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증인 동서 미스터리 북스 300
김성종 지음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저는 국내 추리작가의 양대산맥으로 "정건섭"선생님과 "김성종" 선생님을 꼽고 싶습니다. 그런데 정건섭 선생님은 국내 현실에 잘 맞는 정통 추리물 "덫"과 "5시간 30분"을 읽고 좋아하게 되었지만 김성종 선생님 작품은 김성종 선생님의 그간의 국내 추리계를 위한 노력과 활발한 작품 활동에 비해서는 그동안 별로 읽은 것은 없습니다. "여명의 눈동자"를 제외한다면 단편집 "어느 창녀의 죽음" 정도일까요? 그래서 평소에도 무척 아쉽던 차에 고려원에서 나온 한국 미스터리 컬렉션으로 구입해서 읽게 된 작품입니다.

읽고나니 과연 명불허전! 국내 추리문학계의 거장 김성종 선생님의 진가를 잘 알려주는 작품이네요. 미국식 스릴러와 일본 사회파와의 차별점을 보이는 문체와 작품이 인상적이며 한국전쟁 직후의 우리나라의 비참했던 과거를 소재로 하고 있어 굉장히 한국적인 소재와 내용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이 마음에 듭니다. 거기에 세세한 설정과 대사에서 토속적인 정감까지 물씬 풍기는 작품은 정말 처음보는 것 같습니다. 6.25 직후의 혼란스러운 시대상황에서 빚어진 비극을 이만큼 잘 묘사하고 있는 작품은 다른 쟝르를 통틀어도 드물것이라 생각되네요.

연쇄살인이라는 것의 트릭은 없고 "범인이 누구인가?"라는 가장 기본적인 명제를 소재로 하고 있는 것도 한국적이면서도 현실적이라 마음에 듭니다. 하지만 오병호 형사는 프렌치 경감처럼 주로 발로 뛰는 타입이긴 한데 수사방법이 "증언"에 기초하고 있어서 추리적 요소는 그렇게 크지 않군요. 하지만 사건의 실상을 파헤치는 증언이 워낙 충격적이라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사건들이 복잡하게 뒤섞여 있기는 하지만 각각의 연계성이 치밀하게 설정되어 명쾌하게 정리되는 결말 역시 좋았고요.

탐정역의 오병호 형사의 캐릭터도 대단한 추리적 능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끈질기고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약간의 반골 성향에 곁들여 로맨티스트의 감성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그려지는데 흡사 무협지의 외로운 검객 스타일의 독특함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 마음에 들더군요. 무엇보다도 다른 인물들과 비교해 봐도 그다지 뛰어난 인물은 아니라는 것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좌익쪽 인물들의 캐릭터가 잔인하고 비 인간적인 인물들로 정형화 된 것은 발표된 시대를 미루어 보면 충분히 이해는 가지만 아쉬운 부분이었고 모든 관련 인물들이 죽는 것으로 마무리 되는 결말은 너무 감동을 극대화시키려고 무리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결말 부분을 좀 쉽게 생각했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또 이 작품에서는 사건의 동기와 인간의 잔인함을 보여주기 위해 삽입한 장면이지만 김성종 선생님의 작품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불유쾌한 성적 묘사도 어느 정도 있어서 약간 마음이 불편하기는 했습니다.

그래도 참 간만에 좋은 독서를 한 것 같습니다. 요사이 읽은 책들은 다 대박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독보적이네요. 데뷰작이라는 것을 믿기가 어려울 정도로 잘 구성된 작품으로 이 작품이 한국 추리사에 빛나는 작품 중 하나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한국 추리문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읽고 넘어가야 할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PS : 이 작품을 원작으로 영화 "흑수선"이 제작되었다고 알고있는데 영화는 아직 보지 못했지만 간략한 줄거리만 보아도 각색을 굉장히 많이 했더군요. 워낙 긴 작품이고 꽤 긴 기간을 아우르는 작품이라 어느정도의 각색은 반드시 필요했겠지만 그 정도가 지나쳐서 원작에 누를 끼치지나 않았을지 우려되기도 합니다. 굉장히 이 작품을 재미있게 읽은 만큼 한번 구해보기는 해야겠네요. 혹 영화를 보신 분이 계시면 어땠는지 정보 부탁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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