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눕 - 상대를 꿰뚫어보는 힘
샘 고슬링 지음, 김선아 옮김, 황상민 감수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도 스누핑을 할 수 있다면 좋겠어" "뭐?? 어머, 왜 그런게 하고 싶대? 농담이지?" "인간을 알고 싶어서" "야야! 그건 변태짓이지.  그 짓으로 무슨 인간을 안다는 거야"  단지 스누핑을 하고 싶다는 말에 정색하는 내 친구.  무슨 일이지?  사람을 꿰뚫어 보고 싶다는게 그렇게나 비열한 짓인가?  그녀의 그런 반응, 어쩌면 당연했다.  그녀는 스누핑을 '스와핑'으로 이해한 것이다. 아뿔사! (얘! 내가 미쳤니?)  

   어찌되었건 나는  제대로 스누핑을 하고 싶었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제일 큰 이유는 호기심이다.  저 사람은 무엇을 좋아할까?  저렇게 하는 것은 그가 어떤 성향의 사람이라는거지?  나의 어떤 행동을 그는 이해하지 못할까?  등등.   

  그러던 중 나는 스눕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나는 이 책을 읽고 스누핑이라는 것에 더 호기심이 생겼다고 해야 하겠다.  막연히 누군가에 대한 짐작을 넘어서 <스눕>은 과학적인 접근을 제시하고 있는 책이다.  먼저 스눕이라는 의미부터 소개하려 한다.  '스눕'은 기웃거리며 돌아다니다, 꼬치꼬치 캐다 등을 의미한다.  그리고 스눕을 하는 자는 '스누퍼'라고 부른다.(친구야, 스누퍼는 스누피가 아니니 미리 알아두도록)  이 책의 저자 샘 고슬링은 직감을 넘어서 과학적으로 상대를 읽는 법을 제시한다.  그는 오래전부터 이런 일을 해왔단다.  그런데 이런 과학적 결과와 스누핑을 하는 기준이 절대적이고 완전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통계상의 수치와 평균을 보고 '대개 그러하다' 는 결과가 도출되는 것이겠지.  이렇듯 완전무결한 것은 아니기에 이것이 모든 이들에게 정확하게 들어 맞는다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상대를 조금 더 쉽게 그리고 정확하게 스눕할 수 있기를 원했다.  이 책은 흥미로왔다.  하지만 샘 고슬링 박사의 연구들을 잘 풀어쓴 보고서이지 '스눕을 하는 방법' 에 대한 좀 더 적나라하고 단명한 제안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실망스러웠다.  그리고 대다수의 사례가 미국의 것이기에 우리나라인 한국에 적용할 수 없는 부분들이 적잖이 있었다.  국민성도 다르고 개개인의 성향도 문화색에 따라 분명 다르다.  미국에서 한 연구 결과가 우리나라에도 꼭 맞아떨어지지는 않으리라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이름을 나열해두고 들어봤다고 생각하는 자들을 체크해보는 문항도 있었는데 역시 외국인의 이름은 모두 생경할 밖에.  당연지사다.  미국인이 아니면 난감한 문제와 접근법들이 많았다. 

  그리고 가능만 하다면 나는 샘 고슬링 박사를 내 방으로 초대해 침실연구(누군가의 침실을 보고 그 사람의 성향과 취향등을 알아내는 연구)를 시키고 싶었다.  앞서 말했듯 스눕을 통해 상대방을 알고 싶기도 하지만 제일 먼저 나는 나를 먼저 알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몇 번이고 내 방을 훑어보았다.  누군가가 내 집에 와서 능숙한 스눕으로 단서를 발견하지는 않을까 말이다.(워워~ 나는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 깨끗하니 안심하기를)  내가 누군가를 제대로 스눕한다는 것은 꽤나 즐거운 일이다.  그러나 반대로 누군가가 나를 제대로 스눕하는 것은, 오오~ 결단코 원치 않는다.  (나 참 이기적이군)  나에 대한 그 스눕의 결과가 '모든 것이 아주 완벽한 이상적인 인간상'이면 모르겠지만 '음~ 상당히 게을러' '오~ 저속한 취미를 갖고 있군' 한다면 얼마나 수치스러울까. 

  스눕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예를 들면 직원을 채용할 때, 선을 볼 때 등이 그렇겠다.  어떤 사람이 성실한지 그의 옷차림과 사용하는 언어나 지니고 있는 물건만으로 판단할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은게 또 있을까?  결국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스눕은 그만 포기하기로 했다.  나는 지금처럼 제대로 스눕할 줄 모르며 '아무런 의도없음'으로 순박하게 사람들을 대하고 부딪혀 알아가야만 하는 미숙한 소시민인 것이 좋다.  그저 보여주는 것이 다라고 믿고 싶고 느껴지는 것이 다라고 믿고 싶다.  '저 자는 이런 걸 좋아하는군' '성적 취향이 독특한 것 같군' 이런 것을 내가 훤히 볼 수 있다면.  나는 내 스스로가 굉장히 징그러울 것이다.  그리고 미아리에 자리를 깔고 창업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의도와는 달리, 내게는 그만 스눕의 매력을 잃게 했다.  아쉽게도 나는 단지 스누핑이라는 것이 직감적인 예견이나 추측이 아니라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음을 알게된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어쩌면 나는 월간지 뒷편에 심심풀이로 수록되어 있는 '자 이것들 중에 선택하시오. 이걸 선택한 당신의 성격은 어쩌구 저쩌구. 저걸 택한 당신은 어쩌구 저쩌구' 이런 책을 원했고 그런 내용이기를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스눕에 대해 나처럼 단순한 호기심으로 접근하고 쉽게 주의를 바꿔버리는 변덕쟁이가 아니라면 이 책을 읽어봐도 좋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와 비슷한 연구를 하고자 한다면 도움이 될만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