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섬 퍼즐 학생 아리스 시리즈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국내에 두번째로 소개된 학생 아리스 시리즈 작품입니다. 전편인 "월광게임"의 경우 초짜 본격 미스터리 매니아의 데뷰작이라는 느낌이 너무 강해서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었는데 그래도 이 작품은 첫 작품에서의 단점을 보완하여 확실히 업그레이드했더군요. 물론 클로즈드 서클이라고 불리우기도 하는 고립된 섬이라는 무대와 일본 추리 소설에서 흔히 보이는 부자 가문의 복잡한 인간관계라는 기본 설정은 골든 에이지 시절의 영국쪽 퍼즐 미스터리와 고전 일본 추리물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은 부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뻔했지만 저도 이런 고전적 설정을 무척 좋아하기에 굳이 단점으로 꼽기는 어렵네요. 너무 작위적이긴 했지만 이런게 정통 아니겠습니까^^

작품은 크게 주어진 단서를 이용하여 섬에 숨겨진 보물을 찾는 이야기와 더불어 3건 (피해자는 4인)의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보물찾기 이야기는 암호 트릭으로 꽤 잘 만들어진 트릭입니다. 작위적이긴 하지만 기본 개념자체는 나쁘지 않았고 독자도 함께 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살인사건은 1건은 밀실 살인 트릭이 적용되어 있고 1건은 일종의 다이잉 메시지가 있긴 하지만 그 외에는 별다른 트릭 없이 “범인이 누구인가?” 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밀실 트릭은 좀 대충 만든 것 같은 생각이 들기에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었고 다이잉 메시지는 그냥 그러한게 있었다 수준이기에 트릭으로 보기는 힘들어서 트릭물적인 요소는 높지 않습니다. 하지만 떨어진 지도에 남은 자전거 바퀴 자국을 토대로 하여 범인을 이끌어내는 전개는 좋았습니다. 이치에 합당할 뿐더러 전개도 합리적이고 수긍할만 했기 때문에요. 에가미 지로가 범인을 밝히는 마지막 장 앞에 “독자에 대한 도전”이 있는 것이 만용으로 보이지 않을 만큼 공정하면서도 치밀한, 잘 짜여진 이야기라 생각되네요.

그러나 범인이 단 한명으로 좁혀지는 결과를 낳은 것은 굉장히 아쉬웠습니다. 전작 “월광게임”이 초딩스러운 불합리한 동기 부여로 인해 작품의 수준이 떨어진 것을 보완하기 위함이었는데 이번에는 범행의 동기 부여 부분에 있어서는 확실히 진일보하여 설득력을 갖추긴 했지만 이러한 설득력을 제공하는 부분이 너무 자세하게 표현되어 버려서 범행의 과정이나 트릭은 몰라도 결국 범인이 누구인지는 알 수 있게 되어 버렸거든요. 닫힌 공간에서 연쇄 살인이 벌어진다면 “누가 범인인가?” 부분을 좀 더 흥미진진하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캐릭터간의 갈등을 보다 디테일하게 묘사했어야 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마키하라 준지 이외의 인물은 갈등 자체를 묘사하지 않아서 마지막 부분에서 동기가 확인되자마자 김이 확 빠져버리는 느낌이었거든요.

그 외에 실제 범행이 아리스가 이야기하듯 “철인 3종 경기” 같은 체력이 필요했다는 점, 어차피 복수극이었다면 에가미와 아리스 같은 외부 손님이 없는 다른 시기 (몇 년 뒤가 되더라도) 에 범행을 저지르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것들도 보완해야 할 점이고요. 아울러 보물찾기 트릭도 단서가 너무 명확한 장소를 나타내고 있어서 구태여 암호를 풀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몇년간 찾았으면 결국 발견하지 않았었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또 시대가 많이 흐른 탓이기도 하겠지만 지금 읽기에는 "김전일" 스러운 전개 (혐오스러운 범행때문에 발생한 눈물의 범죄. 동정할 수 밖에 없는 범인 등)가 약간 거슬리기도 했고 말이죠.

개인적으로 이러한 아쉬운 점들 때문에 재미있게 읽기는 했지만 뭔가 2% 부족한 느낌은 지울 수가 없더군요. 그래도 전작보다는 확실히 좋아진 것을 미루어 볼 때 다음 작품 “쌍두의 악마”는 이 작품에서 드러나는 몇가지 문제점을 보완한 확실한 정통 고전과 같은 맛을 충분히 전해주리라 기대가 됩니다. “쌍두의 악마”는 그렇잖아도 걸작이라는 평도 많으니 올 여름 시즌 지나기 전에 나와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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