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뽀삐뽀 119 우리 아가 모유 먹이기 - 개정판 삐뽀삐뽀 시리즈
하정훈.정유미 지음 / 그린비라이프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모유 수유의 절대지존급 책이다.  그런데 모유수유라는 것은 현상이 아닌 행동이기에 이를 글로 집필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머리로 이해하기는 쉽지만 몸으로 실행하기란 어려운 것이 바로 모유수유다.  

  나는 반드시 완전 모유수유를 하고 싶(었)다.  첫째로는 아기에게 모유만한 젖은 없기 때문이고 둘째로는 경제적이고 셋째로는 간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기를 낳아 막 기르기 시작한 친구들은 하나같이 '모유수유, 생각보다 어려워' 였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젖만 물리면 빨고 먹고 자랄 줄 알았는데 절대 그게 아니었다.  나는 지금 현재까지는 내가 원하던 것처럼 완전 모유수유를 하고 있지만 이제 시작이기에 감히 '완모성공'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 있기를 바라며 또 노력해 보련다.         

  앞서 말한 것처럼 모유수유는 아기를 낳기 전부터 나의 완소(완전 소중한. 하하;;) 로망이었다.  그래서 산모교실에서 모유수유 강좌를 열심히 들었다.  인형으로 실습도 하며 U자 잡기, C자 잡기도 열심히 했다.  그러나 아기는 인형처럼 따라주지 않았다.  나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제왕절개로 낳았는데 정말 절망이었다.  왜냐면 바로 '제왕절개를 하면 모유수유가 좀 늦어진다'는 말들 때문이었다.  그래서 하반신마취를 하고 아기를 낳고(꺼내고) 바로 젖을 물렸다.  물론 물렸다기보다는 갖다 댔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다.  그렇다고 모유 수유의 높은 벽을 완전히 허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 아기가 젖을 잘 빨지 않는 거였다.  간신히 빨아도 몇 번 못하고 지치는 거였다.  뱃속에서의 2주를 먼저 나와 그런지 잠이 어찌나 많은지.  그런데다가 먹어야 기력이 생길 텐데 먹지를 않으니 더 늘어져 잠만 자는 것이었다.  결국 체중은 분유보충을 해야 한다고 판단될 지경이 되었다.  내가 출산한 병원은 산모들에게 모유수유 교육을 철저히 시키는 병원이라 유두혼동을 일으킬 수 있는 꼭지 젖병은 불가피한 경우가 아닌 이상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다.  나는 모유수유 상담사와 상담을 했고 그분께서는 내 유방과 유두, 젖량을 보시고는 '아기가 먹지 않아 체중이 빠지는 경우라 분유보충을 할 필요는 없고 젖을 빨기가 힘들 테니 유축을 해서 스푼 젖병으로 먹이자'는 것이었다.  그날부터 나는 매 3시간 간격으로 유축을 해서 신생아실로 젖배달을 시작했다.  말이 스푼 젖병이지, 잠에 취해 있는 신생아에게 스푼으로 먹이는 일도 정말 쉽지 않았다.  워낙에 소량씩 흘러들어 가는데다 먹을 의지가 있어야 먹이기 쉬운 일이니 말이다.  부지런히 스푼 젖병으로 젖을 먹였고 병원을 퇴원할 때 겨우 출생 몸무게를 맞춰서 퇴원을 했다. 

  그리고 산후조리원에 가게 되었는데, 참 암담했다.  나는 물었다.  "스푼 젖병이 있나요?"  대답은 이랬다.  "스푼 젖병도 있어요.  하지만 아기가 언제까지나 스푼 젖병으로 먹을 수는 없어요.  그러면 빠는 법을 배울 기회가 없어요"  결국 스푼젖병 대신 꼭지 젖병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  유두혼동이 오고 꼭지 젖병에 익숙해지면 모유수유는 힘들어진다는 사실.  물론 유축을 해서 먹일 수도 있지만 매일 3시간 간격으로 유축을 하고 그걸 젖병에 담아 아기에게 먹이는 일은 분유를 먹이는 것만큼 번거로운 과정이 반드시 따르게 된다.  그래도 별 수 없었다.  일단 아기를 먹여야 하니.  유축한 젖을 젖병으로 수유했다.  스푼으로 먹이는 것보다는 손쉽게 먹일 수 있었다.  그런데 젖병은 너무 쉽게 젖이 나오니 아이가 먹다 사래가 들기도 하고 자칫 잘못하면 젖병으로 공기가 입안으로 들어가 애써 먹인 젖을 왈칵 토해내는 것이었다.  이제 육아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가장 힘들었던 때가 바로 이때였다.  젖을 물려 보지만 전보다 조금 나아졌을 뿐, 여전히 오래 빨지 못했다.  그리고 입만 대면 젖이 줄줄 잘 나오는 젖병이 있는데 굳이 힘들여가며 젖을 빨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던지, 아무튼 직수(직접수유)는 쉽지 않았다.  '아, 나는 이제 유축기를 달고 살아야겠구나.', '유축기를 장만해야하나?'   

  그런데 어떻게든 젖을 먹으니 힘이 나는지 전보다 눈에 띄게 기력이 좋아졌다.  나는 유축한 젖을 젖병으로 수유하는 것을 주로 하고 직수를 보충으로 했다.  대개는 그 반대다.  직수를 주로 하고 유축한 젖을 보충으로 한다.  이제는 젖병으로 공기가 들어가지 않게 먹이기, 아기가 젖을 삼켰는지 확인하고 먹일 수가 있었다.  그리고 유축한 젖을 수유하는 횟수를 천천히 줄였다.  아기의 뱃구레는 전보다 커졌고 유축유를 젖병 수유하는 횟수를 줄이고 젖을 물리니 아기는 좀 짜증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무슨 수가 있어도 유축기를 대여하거나 장만해서 집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이 안에 있을 때 끝장을 내야해' 라는 각오를 했고 매일 측정하는 체중을 예의주시하며 젖병 수유를 줄여나갔다.  그리고 D-day.  젖병 수유를 완전히 끊고 직수만 했다.  다행히 때마다 잘 먹었고 다음 날, 그 다음 날도 체중이 늘어갔다.  이런 소식을 전하자 모유수유 전문가는 너무나 반가워하며 "엄마, 나랑 하이파이브 한 번 해요" 라며 '이제 출발이니 잘 유지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도움을 주겠노라' 하였다. 

  이렇게 모유수유를 악착같이 하는데 가장 도움이 되었던 책이 바로 이 책, <삐뽀삐뽀 119 우리 아가 모유 먹이기> 다.  모유수유는 엄마의 의지와 노력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시도하면 결국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무조건 물리기만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효율적으로 먹을 수 있도록 자세를 잡아주고 배고플 때 먹이는 등, 아기의 상태를 고려해서 시도해야 함을 잘 설명해주고 있었다.  모유의 량은 내 아기가 먹기 모자랄 만큼 적은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그런데 이 과정이 쉽지 않아서 금세 포기를 하고 분유를 보충하거나 분유만을 먹이기에 점점 젖량은 줄어들고 급기야 모유수유는 완전히 멀어지고 만단다.  그러나 또 중요한 것은, 모유가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모유수유와 모성을 연결 짓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다시 말해, '모유를 먹이는 엄마는 모성이 강한 것이고 분유를 먹이는 엄마는 그렇지 못하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불가피하게 분유를 먹인다 하더라도 모유를 주듯 아이를 안고 먹이고 아기에게 대한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또  지금 혼합수유를 하고 있는 경우일지라도 전문가와 적절한 상담을 통해 다시 모유 수유만을 시도한다면 그조차도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기억에 남는 내용은 신생아는 4시간 이상 먹지 않고 자는 경우, 반드시 깨워서 먹이라는 것,  젖량을 늘이기 위해서는 수시로(아기가 먹고 싶어하는 경우 언제나) 빨리고, 밤중 수유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유축이 젖량을 늘릴 수 있으니 소아청소년과 의사나 모유수유 전문가와 상담 끝에 사용하도록 권하고 있다.  이 책은 뿐만 아니라 젖 끊기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는데, 수유만큼 힘든 것이 젖끊기이기도 하단다.  이 책은 그야말로 모유수유에 관한 모든 내용을 총망라하고 있는 책이다.     

  어찌하다보니 이 책에 대한 내용보다는 내 아이 모유 먹이기에 대한 실례를 더욱 장황하게 늘어놓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뿐 아니라 병원에 상주하고 있는 모유수유 전문가와의 상담이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또 임신기간 모유수유 강좌를 열심히 들었던 것도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물론 이런 교육이 아기에게 모유를 먹이는 결과를 낳았다기보다 아기에게 모유를 먹이고자 하는 내 의지를 강하게 한 것 같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아기에게 수유한 간격, 시간, 대*소변량을 꼼꼼히 기록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대*소변량만으로 충분히 먹고 있는지 아닌지를 가늠할 수도 있고 수유 간격의 패턴을 보면 내 아기가 좀 더 먹고 싶어하는 시간대를 알 수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수유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더라도 수유를 하라고 말하고 있다.  

  모유는 아기에게 줄 수 있는 엄마의 사랑이다.  그야말로 내 피와 살을 깎아 만드는 아기 밥인 것이다.  물론 모유수유는 이제 시작이고 끝이 아니다.  앞으로 더 험난한 길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생후 3, 4개월에 들어서면 아기와 나의 충분한 수면과 아기의 성장을 위해 잠을 더 잘 수 있도록 밤중 수유를 서서히 끊는 일도 필요할 것이다.  생각처럼 쉽지 않지만 노력하면 또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모유수유가 아닐까 싶다.  이제 모유 수유의 시작이다.  젖량, 유두 상태, 건강이라는 변수에 따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해 보련다.  모유수유를 희망하는 엄마라면, 이 책은, 반드시!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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