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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60분 부모 : 문제행동과의 한판승 편
EBS 60분 부모 제작팀 엮음 / 지식채널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이 책 독자의 대다수는 자녀를 가진 부모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나는 세상에서 가장 많은 아들, 딸을 두고 있는 독자가 아닐까 싶다. 나는 유치원 교사다. '문제행동' 이것은 비단 가정에서만 부모 곁에 있을 때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이 있는 곳, 어디에서든 난감한 문제행동들을 마주하게 된다. 교사지만 역시 이런 문제행동을 직면하게 되면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올바른지, 내가 지금 장하고 있는지 항상 고민하게 된다. 이런 문제행동에 대한 해결책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하며 이 책을 집었다.
먼저 아이들의 문제행동을 이해하기 전에 교사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오버는 금물이다' 라는 이야기를 꼭 하고 싶다. 무슨 말인고 하면 전혀 아무 것도 문제 되지 않을 아이의 자연스러운 현상에 아이를 마치 환자 취급하고 성인의 잘못된 대응으로 아이를 망가뜨리는 경우들을 많이 본다. 이는 오늘 날의 부모들의 자녀 양육 태도와 직결된다. 우리 부모님 세대에만 해도 자녀의 수가 다섯 손가락을 훌쩍 넘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그러나 오늘날은 많아야 셋, 이도 보기 힘들고 둘 아니면 하나다. 그러다 보니 부모는 '이 아이를 잘 키워야 한다'는 거의 강박에 가까울 정도의 집착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보니 자녀에게서 '옥의 티'를 발견하게 되는 것을 못견뎌한다. '선생님 심리치료를 받아야 겠죠?' '아무래도 정신과에 가봐야겠어요' 등등. 이 중 일부는 정말 치료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10건 중 9건은 아이의 성장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부모는 아이에게 나타나는 문제행동에도 눈을 열어야 하겠지만 그 보다 먼저 아이의 성장과정을 올바로 이해해야 한다. 혹자는 '혹여나 있을 문제에 대비해 부모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극도로 조심하는 것이 뭐가 문제가 될까요?'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부모의 양육 태도와 자녀를 바라보는 시선은 자녀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이렇게 자녀가 '병적인 상태'에 있다고 의심하고 있는 부모 아래서 아이들은 절대 평온함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제 이 책을 살펴보자. 이 책은 여러가지 문제행동의 사례들이 소개된다. 그리고 전문가의 조언이 이어지고 있다. 이 책은 무엇보다 아주 쉽게 접근하고 있다. 학술적 근거나 이론을 소개하기보다는 부모의 입장에서 해결방안, 개선점에 포커스를 맞추어 풀어나가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여러 문제 행동의 사례들을 보고 '나라면 어떻게 도움을 줄까' 하는 관점으로 내 스스로 먼저 답을 떠올려 보고 그 아래 기술된 전문가의 의견들과 대조해 보았다.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이 만족스럽기도 했고 또 한 편으로는 문제행동을 단박에 잡을 수 있는 묘안이란 결코 존재하지 않음에 아쉽기도 했다. 식물 하나를 키워도 물 주고 잎사귀도 살펴보고 햇볕은 충분한지 봐주고 가끔 영양제도 꽂아줘야 하거늘 자녀 문제가 그토록 쉬울리 없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게 자식농사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
그러나 이 책은 내가 읽은 '자녀교육' '유아행동지도' 에 관한 책 중에 비교적 가장 정확한 방법을 소개하고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여러 책들은 오로지 부모의 온정주의에 포커스를 맞춘 경우가 많았다. '아이에게 귀를 기울여라' '아이와 많이 놀와줘라' '아이를 사랑해줘라' 등등. 이 역시 다른 책들에서 강조하는 만큼 굉장히 중요한 것들이다. 그러나 결코 이것이 다가 아니다. 어느 부모가 자녀에게 귀를 기울이고 싶지 않고 놀아주고 싶지 않고 사랑하기 싫을까? 단지 그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이 책은 문제행동을 보일시 부모가 어떻게 행동하면 되는지에 대한 조언을 주고 있다. '타임아웃'을 하거나 '스티커제'를 이용하는 등의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또 주의 할 점은 책에서 제시한 사례가 내 아이와 같은 경우라도 조언으로 제시해 놓은 부모의 행동지침을 반드시 같은 방법으로 적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 아이의 개성에 맞게 아이를 훈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에서 나오는대로 하지만 왜 얘는 고집을 꺽지 못하는거야?' '역시 책은 책일 뿐이야. 직접 키우는 건 문제가 달라' 할수도 있다. 이 책은 해결 답안이 아니라 조언 쯤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 내 아이가 어떤 메뉴얼대로 키워질 수는 없는 일이다. 또 이 책에서 제안하는 방식대로 했으나 여전히 개선이 되지 않는 경우, 부모의 인내심이 더욱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리지만 3년 혹은 5년 그 이상을 자신의 생활 방식으로 살아온 아이들이다. 근데 그것이 부모의 태도가 한 순간 달라졌다고 아이들 역시 한 순간 달라지리라 기대하는 것은 오산이다. 꾸준하게 일관성 있는 태로로 양육해 이전에 잘못 습득된 습관이나 기제를 스스로 바꿀 수 있도록 기다려줘야 한다.
나는 이 책의 '부모'라는 단어를 모두 교사로 바꾸어 읽어보았다. 이 책은 반드시 부모에게만 읽혀야 할 책은 아니다. 아이들과 부모 이상의 시간을 함께 보내는 교사나 유아교육 종사자들이라면 한 번 쯤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부모 태도에 대한 조언이 있는데 이를 잘 적용하여 유아들을 지도하면 사례로 제시한 문제행동들은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는 뜻도 되기 때문이다. 나도 언젠가는 수 많은 아들, 딸들의 엄마를 넘어 나와 피로 맺어진 내 아이를 갖게 될 것이다. 유치원 교사 경력 십 년이라 할지라도 부모로서 아이를 양육하는 것은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나는 이런 책을 읽을 때면 내가 가르치는 나의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고 언제고 나를 '엄마'라고 부르게 될 내 아이에게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기에 일석이조라 생각한다. 아이를 낳기는 쉽지만 그 아이의 몸과 정신세계를 책임질 부모가 되기는 어려운 것이다. 부모들이여, 자녀 양육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