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제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김중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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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회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  나는 이 1회라는 글자에 시선이 머물렀고 그 숫자에 이끌리어 이 책을 들었다.  처음. 시작.  출발.  나는 이제 막 시동을 켜고 움직이려 하는 이 버스에 함께 몸을 실었다.     

  여기 이 버스는 종점이 목적지인 일곱 명의 젊은이들을 태우고 있다.  이들은 벌써 몇 정거장을 지나 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나 온 시간보다 앞으로 달려야 할 시간들이 더 많이 남아있다.  이런 기나긴 여정에서 문학상 수상은 큰 의미가 있다.  이들이 앉아있는 의자 옆 창 밖 풍경은 수없이 바뀔 것이고 앞으로 여러 정거장을 지나치게 될 것이다.  어쩌면 버스가 멈추어 선 순간 황급히 하차하고 싶어질지도 모르고 몇 정거장 지나서 내리겠노라 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이들 모두가 마침내 종착역까지 기어코 갈 자들이라 믿는다.  그러리라 기대한다. 

  사람들로 꽉 찬 버스가 어느 순간 사람들을 쏟아내고 또 다시 채우고 쏟듯이 이들 또한 자신 안에 쌓여가는 이야기들을 쏟고 또 다시 담고 쏟고 담기를 반복할 것이다.  때로는 사람들의 재잘거림 속에서 또 그들의 표정과 몸짓들에서 이들은 무한히 쏟을거리들을 발견할 것이고 이것들은 그들에게서 '글'이 되어 나올 것이다.   

  <2010 제 1회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의 일곱 이야기 역시 작은 의자에 앉아 창 밖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이 담겨있다.  우리 삶의 이야기이자 당신과 내가 있는 이 공간들의 이야기다.  그 이야기는 고독하고 외롭고 진지하다.  여기에는 김중혁의 1F/B1, 편혜영의 저녁의 구애, 이장욱의 변희봉, 배명훈의 안녕 인공존재, 김미월의 중국어 수업, 정소현의 돌아오다, 김성중의 개그맨. 이렇게 일곱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김중혁씨의 '1F/1B'.  작가의 참신한 시선이 느껴지는 글이었다.  1F/B1.  누구나 이런 작은 표지판을 본 일이 있을 것이다.  수없이 많은 건물들, 그 안을 차지하는 층층의 공간들.  그 층과 층 사이에 존재하는 작은 표지판.  그것들은 단지 거기 있었을 뿐 결코 내게 의미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층과 층을 받치고 있는 기우뚱한 막대에 관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나는 그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당장에라도 가까운 건물 안으로 달려가 그 슬래쉬를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처연하게 기울어 있을 슬래쉬를 새삼 보고 싶었다.  이렇게 스쳐지나가는 풍경에 지나지 않을 것들도 주의를 기울인 누군가를 통해 새로이 의미있는 존재가 된다.   

  비단 이 작품 뿐만 아니었다.  편혜영의 '저녁의 구애'에서는 우리가 목도하게 될 누군가의 죽음을 들여다보고, 이장욱씨의 '변희봉'에서는 안다고 믿었지만 결코 알지 못했던 존재들에 관해서 또 배명훈의 '안녕, 인공존재!' 에서는 존재의 갑작스런 소멸에 대한 이야기를 넌지시 들려준다.  그리고 김미월의 '중국어수업' 에서는 우연처럼 마주하지만 필연처럼 맞닿은 우리 주변의 이야기들을, 정소현의 '돌아오다'에서는 우리의 지난 삶까지 들추어 낸다.  김성중의 '개그맨'은 사랑을 담담한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이들이 들려주는 일곱 편의 이야기 뿐 아니라 이 이야기들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들을 만날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작가노트와 해설이다.  여느 수상집과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이 점이 아닐까? 대개 수상집이 대상 수상자의 수상소감과 심사평 그리고 각 작가들의 글이 이어진다면 이 책은 각 각의 글에 작가노트와 평론가의 해설을 붙이고 있다.  글을 읽고 내가 바라보고 발견하는 의미들, 작가가 전하고 싶은 메모와 타인의 시선을 훔쳐보는 재미를 더 해 준 해설이 담겨 있어 더욱 의미있다 하겠다.  글을 작가와 독자의 소통이자 독자와 독자의 소통이라고 보자면 이 책은 작가와 독자가 글 밖에서 소통할 수 있도록 하였고 하나의 독자로 존재하는 평론가들과도 소통할 수 있다.  끝이 아니다.  문학에 잔뼈가 굵은 매력적인 문인들의 심사평은 또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일곱 작가들의 일곱 편의 글.  이들의 글은 나이자 너며 또 태어날 다음 세대다.  그들이 발견한 모티브와 메세지가 수정되고 수많은 분열을 겪고 그들 속에 자리잡았다.  그것들은 확장되고 자라 마침내 산통과 함께 '글'이 되어 세상으로 쏟아져 나왔다.  젊은 작가들이여, 그대들의 황홀한 출산을 멈추지 마소서.  그 씨가 마를 때까지 글을 낳고 또 낳으소서.   

  이제 이 일곱 작가를 태운 버스는 오르막에 올랐다.  나는 이 젊은작가 모두가 십년, 이십년 아니 그 보다 오래 먼 길을 달릴 이 버스에서 결코 하차하지 않으리라 믿는다.  버스가 빠르게 달린다.  창 밖의 것들이 어지러이 흩어지고 스쳐간다.  대상이 흐려지고 불명확해진다.  아무도 본질을 더 이상 추궁하지 않기로 하고 눈을 감는다.  그러나 그대들이여, 눈을 뜨고 시선이 닿은 그것들을 끊임없이 써주길 바란다.  무궁무진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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