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아이 사이 우리들사이 시리즈 1
하임 기너트 외 지음, 신홍민 옮김 / 양철북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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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다니고 있는 임산부교실 추천도서라 읽게 된 책이다.  몰랐는데 자녀교육서로는 꽤 유명한 책인 것 같았다.  이 책과 비슷한 책으로는 존 가트맨의 <내 아이를 위한 사랑의 기술(2007)>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좀 다른 점이 있다면 <내 아이를 위한 사랑의 기술>에서는 주로 감정코칭에 대해 다루었고 <부모와 아이 사이>에서는 대화기술과 자녀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룬 책이었다.  그런데 대화에 있어 아이의 감정을 고려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접근법이 달랐을 뿐 비슷한 내용처럼 여겨졌던 책이다.   

  비단 부모와 아이 사이뿐만 아니라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는 소통의 기본이 되는 대화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오죽하면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라는 우리 속담도 있다.  정말 말 한마디에 어떤 이가 곱게 보이기도 하고 또 다른 말 한마디에 밉게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말이라는 것은 인류만이 가진 보물이다.  이는 단지 소통수단이 아니라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끈이기도 하고 그 문화와 정신세계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말을 적절하게 사용하려면 기술이 필요하다.  이 책은 그런 대화의 기술과 자녀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다룬 책이다.  

  우선 좋았던 점은 상황이나 주제에 따른 대화법을 일목요연하게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음으로 아쉬웠던 점은 책 속 대화들의 예가 현실적이지 않았다.  소위 말해 나쁜 예에서 그런 대화들이 많았는데 실례로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 같으니라고.  에미 애비도 없이 컸니?  씨는 못 속인다니까!", "도대체 왜 그래?  미친 거냐, 멍청한 거냐?  평생 그 꼬락서니를 면하지 못할 거야!"  따위들의 대화들이 있었다.  그렇다.  이것은 자녀를 위한 대화의 나쁜 예이다.  나쁜 예라고 한들, 정말 자기 자녀에게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을까?  이건 나쁜 예를 넘어 거의 저주가 담긴 망언이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부모가 있을 것이고 이보다 더한 말을 하는 부모 역시 있을 것이다.  그러나 책을 읽는 대상이 누군가 하는 것을 좀 더 염두에 두고 읽는 이의 공감을 얻어내는 예시들을 제시함으로 호흡을 같이 하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이 책을 읽는 이는 모르긴 몰라도 '자녀를 바람직하게 길러 내고 싶어하는 부모' 일 것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그래, 나도 이렇게 말 한 적이 있는 것 같아.  이래서는 안되는데....'하는 각성을 불러야 할 것이다.  반면 이 책이 자녀에게 학대를 일삼고 폭언을 하는 등 문제부모의 행동을 교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였고 그러한 부모들이 대상이 되리라 염두에 두고 집필한 책이라면 이러한 예시들은 얼마든지 좋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가르침이라도 비유가 적절치 못하거나 상대로 인해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것이라면 조금 어긋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물론 책 속 모든 대화들의 예가 다 그랬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 '어머, 이렇게 말하는 부모도 있단 말이야?' 하는 기분이 시종일관 들었다는 대화의 나쁜 예로 들어 사용한 문장들이 지나치고 자극적이었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외국어가 원문이던 글이 우리 말로 번역되면 생긴 문화적 차이인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내게는 이 점이 가장 아쉬웠다. 

  그리고 다소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책에서 소개한 내용들은 '그래, 대화의 방법이 참 중요해.  자녀를 이해하고 상처주지 않는 말을 하는 것이 중요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런 내용들이 '나도 당장에 실천해봐야겠어' 하는 적극적인 행동으로 이끌어내기보다는 정적인 내면의 움직임을 꾀했기 때문인지 조금 진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컨대, '다 맞는 말이고 옳은 말이지만 말처럼 쉽지 않아요'  어떻게 이러한 실천들을 할 수 있는지 차근차근 행동으로 실천으로 연결지어 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주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러나 이 책이 세계의 많은 부모들에게 사랑받는 스테디셀러가 된 데는 이유가 있는 것 같다.  그간의 책들은 아이들을 어떻게 양육하고 지도해야 하는지를 말하고 있다면 이 책은 아이를 위해 부모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말하고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변화의 주체가 다르다.  변화해야 할 것은 아이들이 아니라 부모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기존의 자녀교육서와 달리 부모들이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반성하게 했던 것 같다.  이것이 부모를 감동시키지 않았나 싶다. 

  아이들은 부모의 눈빛과 포옹과 따뜻한 말이 거름이 되어 자란다.  부모와 아이 사이.  더욱 조심스럽고 다정한 존중이 꼭 필요할 것 같다.  내 아이에게 진실하게 사랑을 전하고 싶은 모든 부모를 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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