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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갓난아기 - 소아과 의사가 신생아의 눈으로 쓴 행복한 육아서
마쓰다 미치오 지음, 양윤옥 옮김 / 뜨인돌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일본에서는 예비맘이나 아기맘들이 반드시 읽는 필독서라고 한다. 소아과 의사가 쓴 신생아 눈으로 바라보는 육아 이야기라기에 냉큼 읽었다. 이 책이 일본에서 처음 출간된 것이 1960년대라니 그 세월이 참 길기도 길다. 그래서일까? 약간의 격세지감마저 느껴졌다. 결국 이 이야기들은 1950~60년대 이야기인셈.
그리고 진정 육아에 도움이 되는 내용이라기보다는 신생아가 좌충우돌의 새내기 엄마, 아빠 아래 양육되는 에피소드들을 재미있게 다룬 글 이상은 아니었다. 육아서라기보다는 한 권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어떤 책이든 얻는 것은 있게 마련이다. 이 책은 아기의 입장을 한 번 생각해보게끔 했다. '정말 내 아이는 지금 이것을 원하고 있을까?' '울고 있는 진짜 이유는 뭘까?' 그러나 이 책을 읽었다 하더라도 아기의 울음을 백발백중 제대로 해석하기란 절대 쉽지 않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본 끝에 '결국 이거였구나' 하고 알아차릴 뿐 일 것이다.
이 책의 관점이 신생아의 1인칭 시점으로 쓰였다고 하지만 명백히 말하면 이것도 성인의 눈으로 본 아기인 것이다. 그렇기에 진정 아기들이 어떠한 순간, 어떻게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단지 짐작할 수 밖에.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는 월령에 따른 육아법들. 이것은 하나의 기준일뿐 이것이 곧 법은 아니다. 모두가 이 '표준'이라는 것을 너무 엄격히 여긴다는데 나는 동의한다. 표준체중, 표준신장, 표준무게.... 그 얼마나 많은 '표준' 이라는 머릿단어들 앞에 길들여졌던가? 마치 표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무언가 이상이 있다고 생각할 마냥. 다시 말해, 내 아이가 표준 체중에 표준 신장에 표준 무게가 아니라 할지라도 지극히 정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유아를 바라보는 관점도 성인과 별반 다르지 않은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아기가 젖을 떼고 이유식을 하지만 그 입맛에 따라 단맛의 이유식을 좋아하는 아이도 있고, 약간 짠맛의 이유식을 좋아하는 아이도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내 아이를 바로 알고 양육하려는 태도가 가장 필요한 것 같다.
또 책에서는 모든 육아서 만이 정답은 아니라고 말한다. 이 역시 물론이다! 매뉴얼대로 자라고 움직이며 반응한다면 한낱 기계에 불과하겠지. 그러나 사람이 다양하듯 아기 역시 성격이 있고 기질이 있고 체질이 있기에 모두 다양하다. 그 다양성을 존중해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참으로 지당하지만 너무나도 진부한 이야기들을 해서일까? 나는 그다지 감동도, 교훈도 얻지 못했다. 단지 아이들은 그 누구도 모른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내 아이 마저도. 조금 알아채면 또 모르고 지나치는 부분이 있는 것이고 완벽하게 아이를 이해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무관심해서는 안 될 것이다. 내 아이가 보내는 베이비사인을 재빨리 눈치채고 교감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육아는 정말 어려운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를 생각하기 이전에 '지금 내 아이는 뭘 원하는 것일지'를 한 번 더 아기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