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행동 설명서
코니시 우쿠오.코니시 가오루 지음, 김혜숙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산후조리원에서 읽었던 책이다.  신생아를 돌보는 엄마는 늘 잠이 모자라고 피곤하다는데 처음 엄마가 되고 아기를 빤히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뱃속 생명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그 신비로움에 한참을 빠져 있을 때라 그랬는지 나는 밤이면 비몽사몽 일어나 수유를 하다가도 낮이면 말똥말똥해졌다.  사실 산후조리원에서의 1주간은 나도 정신이 없었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의 합숙생활에 적응하랴, 매끼 식사 시간과 간식 시간은 왜 그리도 잦게 느껴지던지.  그런데 1주일 정도가 지나고 산후조리원 짬밥(?)을 조금 먹어갈때즈음, 나는 곁에 책이 없다는 게 너무 갑갑했다.  우리 아기가 배가 고픈지, 기저귀가 젖었는지를 살피고 아기의 사인을 기다리는 동안 틈틈이 자투리 시간이 생기는데 그동안의 시간이 아까웠다.  산후조리원 책장을 어슬렁거리고 있으니 그곳 선생님께서 내게 책을 한 권 주셨다.   

  그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당시에는 무슨 책이라도 좋았다.  근데 모든 가사를 뒤로하고 오로지 먹고 신생아 돌보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조리원 생활에서 이 책은 참 반가웠다.  한 번 잡으면 손에서 놓기가 힘들어지는 스토리가 이어지는 소설책보다는 훨씬 좋았다.  이 책은 1개월부터 12개월까지의 아기의 성장 과정에서 나타나는 행동들을 하나하나 설명해주고 있다.  책을 읽다가도 언제든 덮고 또다시 펼칠 수 있는 책이었다.   

  내가 출산한 병원은 신생아실이 따로 있지만 모자동실을 주로 한다.  왜냐면 모유 수유의 첫걸음은 모자동실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있기로 한 산후조리원 역시 병원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신생아실이 있지만 모자동실을 주로 한다.  그래서인지 (완벽하지는 않지만) 우리 아기의 몇 가지 사인을 알 수가 있었다.  배가 고픈지, 기저귀가 젖었는지, 안아달라는 것인지(요람식으로 안아달라는 뜻인지, 세워서 안아달라는 뜻인지) 등등.  그리고 간혹 알 수 없는 몸짓이나 행동들도 있었는데 이 책이 참 도움이 됐다.  '아, 그래서 그랬던 거구나' 또는 '아, 우리 아이도 이렇게 커가겠구나' 하는.   

  이 책은 '누워 지낼 무렵, 앉기 시작할 무렵, 설 무렵' 로 구성되어 있다.  나는 당연히 '누워 지낼 무렵' chapter가 가장 흥미로웠다.  그리고 '우리 아기가 앉기 시작할 때면 이런 행동들을 볼 수 있겠네', '설 때면 이런 행동을 하겠지?' 하며 한 장 한 장을 읽었다.  한 편의 아기 성장 이야기와 같았다.  그리고 책에서 설명하는 행동이 우리 아기에게도 보일 때, 괜스레 반갑기도 했다.  '아, 잘 자라고 있구나'  하고 말이다. 

  아기를 키우다 보면 어찌 보면 참 성가신 일들이 많이 벌어질 것이다.  아기가 앉으며, 서며 더 그런 일들이 빈번해질 것이다.  그러나 성인이 보기에 짓궂어 보이고 의미 없어 보이는 그런 행동들도 '아기가 정상적으로 발달 과정에 맞추어 잘 자라가고 있다는 의미이니 그때가 오게 되면 부디 인내해주세요' 하는 메세지로 느껴졌다.  그래서 뭐랄까?  이제 육아의 출발선에서 멀리 가지 못했지만 앞으로의 육아의 과정과 우리 아기의 발달 과정을 좀 더 기대하게 된 것 같다. 

  아기는 아주 어린 때는 울음으로 자신의 뜻을 전한다.  그런데 내 아기의 의사표현을 잘 알고 도와주고 해결해주는 것과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알아가는 것은 좀 다를 것이다.  물론 아기가 원하는 바를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알아가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육아의 과정이다.  그러나 이렇게 아이의 행동에 대해 조금이나마 미리 아는 것은 앞으로 있을 시행착오를 한 두 번 정도는 줄여주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이런 아기 행동의 해석을 도와줄 유용한 책이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책 역시 대체적인 아기의 행동과 그들의 사인을 담았다.  내 아이만의 독특한 행동과 의사표현은 오로지 내가 우리 아이에게 집중할 때만이 알 수 있는 것이다.  좀 더 아이에게 집중하고 그의 사인을 민감하게 알아차리는 엄마가 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