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다
로라 리프먼 지음, 홍현숙 옮김 / 레드박스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내가 읽은 올여름 처음이자 마지막인 스릴러 소설이었다.  이 책은 무엇보다도 띠지를 보고 선택했다.  '스티븐 킹이 선택한 올해(2010)의 소설' 이라는.  과연 어떤 책이기에 대문호인 스티븐 킹이 올해의 소설로 꼽았을까 싶었다. 

  이 책 제목은 '나는 네가 지난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라는 영화가 생각나기도 했다.  그 영화처럼 긴장감에 한 시도 놓을 수 없는 이야기가 펼쳐지길 바랐다.  그런데 이 소설은 여느 스릴러 소설들과는 조금 달랐다.  바로 처음부터 범인을 드러내놓고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점이다.  여러 등장인물 가운데 '누가 범인일까?' 하는 추측은 필요치 않은 스릴러 소설이었다.  '이런 방식으로도 스릴러 소설이 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가장 굵직한 소재는 '사형제도' 가 아닐까 싶다.  이런 소재로 독자에게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는 점도 여느 스릴러 소설과는 달랐다.  타임킬링용으로 가볍게 읽고 말 스릴러는 아니라는 점, 그것이 이 책의 특징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사형제도'에 무척 관심이 많다.  여전히 사형제도 존폐지에 있어서 이렇다 할 답을 내리지 못하겠다.  '존치하자'는 입장과 '폐지하자'는 입장이 양날의 칼처럼 대립하고 있는데 양자의 팽팽한 주장을 듣는 일은 정말 흥미로운 일이다.  저자는 사형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입장이란다.  저자의 목소리를 담고 있는 바버라가 아주 흥미로웠다.  물론 그녀 역시 사형제도 폐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사형수 월터를 도와주지만 '아, 정말 사형제도는 폐지되어야 하는 것이 옳겠어'하는 생각이 들게끔 설득력 있는 인물은 아니었다.       

  이 소설은 스토리보다 등장인물들의 심리와 관계를 통해 독자들을 불러 모은다.  월터의 피해자인 엘리자의 삶이 월터에게서 날아든 한 통의 편지 때문에 흔들리게 되고 계속 엘리자를 조종하려 하는 월터의 묘한 관계가 이야기의 핵심이다.  엘리자는 자신의 지난 허물인 과거의 사건을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하지 않고 월터의 부탁을 하나하나 들어주게 된다.  안타깝기도, 답답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등장인물 어느 하나 공감하기가 힘들었다.  월터도 엘리자도 바버라도. 

  이 스릴러는 흥미진진함보다는 시사성이 강한 소설이다.  피해자의 삶이 얼마나 피폐해질 수 있는지, 가해자의 야망과 악랄함의 끝은 어디인지를 보여준 소설이었다.  그리고 가해자를 보호하는 인권단체의 입장 또한 한 번에 들여다볼 수 있는 소설이었다.  그런데 정말 스티븐 킹이 올해의 소설로 꼽았는지는 의문이다.  아쉽게도 내게는 그럴 만큼 매력적인 소설은 아니었던 것 같다.  스릴러라면 대놓고 긴장감이 넘치고 오싹하기를 기대했기에 그랬던 것일까?  표제와 책의 컨셉이 내용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듯한 느낌이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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