만 어느날 그 디스플레이가 심하게 훼손되는 사건이 벌어지는데...
인기만화와 그 작품의 표절논란이라는 소재의 이야기인데 추리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모두 공감하기 힘든, 이 단편집의 워스트로 꼽고싶은 작품입니다. 일단 추리가 거의 등장하지 않고 실질적 증거나 단서를 토대로 이루어지지 않기에 추리적으로 점수를 주기 어려우며 이야기 자체도 별로 잘 짜여졌다는 생각이 들지 않네요. 조금 아쉬운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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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란 무엇인가
레너드 코페트 지음, 이종남 옮김 / 민음인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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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여년간 야구 전문 기자로 활약한 레너드 코페트의 야구 "입문서" 입니다. 개인적으로 야구관련 서적은 이번에 세번째로, 이전에 야구인 조해연씨가 지은 "이야기 일본 프로야구"와 허구연씨의 "홈런과 삼진사이" 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이전의 두권도 좋은 책이었지만 지나치게 특정 인물 (선수)와 특정 시합에 치우친 시각이라 아쉬웠는데 이 책은 그야말로 입문서이자 야구관련 서적의 바이블이라고 칭해도 좋을 그런 책이네요.

크게 3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는데, "제1부 야구의 현장" 은 야구 경기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들인 타격, 피칭, 수비, 베이스러닝, 감독, 사인, 벤치, 지명타자, 심판원, 구장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으며, "제2부 막후에서 벌어지는 일"은 각종 미디어와 원정경기를 갈 때의 이야기들, 프런트와 스카우트에 관련된 이야기, 통계와 기록, 구단주와 선수노조, 커미셔너와 에이전트 등 경기 이외의 것들을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마지막인 "제3부 위대한 야구"는 다양한 야구의 흐름에 있어서 눈여겨볼만한, 또한 눈여겨 볼만했던 이야기들을 하고 있고요. 대표적으로는 "타격 실종"에 관한 이야기라던가 "가장 위대한 투수는 누구인가?" 같은 예를 들 수 있겠죠.

이 방대한 모든 이야기들을 종적으로 시대적 변천사와 함께 기록해 나가면서 특정 시기에 있었던 중요한 사건을 짚어나가고 있다는 것이 대단한 점입니다. 정말이지 전설적인 기자가 쓴 책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 정도였으니까요. 또한 야구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쉽게 이해하면서 볼 수 있게끔 정성들여 설명하고 있는 것은 물론, 야구팬이나 야구광들에게도 야구를 보면서 놓치기 쉬운 다양한 것들을 색다른 시각으로 보게끔 유도하는 내용도 인상적이며, 해당 내용을 대한 역사적인 사실과 다양한 사례, 재미있는 일화와 함께 펼쳐놓아 굉장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600여 페이지임에도 불구하고 쉽게쉽게 읽을 정도였으니까요.

쓰여진지 20여년이 가까워져 오는 바람에 우리에게 친숙한 스타들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은 조금 아쉽지만 한마디로 책 띠지에 있는 소개문구인 "야구인의 필독서" 라는 말이 정말 허언이 아닐 정도로 재미나면서도 좋은 책이네요. 평점을 매기자면, 야구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별 5개를 줄 수 밖에 없습니다!

야구가 링컨의 말처럼 반드시 필요한 그 어떤 것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레너드 코페트의 말대로 자, 이제 우리도 야구 이야기를 시작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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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11-03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랬만에 글을 올리시네요^^
 
미식견문록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세계음식기행 지식여행자 6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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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어 동시통역사이자 작가인 요네하라 마리의 수필집입니다. 홍보가 마음에 들어 구입해 보았습니다. 구입하고 나서야 알게된 사실인데 여러모로 꽤 유명한 작가인듯 싶네요.

내용은 제목 그대로 "미식"에 대한 "견문록". 즉 음식에 대한 디테일한 소개와 레시피, 그리고 재미있는 일화가 등장하는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맛있는 음식" 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과 신변잡기적인 글이 대부분이라는 것이 다른 미식관련 문헌과 차이점이긴 하지만 큰 중심이 음식과 관련된 일화 소개라는 것은 똑같다고 할 수 있겠죠.

목차별로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제1악장 Russian Rhapsody" 는 주로 러시아에서의 생활과 그곳에서의 음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여행자의 아침식사"라는 극악의 구소련제 통조림 이야기라던가, "할바"라는 궁극의 누가 설탕 과자 이야기가 재미있더군요.
"여행자의 아침식사"라는 통조림 이야기는 정말 새로왔습니다. 얼마나 맛이 없었으면 농담의 소재로까지 쓰였을까 싶고, 왠지 먹어보고 싶어절 정도였으니까요. 흡사 악평이 가득한 영화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는 것과 같은 것이랄까요?
"할바"라는 설탕 과자 이야기 역시 어렸을때 단 한번 맛본 천상의 맛을 찾아 성인이 된 이후에도 사방팔방 찾아다니며 다양한 레시피를 수집하는 모습이 정말이지 대단하다 싶었고요.
그 외의 이야기들도 대부분 저자의 프라하-러시아 생활 경험담이 대부분이긴 한데 다 재미있었습니다. 워낙 새로운 이야기들이었으니까 당연하겠죠.

"제2악장 Andante Mangiabile" 는 소설이나 동화, 전설같은 친숙한 이야기에 등장하는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가장 재미있었고 주목할만한 이야기는 "인도 핫케이크!". 저 역시 어렸을때 읽었던 동화 "꼬마 깜둥이 삼보" 에 등장하는 핫케이크에 대한 고찰(?)입니다.
이 동화의 요지는 삼보를 잡아먹으려던 호랑이들이 나무 밑에서 서로의 꼬리를 물고 전력질주하며 뱅뱅돌다가 녹아내려 버터가 된 것을 삼보의 엄마가 핫케이크를 만들어 준다는 것인데 저자는 바로 이 핫케이크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치밀한 조사를 벌여 원래 이 동화의 배경은 "인도" 였다는 것. 때문에 버터와 핫케이크는 저자의 의도와 번역이 결합된, 일종의 잘못된 정보이고 원래대로라면 "기이"가 잔뜩 들어간 "난" 이라는 것을 밝혀냅니다! 짝짝짝. 이 정도라면 약간 허무하기도 하지만 집요하면서도 끈기있는 저자의 노력에 경의를 표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외에도 모모타로의 기장경단이나 너구리 죽, 과자집 등 친숙하지만 잘 모르는 음식 이야기가 가득한 부분이라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을 수 있었네요. 너구리 죽은 그 맛이 정말 궁금합니다.

"제3악장 Largo"는 저자의 신변잡기적인 글이 실려있는 부분입니다. 가장 재미있기도 하고 기발하기도 한 부분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저자의 독특한 시각이 굉장히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동시통역할때의 일화를 소개하며 리가초프 - 고르파초프 - 옐친 순으로 신기하고 새로운 음식을 잘 먹었는데 신기하고 새로운 음식을 잘 먹을 수록 확실히 "개혁파"에 가까왔다... 라는 이야기라던가, 앵글로색슨족, 그러니까 미국과 영국이 세계의 패권을 잡은 것은 "맛없는 음식을 먹었기 때문에" 세계 어느곳에 가도 불평없이 싸울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 등 기발하면서도 새로운 해석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그 외로는 자신이 먹었던, 혹은 접했던 음식들에 대한 다양한 일화들이 실려 있는데 먹성 좋았던 미식가 삼촌이 유언삼아 남긴 마지막 한마디가 인상적이더군요. "역 도시락은 팔각 도시락으로 해라..." ^^;; 정말이지 대단한 집안이에요...

어쨌건 수필집이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후딱 읽을 수 있었고 재미도 있어서 만족스러운 도서였습니다. 저자의 시각이나 해석이 독특한 것 역시 마음에 들었고요. 한국어판의 지저분해 보이고 내용과 잘 어울리지도 않는 삽화, 디자인은 영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이 정도라면 별점 3점은 충분하죠. 가벼운 마음으로 읽으실 책을 찾으신다면 추천합니다. 저자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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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8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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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가 약간 있습니다. 읽으실 분들은 미리 염두해 주시기 바랍니다.

처음 출간소식을 알았을때에는 그닥 구입생각이 없었는데 인터넷을 통해 너무나 많은 호평을 접해서 구입하게 된 책입니다. 워낙 많은 상을 탔기 때문에 혹한것도 있죠.

그런데 제게는 그냥 평균작 수준이었어요. 대단한 작품이다... 라는 생각을 가지기에는 좀 부족했거든요.
물론 1인칭 시점의 고백으로 시작하는 "성직자"라는 단편은 대단했고, 이 첫번째 단편에서 시작되는 이야기가 등장인물을 바꾸어가며 극단적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된다는 형식도 독특해서 - 두번째 단편 "순교자"는 서간문 형태, 세번째 단편 "자애자"는 일기, 네번째 단편 "구도자"는 1인칭 추억담, 다섯번째 단편 "신봉자"는 유서, 마지막 단편 "전도자"는 전화통화라는 형태 - 이러한 형식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가기 위한 작가의 고민과 노력이 눈에 선할 정도에요. 또 그만큼 충분한 재미는 가져다 주고 말이죠.

그러나 기본 설정과 캐릭터가 너무 현실적이지 못해서 끝까지 몰입하기는 좀 어려웠습니다. 특히나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비현실적인것은 큰 문제로 생각됩니다. 주인공의 한명인 슈야가 대표적이죠. 유년기의 애정결핍으로 삐뚤어진 양심을 지니게 된 천재라는 설정은 너무 뻔하고 극단적이라 감정이입이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작품 후기 등에서 소개되기를, 등장인물 이력서가 있고 그 이력서에 기반하여 작품이 정교하게 짜여져 있는 것처럼 홍보되고 있는데 사실 슈야 캐릭터는 그동안 만화에서 흔히 보아왔던 인물 설정이죠. 읽자마자 저는 "암즈"의 건방진 천재 쌍둥이 알과 제프가 연상되었거든요. 그나마 요새는 만화에서도 쓰이지 않는 케케묵은 설정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요. 슈야에 비하면 작위적이기는 하지만 작중에 등장하는 AIDS에 걸린 세상을 바꾸는 철부지 선생이나 다양한 약품을 손에 넣는 중학교 여반장같은 캐릭터는 그나마 약과겠죠...

게다가 아무리 천재라고 하더라도 건물을 날려버릴만한 폭탄을 현실세계의 중학생이 제조한다는 것과 마지막으로 모리구치 유코가 그 폭탄을 옮겨 놓는다는 것은 황당의 극치더군요. 결국 모리구치 유코 역시 자기가 가르치던 학생들 수준으로 자기합리화에만 골몰하는 뻔뻔한 인물이라는 것을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모리구치 유코의 경우 하나뿐인 혈육이 죽었으므로 복수심에 불타는 것은 충분히 이해되긴 하지만 이렇듯 이후의 전개는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당위성이 서서히 희박해져 가는것이 뒤로 갈 수록 너무 막가는거 아닌가 싶었습니다. 이거야 캐릭터들의 설정이 설득력이 없는 것과 연관되어 있는 문제이긴 합니다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단죄라는 것이 현실적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천사의 나이프"처럼 법적인 저촉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 범죄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고, 첫 단편 이외의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복수극으로 보기도 힘들며 추리물로 보기에도 어려운 작품이었습니다. 분명히 재미있고 독특한 작품이긴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현실성이 떨어지는 등 단점이 확연하기에 그냥 첫번째 단편으로 끝나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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