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일의 레시피 키친앤소울 시리즈 Kitchen & Soul series 1
이부키 유키 지음, 김윤수 옮김 / 예담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나는 때마침 이 책을 읽고 있었는데 갑작스레 맞이한 외할머니의 죽음,  그리고 이 책에서의 옴마의 죽음을 동시에 보며 참 여러 생각이 들었다.  '죽음'이라는 것은 영원히 끊이지 않을 화두가 아닌가 싶다.  우리는 누구나 죽는다.  그러나 죽는 방법도, 죽는 때도, 죽음을 맞는 자세도 모두 틀리다.  죽음의 순간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설사 그것이 갑작스러운 죽음이 아니라 하더라도 죽음이 다가옴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면 우리는 이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할머니의 죽음은 갑작스러웠다.  건강이 좋지는 않으셨지만 2주 전 만났을 때만 해도 내게 맛난 과일을 권하시며 뱃속 아기의 안부를 물으셨다.  그리고 지난 일요일, 예정대로라면 나는 할머니를 만났어야 했다.  이틀 전에는 할머니께 드릴 한라봉도 사두었다.  그런데 그 한라봉은 전해 드리지도 못했다.  일요일 오전, 비보를 듣고 말았다.  토요일 일이 있기는 했지만, '왜 토요일 늦게라도 가보지 않았을까' 후회가 되었다.  할머니의 죽음을 전하는 엄마는 전화기 너머로 울고 계셨다.  급히 장례식장으로 가보니 가족들은 어수선했고 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 항상 계셔야 할 할머니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당신의 죽음이 실감 나지 않는다. 

  내게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이 책에서도 새엄마 오토미(옴마)가 죽었다.  옴마가 죽음에 앞서 49재를 치르기 전까지 남은 가족들을 돌봐줄 것을 부탁받고 온 이모토.  그녀와 함께 남편과 딸은 엄마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망자를 기리는 49재.  그러나 오토미의 49재는 좀 달랐다.  그녀가 그런 49재를 원치 않았다.  세상에 살던 때의 소중한 가족과 친지, 지인들을 모은 자리에서 연회를 펼친다.  향을 피우는 대신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이런 풍경은 참 낯설었지만 나는 왠지 경박하게 보이지 않았다. 

  옴마는 떠나기 전 49일까지 그녀의 가족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49일의 생활 레시피를 남겼다.  가족들은 옴마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던 그 레시피 덕에 기운을 낸다.  나의 외할머니는 우리에게 어떤 레시피를 남겼을까?  누구나 '내가 없더라도 당신이 내일을 살아갈 수 있기를' 원할 것이다.  비록 그 레시피라는 것이 옴마와 같은 방식의 것은 아닐지라도 우리는 당신의 죽음 앞에서 남은 자들은 또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옴마 뿐 아니라 다른 가족들의 모습을 통해서도 진정 가족이란 어떤 의미인가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아기를 낳지 못하는 유리코.  첫 아내와 사별 후 옴마와 결혼한 아쓰타.  아내 유리코 외에 다른 여자를 동시에 사랑(?)하는 히로유키.  이 가족들의 모습처럼, 인상적이었던 말은 '피를 나누지 않았다고 가족이 아닌 것은 아니다' 라는 말이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부부도 또 새엄마도 진정한 가족일 수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책이기도 했다.  또 이혼을 준비하는 딸 아이를 지켜보는 아버지 아쓰타의 모습은 참으로 안스러웠다.  여러 재료를 가지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조리하는 과정이 있지만 단 하나의 완성된 맛으로 다시 태어나는 요리처럼 이 가족들도 그랬다.  단 하나의 아름다운 맛으로 태어나는 장면은 우울하던 마음을 밝혀주는 듯 했다. 

  우리 역시 외할머니의 죽음 앞에 그저 슬퍼하고 눈물만 짓기보다는 당신이 우리게 남긴 삶의 레시피를 발견하고 모두가 하나 되어 훌륭한 맛을 내며 가족애를 나누며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부디 옴마나 나의 할머니나 남은 자들을 더 이상 염려하지 말며 좋은 곳에서 흐뭇하게 미소 지으며 우리들을 내려다 봐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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